간만에 다시 읽음. 이것도 참 유행인건지 내 관심이 그런건지 한 때는 심리학이 조금 지나면 진화심리학이 요즘에는 뇌과학이 유행이던가? 한 10년 전에는 진화심리학이 참 핫했던 걸로 기억나는데.. 진화심리학은 재미있다. 하지만 너무 여기에만 치우치면 실수하기 딱 좋은 학문임. 모든 인간을 범주화하고 행동을 함부로 판단하게 됨. 책 한권 읽은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지만 그 책 한권이 진화심리학이라면 특히 위험함..
본능이 바로 인간이다.
우리가 인간 행동이 생물학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하는 것은, 생물학적 요인이 환경보다 중요해서가 아니라 두 가지가 적절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피해야 하는 두 가지 오류
예를 들면 자연주의적 오류에 빠진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서로 유전적으로 다르고 각자 능력과 재능을 다르게 타고나기 때문에, 각자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
이 오류는 '당위'에서 '현상'으로 비약하는 데서 비롯되며, 사물의 바람직한 모습은 바로 사물이 존재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곧 좋은 것이 곧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다. 즉 당위가 현상인 것이다.
예를 들면 도덕주의적 오류에 빠진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 간에 타고난 유전적 차이점이란 있을 수 없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사고의 오류이며, 과학 전반, 특히 진화심리학의 진보를 저해한다. 그렇지만 리들리가 눈치 빠르게 지적했듯이, 정치적 보수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연주의적 오류("남자가 경쟁심이 강하고 여자가 아이를 잘 돌보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그러니 여자는 집에 있으면서 애들이나 보고 정치같은 것은 남자에게 맡겨야 한다.")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크고, 반면에 정치적으로 진보에 속하는 사람들은 도덕주의적 오류("서구사회의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는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따라서 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동일하며, 그와 다른 주장을 펴는 연구는 '추측컨대' 그릇된 것이다.")를 저지를 가능성이 마찬가지로 크다. 학자, 특히 사회과학자는 대개 진보적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덕주의적 오류는 진화심리학의 학문적 논의에서 자연주의적 오류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였다.
고정관념은 정말 틀린 것일까.
'수많은 고정관념은 통계적인 근거가 있고 따라서 평균적으로 진실일 가능성이 있는 경험적 일반화의 결과다.' 고정관념 및 경험적 일반화와 연관된 유일한 문제점은 그것들이 개별적인 경우에 모두 들어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은 동물이다. 인간이라고 특별할 것은 하나도 없다.
물론 인간은 분명히 독특한 존재다. 하지만 진화의 한 결과로서
환경이 중요하다면, 정해진 본성도 다른 한편으로 중요하다.
그것이 진화심리학이 연구하는 인간의 잊어버린 한쪽 모습이다.
현대 진화심리학이 탄생한 것은 1992년, 현대 진화심리학의 성전으로 일컬어지곤 하는 <적응하는 마음:진화심리학과 문화의 세대>이 출간되면서였다.
대다수 사회과학자는 인간의 행동을 어느 정도 정형적인 방식으로 설명한다. 그 특정한 생각의 집합을 가리켜 '표준사회과학모델'이라고 한다.
제1원칙 인간은 생물학의 법칙에서 벗어난다.
제2원칙 인체에서 진화는 목에서 멈춘다. 이 원칙에 따르면 인간의 신체에서 두뇌는 이례적인 부분이다.
제3원칙 인간의 본성은 빈 서판(tabula rasa : a blank slate)이다.
제4원칙 인간의 행동은 거의 전적으로 환경과 사회화의 산물이다.
'인간본성'이라는 말은 '진화된 심리적 기제' 또는 '심리적 적응형태' 라고 불리는 구성요소의 집합체를 가리킨다. 인간 본성은 이 '진화된 심리적 기제'의 총합이며, 진화심리학자는 인간에게서 그런 심리적 적응형태를 더 많이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단 음식과 기름진 음식을 더 좋아하는 인간의 성향은 진화된 심리적 기제의 한 가지 예이다. 대개의 인간 진화 과정에서 충분한 열량을 확보하는 것은 늘 중대한 문제였다. 영양결핍과 기근이 그만큼 흔했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그런 입맛을 지닌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손을 많이 남겼으며 세대가 거듭된 결과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대다수는 달고 기름진 음식을 몹시 선호하기에 이르렀다.
남성의 성적 질투심은 진화된 심리적 기제의 또 다른 예다. 인간과 그 밖의 포유류 중 대다수는 암컷의 체내에서 잉태가 이루어지므로, 거기에 해당하는 종의 수컷은 자신이 진정 자기 배우자가 낳은 자손의 아비인지 결코 확신할 길이 없다. 반면 암컷은 언제나 자신의 모성에 확신을 갖는다. 바꿔 말하면 자기도 모르는 채 유전적으로 자기 자손이 아닌 자식을 키우게 될 가능성은 오로지 남자에게만 있다.
진화적 측면에서 말하면, 아내의 부정에 속아 다른 남자의 자식에게 재정적,정서적 자원을 투자하는 남자는 결국 자기 자원을 소진한 채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남자는 성적으로 질투심이 강할 만한 진화론적 근거가 충분하다. 반면에 자식의 엄마라는 것을 늘 확신할 수 있는 여자는 그럴 이유가 없다.
진화심리학의 특징은 다음 네 가지 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표준사회과학모델의 네 가지 원칙과 아주 뚜렷하게 대조를 이룬다.
제1원칙 사람은 동물이다. "인간은 분명히 독특하지만 독특하다는 것 자체는 독특한 게 아니다."
제2원칙 인간 두뇌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제3원칙 인간 본성은 타고나는 것이다. 인간 본성의 '서판'은 한 번도 비어 있었던 적이 없으며, 우린 이제야 그것을 읽는 중이다.
제4원칙 인간 행동은 타고난 인간 본성과 환경이 함께 낳은 산물이다.
사바나 원칙
인간의 손이나 췌장의 기본적인 형태와 기능이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전인 플라이스토세(빙하기) 말기 이후 변함이 없었듯이, 두뇌의 기본적인 기능 역시 지난 1만 년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두뇌는 석기시대의 두뇌다.
초기 현생 인류는 진화사 중 99.9퍼센트에 해당하는 기간동안 아프리카 사바나 등지에서 수렵채집민 생활을 하며 지냈다.
곧 우리의 몸이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의 플라이스토세 말기 이후로 등장한 사물에는 꼭 적응햇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사바나 원칙'이라는 진화심리학의 새로운 명제가 탄생한다. 사바나 원칙이란 다음과 같다.
"인간의 두뇌는 인류 초창기 환경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체와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특정 유형의 TV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실제보다 친구가 더 많거나 친구와 더 자주 어울리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친구관계에 더 만족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현상을 사바나 원칙에 따라 풀이하면, 인간 두뇌는 초창기 환경에 적응한 상태로 멈춘 나머지 살아 숨쉬는 진짜 친구와 TV에서 되풀이해 보는 등장인물을 잘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초창기 환경에서 진짜처럼 보이는 다른 인간의 이미지는 곧 다른 인간이었으며, 그들을 되풀이해 만나고 그들이 어떤 식으로든 여러분을 죽이거나 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십중팔구 여러분의 친구였다. 그러므로 인간의 석기시대 두뇌는 TV에서 자꾸자꾸 보게 되는 등장인물이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그들을 더 자주 보게 되면 친구관계에 대한 만족도도 증가한다.
-매체에 더 자주 노출되면 인기를 얻는 엔터테이닝 원칙도 이해됨.
진화는 1만 년 전에 멈추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 농경사회가 도래하고 뒤이어 인간 문명이 출현한 뒤로 인간은 자연선택이 작용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 환경속에서 있어본 적이 없다.
이 모든 극적인 변화는 지금으로부터 과거 10세대 사이에 일어났으며 다음 세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또 22세기에 성공하려면 어떤 특질이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우리는 불안정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 살고 있으며 벌써 1만 년 정도 그렇게 지내왔다.
지난 1만 년 동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진화가 따라가기에는 너무나도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진화심리학의 기본 질문들
남자와 여자는 왜 이렇게 다를까. 남녀는 다르게 키워져서 다른 것이 아니라 원래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자라는 것이다. 1만 년 전에 이미 남녀의 차이는 정해졌다.
신생에 102명에게 여자 얼굴 사진과 움직이는 모빌을 한꺼번에 보여주었다.
분석결과 남자아기가 움직이는 모빌을 더 많이 쳐다보았고, 평균 응시기간도 남자아기가 더 길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자아기 중에는 사람의 얼굴 사진을 쳐다본 아기가 더 많았고, 평균 응시 시간도 남자아기에 비해 길었다.
통계분석 결과 수컷 긴꼬리원숭이는 남자아이용 장난감에, 암컷은 여자아이용 장난감에 두드러진 관심을 보였다.
성차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성적 사회화가 성차의 원인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원인일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성차를 설명할 상수는 무엇일까? 결국 이형접합과 수정란의 체내잉태라는 간단한 생물학적 사실 두 가지가 이 모든 성차를 낳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형접합이란 여성의 난자가 남성의 정자보다 크기는 크고 개수는 적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정자는 넘쳐나게 생겨나며 정자를 만드는데 치르는 생물학적 대가도 난자에 비해서 훨씬 적기 때문이다. 수많은 종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성차를 즉각 설명해줄 생물학의 경험 법칙은 바로 '정자는 싸다'는 것이다.
여성이 수정란을 체내잉태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적은 후손을 보게 된다는 얘기다.
이형접합과 여성의 체내잉태 두 가지가 결합하면 아주 중대한 결과가 나온다. 바로 적응도에서 나타나는 성차다.(적응도란 자연선택에 대한 개체의 유리함을 나타내는 척도로, 다름 세대에 남기는 자손의 수로 측정된다.) 적응도란 생식 시합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차이, 즉 승자가 패자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이 생식 측면에서 성공적인지를 가리킨다.
이는 두 가지를 뜻한다.
첫째, 적응도 분포도의 아래쪽, 즉 적응도가 낮은 개체를 볼 때 자식을 갖지 못하는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많은 반면, 평생 자식이 없는 여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즉 가장 형편없는 개체의 평균 적응도는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못하다.
둘째, 분포의 맨 꼭대기를 살펴보면 소수의 남자가 그 어떤 여자가 가질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많은 자식을 거느리고 있다. 남자의 최고 적응도가 여자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고 경쟁심이 강하고 난폭한 이유는 성적 사회화보다는 남자 간에 적응도 변량이 크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그는 자식을 하나도 못 남긴다는 명백한 가능성과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경쟁에 따르는 잠재적 보상과 경쟁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잠재적인 손실 간의 차이는 굉장하다. 그러니 경쟁을 하는 편이 낫다. 여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차이가 훨씬 작다. 여자가 경쟁에서 이겨서 수많은 남자와 자식을 남길 수 있게 된다 해도 현실적으로 그녀가 낳을 수 있는 자식은 기껏해야 20명에서 25명 사이다.
여자보다 남자의 적응도의 최고치가 훨씬 높다는 것은 여자가 자식에게 남자보다 훨씬 더 공을 들인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다라서 이형접합과 여성의 체내잉태는 수많은 인간 행동에 성차를 낳는다.
문화는 인간만의 독특한 적응 방식이다. 하지만 문화 역시 생물학적으로 진화한다.
피에르 반 데르
이 모든 피상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 문화는 오로지 한 가지로 존재한다. 왜냐하면 문화는 인체와 마찬가지로 인간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인간 문화는 손이나 췌장과 마찬가지로 우리 유전자의 산물이다.
문화는 인류가 진화과정에서 무기를 제조하거나 옷을 짓고 살 곳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물려받고 또 전해줄 수 있도록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갖춘 방어기제다. '문화가 있기 때문에 송곳니나 모피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바비 인형을 찾는다.
초창기 진화심리학자들은 번식 성공이라는 주제에 워낙 많이 집중했기 때문에 그 당시 발표된 흥미진진한 연구결과 중 대다수는 성과 짝짓기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연구 결과, 문화와 언어,종교,인종,지리적 환경에 관계없이, 남자는 세상 어느 곳에 사는 남자건 똑같은 것을 여자에게 바라고, 여자도 어느 곳에 살든 똑같은 것을 남자에게 바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