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삼성전자가 고평가되는 날이 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제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주가가 기업의 가치 그 이상으로 매겨지면 좋은 주식이 아니게 된다. 그 때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포기하고 당신의 돈을 쉬게 할 것인가? 주식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생업에 종사할 때도, 잠을 잘 때도, 심지어는 휴양지의 썬베드에 누워 맥주를 들이킬 때도 나를 대신해 그 회사의 임직원들이 열심히 내 돈을 굴려준다는 데 있다.

충분한 준비와 공부 없이 그냥 무턱대고 삼성전자만을 사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당신이 유투브에서 듣고 있는 경제상식은 제대로 된 투자 공부가 아니다.

투자회사 경영자로서 큰손들을 만나면서 크게 놀란 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그들도 투자에 대해서 무지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단 직접투자에 한해서만.

두번째는 그 금융자산은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그들은 입이 닳도록 원금의 안정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기대수익률이 낮다. 지키는게 더 중요하며 채권수익률 이상의 수익만을 꾸준히 내달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쁘거나, 그러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동안 부자들은 사업체를 키우고, 스스로의 몸값을 올리는데 주력한다. 그들이 알하는 낮에도, 잠들어 있는 밤에도 부자들의 돈은 바쁘게 일하기에 가능하다.

초등학생 때 덤블링 장사를 해보라는 아버지와의 일화

머리를 싸고 고민했던 것 같다. 덤블링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아주머니께 기구의 가격을 물어보기도 하고 내가 한달에 몇 번을 방문하는지 헤어려 보기도 했다. 그때는 인터넷은 커녕 PC가 없는 집도 많던 시절이었다. 백미는 기상청에 전화한 것이다. 제아무리 아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놀이기구라 해도 비가 올 때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때 이미 우리나라가 일 년에 삼분의 일은 비가 오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질문에 답하던 기상청 직원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싶기도 하다.

마치 투자자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것만 같은 이 일화들은 사실 내가 일반인 투자자에게 강조하는 좋아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을 숫자로 바꿀 수 있는 회계 지식 그 자체다.

아마 잘못되면 쉽게 팔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과 어차피 너무 어려워서 공부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주식을 가벼이 여기게 하는 것 같다.

제2의 네이버나 카카오, 제 2의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을 찾아낼 자신이 없다면 우량주를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다만 그냥 믿고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삼성전자처럼 시류릐 변화에 잘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는지, 아니면 현실에 안주해 뒤처지거나 너무 과욕을 부려 탈이 나는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분기마다 나오는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꾸준히 읽는 것이다.

이 작업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개미와 부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회사의 뼈대를 알지 못하거나 재무제표를 읽을 능력이 없는 투자자는 추적,관찰에도 이따금 회사와 사랑에 빠지는 실수를 한다.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떤 것이고, 그 변화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꿰뚫어보는 눈이 없다면 마치 시사 프로그램에 나오는 쓰레기더미 속 저장강박증 환자처럼 뉴스만 모으다 수익은 못 낼 수도 있다.

주주가 원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수익률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일한다고 가정할 때, 경영자나 노동자는 보다 많은 수입을 원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지불해야 하는 급여가 높다면 주주들이 가져갈 수 있는, 즉 남는 돈이 줄어든다. 여기서 매우 강력한 이해상충이 발생한다. 매출액과 이익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 등으로 주식수가 늘어나 주가는 오르지 않는 일을 경험하기도 한다.

주식투자에는 정도가 있다. 역사 속에서 투자의 대가들이 증명한 방법은 결국 하나였다. 좋은 기업을 찾고, 재무제표에 기반해 그 기업의 가치를 추정한 후, 적정 주가보다 낮아지기를 기다려서 샀다가 높아진 이후 파는 것이다. 이 방법 외의 다른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고 큰 돈을 번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물론 바쁜 일상 속에서 주식투자를 할 기업을 찾고, 재무제표를 공부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쉽고 빠르게 돈을 벌고 싶고, 일시적인 자산의 등락에 마음 졸이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면서까지 매수와 매도를 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농담 삼아 투자는 이러한 작업을 즐기는 1%만이 할 수 있고, 그러한 사람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따라간다. 그리고 기업의 가치는 속한 산업을, 산업이라는 것은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크게 넘어서기 어렵다. 누구나 아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3% 남짓, 고성장한다는 신흥국들의 경제성잘률도 10%를 넘기기 어렵다.

그들이 부자가 되기 전에는 달랐을까? 아니다. 복리의 마술은 깨지지 않는 데 있다는 것을 알고, 지키는 것을 더 중요시했기에 지금의 부자가 된 것이다.

"한 건에 맛을 들이면 암수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정수가 오히려 따분해질 수 있다. 줄기차게 이기려면 괴롭지만 정수가 최선이다" - 이창호 9단

꼭 그 주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주식과 돈에는 꼬리표가 없어요.

부자들이 공통적으로 지키는 것이 하나 있다. 잡초는 뽑고 꽃은 심는다는 점이다. 부자들은 물타기가 아니라 불타기를 한다. 부자들의 이러한 행태는 직접투자만이 아니라 간접투자에서도 똑같다. 이유를 막론하고 못하는 놈에게는 채찍을 들고 잘하는 놈에게는 떡하나를 더 준다.

집중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1. 좋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함이다. 내 소중한 돈을 굳이 투자매력도 100위 기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2. 깊이 분석하고 면밀히 추적하기 위함이다. 한 기업 주가 상승의 92%는 보유기간의 8%에 발생한다. 주식이라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해당 기업에 대해 깊은 이해와 인내심을 가진 몇몇의 투자자 외에는 수익을 주지 않는다.

어떤 사건이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시장 참여자들이 그 기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 그대로 숟가락 개수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