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코스피가 0.89% 상승, 코스닥이 -2.16% 하락하며 완전한 디커플링의 모습을 보여준 하루였다. 통상적으로 같은 색깔을 보여주던 증시가 이렇게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은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PBR 수준을 올리겠다,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하도록 압박하겠다 는 식의 내용들이 제시되어 평소에는 한없이 소외되고 있던 지주사나 금융주, 유통주, 건설주 등이 크게 상승했다. 운이 좋게도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이 좀 걸렸다.





<SK, 아세아제지, 한섬, 삼성증권 일봉차트>



사놓고 한동안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던 종목인데 SK가 오늘 강하게 상승하면서 평단을 다시 돌파해줬고, 아세아제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한섬이랑 삼성증권은 저것 때문에 올랐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냥 과대낙폭에 따른 반등 정도이기는 하다.



똑같이 저PBR인데 오른게 있고 아닌게 있고, 주주환원을 잘 하는 기업인데 오른게 있고 아닌게 있다. 같은 조건의 주식이 있어도 주가가 오르려면 결국 누군가가 사줘야 하는거라 한 번에 모두가 오를 수는 없다. 오늘 저PBR주들의 급등에 대한 반대급부로 성장주를 중심으로 최근에 많이 올랐던 종목들의 폭락이 나왔다. 상장 이후 몇 날이고 오르기만 하던 신규 상장주들 역시 하한가를 찍어버렸다.



분명한 것은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금씩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주를 자기 지분율 올리는 데 사용한다거나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알 바 아니라는 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진들에게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게 사실이다.



정부가 할 일은 운동장을 평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핸디캡을 주거나 심판을 매수하여 어느 쪽에 유리함을 주어서는 안 된다. 환경만 잘 만들어준다면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기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고,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유인 역시 만들어지게 된다.



PBR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주들의 요구수익률을 낮추는 것이다. 주가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크게 1) 분자인 ROE를 높이거나 2) 분모인 요구수익률(할인율)을 낮추는 것인데, 여기서 ROE를 높이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 분자인 ROE 높이기

ROE를 3개의 팩터로 나눠보면 순이익률X총자산회전율X재무 레버리지 인데 1) 높은 이익률을 만들어내거나, 2) 일정 자산으로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내거나, 3) 적정 수준의 부채를 활용함으로써 ROE를 높일 수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기업이 할 일이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서 ROE가 10%가 안 되는 기업들이 더 많기 때문에 PBR 1배를 넘기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고평가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2) 분모인 요구수익률(할인율) 낮추기

요구수익률은 주주가 그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얻기를 원하는 수익률이다. 요구수익률이 10%라면 1년에 10% 수익은 나와야 그 기업에 투자할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요구수익률이 15%라면 1년에 15% 수익률은 줘야 투자하겠다는 거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할까? 위험성이 더 높은 자산에 투자할 때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쉽게 예를 들어보면, 삼성전자의 채권에 투자할 때와 코스닥 잡주에 투자할 때, 어떤 상황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겠는가? 당연히 후자다. 삼성전자의 채권보다 코스닥 잡주가 훨씬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그 리스크를 지는 대가로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 삼전 채권이 연 5% 이자를 준다면 땡큐지만 코스닥 잡주의 기대수익률이 연 5%라면 누가 투자할까?



정부와 금융당국이 조금 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조성해준다면 투자위험도가 낮아지면서 요구수익률도 낮아진다. 이정도 위험에 이정도 수익률? 오케이, 살게! 이렇게 된다는 것. 자연스레 주가레벨이 올라간다.



오늘 장을 보면서 이제 가치주의 시대가 왔다, 성장주는 끝이다 라고 벌써부터 설레발 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가치주와 성장주를 구분짓는 이분법적 사고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PBR, 저PER이라 해서 그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시장효율화 정책, 기업인의 주주를 대하는 태도, 주주들의 주식에 대한 인식.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우리나라는 보다 더 선진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