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시간이 좀 나서 영화를 봤다. 노량을 볼까 하다가 땡기지가 않아서 포기하려던 찰나에 보였던 '덤머니' . 주식 관련 영화라길래 바로 결정해버렸다.







영화관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1만 5천원으로 영화관을 대관해버리다니... 영화관 사업은 진짜 이제 끝난 것 같다.



영화 '덤머니' 는 3년 전 게임스탑이라는 게임용 기기 및 소프트웨어 판매 업체의 주가 폭등 시나리오를 담았다. 게임스탑은 당시에 개인투자자들에게 워낙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주식이었고 매수를 막아버렸다는 뉴스도 접한 적이 있어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 주제였다.



줄거리 요약


영화에는 레딧의 WSB에서 활동하는 주식유튜버(?) 키스 길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간호사, 게임스탑 매장 직원, 대학생 등의 개인투자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자산 규모는 마이너스부터 수천만원 수준으로 사회적으로 빈자 포지션에 해당한다. 이들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로 켄 그리핀, 스티브 코헨, 게이브 플롯킨 같은 헤지펀드 거물들과 로빈후드 창업자인 블라드 테네브가 있다. 이들의 자산은 수백억에서 약 20조 대에 이른다.



부자(공매도 세력) VS 빈자(개인투자자) 구도로 전개되며 주가 상승에 따른 각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잘 묘사했다. 주인공인 키스 길은 매우 작은 영향력을 가진 스트리머였으나 게임스탑에 대한 추천과 함께 주가가 계속해서 올라가자 점차 개인투자자들은 키스 길을 신봉하게 된다.



"그가 팔지 않으면 나도 팔지 않을거야."

"그 사람의 주식 평가금이 100억을 넘었지만 아직도 팔지 않고 있어. 지금은 팔 때가 아니야."

"함께 공매도 세력을 깨부수자!"



작중 여러 주변 인물들이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이제 그만 파는게 좋지 않겠냐고 이야기할 때도 이 투자자들은 믿음을 가지고서 버텨낸다. 팔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지만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이 매수행렬에 동참하고 있고 함께 힘을 모아 악의 세력을 물리치자는 결의 아래 비싸진 가격에도 추가 매수를 한다.



날마다 주가가 오르자 공매도 세력들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파티를 즐기고 여느 때와 같이 호화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이 타들어간다. 얼마 못 가 개미들이 해산될 것이라며 애써 마음을 다잡지만 개미들의 결집력은 너무나도 강했고 헤지펀드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결국 이들은 로빈후드의 창업자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매수 주문을 금지하게 만들어버린다. 키스 길의 활동 장소였던 WSB의 접속이 차단되고 이어서 매수 주문도 금지되어버리자 사람들은 분노와 공포에 휩싸인다. 개인투자자들과의 연대를 통한 결집이 불가능해지고 매수포지션의 중심에 있는 키스 길의 소식을 접할 수 없게 되자 매도 압박에 짓눌리게 되었고, 매수를 금지시킨 것에 대한 제도권과 로빈후드에 대한 반감이 폭증한 것이다.



이후 청문회를 통해 각자의 입장을 소명한다. 물론 이 자리에서 진실을 밝혀낼 순 없었지만 말이다. 매수 주문이 재개되자 주가는 다시 치솟고 적당히 해피엔딩인 상황에서 영화는 끝이 난다.




후기


개인투자자들의 투기 행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개인투자자들의 편에서 그들을 응원하며 제도권을 무너뜨리기를, 제발 중간에 해산되어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증권업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기득권 세력들에게는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공간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무리한 투자를 집행해놓고도 잘못되면 구제를 받는... 그게 바로 이 바닥 아니던가.



'덤머니' 를 보면서 작년 2차전지주들이 폭등 랠리를 이어가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여의도 카르텔, 공매도 세력을 무찌르자며 개인투자자들의 중심이 되었던 박순혁 작가와 그를 따랐던 개인투자자들. 내가 그 개인투자자 중 한 명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했지만 나 역시 거기에 속해있었다면 종교처럼 빠져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선과 악이 존재했고 관람자 입장에서 어느 한 편을 지지할 수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내가 믿고 따르는 그 사람이 진짜 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적어도 주식시장에서만큼은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 된다. 그게 설령 위대한 투자자들이라 하더라도. 배우고 따라야 할 것은 그들의 투자철학이나 사고이지, 종목이 아니다.



영화에서도 주인공에게는 게임스탑을 매수해야할 명확한 근거가 있었다. 부정적인 인식이 과도했고 그에 따라 공매도 비율이 너무나 높으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게임스탑에서 제품을 구입하고 있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키스 길을 따랐던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은 맹목적이었다. 주가가 오르고 있으니까, 이대로만 가면 숏스퀴즈가 나올거니까, 아직 키스 길이 보유하고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투자를 하다보면 간혹 버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종적으로 빈털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는 자기의 힘, 그리고 자기의 생각으로 해야한다.



작중 대학생이나 게임스탑 매장 직원은 큰 돈을 벌었지만 간호사는 자산이 마이너스인 상태로 끝이 났다(사실 처음에 얼마였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플러스였다가 마이너스로 끝난 것 같았다). 모두가 버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역시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결국 같은 주식을 사더라도 수익은 주인공처럼 철저한 분석을 통해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있느냐, 그냥 대중이 되어 운에 맡길 것이냐에 달린 것이다.



주식투자자에겐 추천, 일반인에겐 비추천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밌었다. 사용되는 용어 자체도 거의 전문용어가 아니다보니(제일 어려운게 숏스퀴즈 정도) 주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보기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결집과 주가상승에서 오는 웅장함과 기쁨, 각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이해하지 못할 것(주인공이 왜자꾸 달리기를 하는지 등..)이기 때문에 일반인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주식투자자라면 꼭 봐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