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들은 근사한 물건을 파는 것보다는 만드는 쪽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그런 물건을 만들었다고 해서 고객들이 저절로 찾아오는 일은 없다. 우리는 고객이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하고, 이 작업은 보기보다 쉽지 않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흔히 정반대의 경고하는 의미로 이렇게 말한다. "최고의 제품이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경제학자들은 이것이 '경로 의존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객관적 품질과는 무관한 특정한 역사적 환경이 어느 제품이 널리 수용될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운영체제나 키보드의 키 배열 방식이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유통은 오히려 제품의 디자인에 반드시 필요한 일부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했지만, 효과적으로 팔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하지 못했다면 사업성은 형편없는 것이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

뛰어난 세일즈와 유통은 그 자체로 독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느 한 고객과의 관계를 통해 평균적으로 벌어들이는 총 순이익(고객평생가치)은 새로운 고객 한 명을 유치할 때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금액(고객확보비용)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가격이 높을수록 판매하는데도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행사는 완전히 실패했다. 실제로 이 행사를 취재하러 왔던 몇 안되는 저널리스트들은 별 감동을 받지 못했다. 우리 팀은 모두 괴짜들이었기 때문에 커크 선장보다는 기관장이 스코티가 얘기하는 것이 더 권위있게 들릴 줄알았다.(커크 선장은 항상 무슨 세일즈맨처럼 낯선 현장에 도착해 실컷 폼만 잡았고, 그가 저질러놓은 실수들은 엔지니어들이 남아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가 틀렸다.

사람들은 단순히 노동 공급의 측면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자원을 수요한다는 측면에서도 경쟁 관계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중국으로부터 값싼 장난감과 직물이 수입돼 이득을 보기도 하지만, 중국에 새로운 운전자들이 수백만 명이나 늘어나면서 휘발유 값이 올라가 손해를 보기도 한다. 상하이 사람들이 샥스핀을 먹든, 샌디에이고 사람들이 피시 타코를 먹든, 모든 사람은 음식이 필요하고 주거가 필요하다.

인간의 욕망은 최저 생활 수준에서 멈추지 않으므로 글로벌화가 지속될수록 사람들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제야 겨우 기초 칼로리를 확보하게 된 수백만 명의 중국 농부들은 앞으로는 단지 곡류가 아닌 돼지고기에서 추가적인 칼로리를 확보하고 싶어 한다. 욕망의 융합은 꼭대기층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더욱 뚜렷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평양에 이르기까지 집권층들은 똑같은 와인 취향을 공유한다.

어떤 일에서는 값싼 노트북 컴퓨터가 가장 똑똑한 수학자도 이기지만, 또 어떤 일에서는 1만 6000개의 CPU를 가진 슈퍼컴퓨터도 어린아이를 이기지 못한다. 이를 보면, 인간과 컴퓨터는 단순히 누가 더 강하고 약한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서로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과 기계가 이처럼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과의 교역에서 얻는 것보다 컴퓨터와 함께 일할 때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는 도구일 뿐 경쟁자가 아니다.

컴퓨터가 인간을 대체해야 한다는 편견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또다른 유행어는 '빅데이터'다. 오늘날 기업들이 끝없이 데이터를 갈구하는 것은, 데이터가 더 많으면 항상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잘못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데이터는 보통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데이터다.

대부분의 청정기술 기업이 도산한 이유는, 모든 기업이 반드시 답해봐야할 일곱가지 질문 중 한 가지 이상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1. 기술 -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2. 시기 - 이 사업을 시작하기 지금이 적기인가?

  3. 독점 - 작은 시장에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4. 사람 -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5. 유통 - 제품을 단지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6. 존속성 -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향후 10년,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7. 숨겨진 비밀 -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소비자들은 어느 제품이 특정 문제를 뛰어나게 해결해주지 않는 이상, 특정 기술에는 관심이 없다. 작은 시장에서 특별한 해법을 독점할 수 없다면 곧 치열한 경쟁에 발목이 잡힐 것이다.

하지만 하위 시장에 허구의 시장이라면 그 시장을 지배할 수는 없다. 그리고 거대 시장은 쉽게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대부분의 청정기술 기업 창업자들은 차리라 팔로알토 시내에 새로운 영국 식당을 여는 편이 나을 뻔했다.

에너지 문제는 공학적인 문제이므로 청정기술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안경 쓴 괴짜들이겠거니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실패한 청정기술 기업들을 운영한 사람들은 충격적이게도 기술과는 무관한 팀들이었다. 이런 세일즈맨 타입의 경영자들은 자금을 모집하고 정부 보조금을 확보하는데는 뛰어나지만, 고객들이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드는데는 그렇게까지 뛰어나지 못하다.

청정기술 기업의 경영자들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돌아다녔다. 아주 큰 적신호였다.

하지만 중국 제조사들과 경쟁할 것을 정말로 예상할 수 없었을까?

청정기술 기업들은 똑같은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면서 경쟁을 예상하지 못했을 뿐아니라 에너지 시장 전체에 대해서도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었다. 청정기술 업계는 화석연료가 줄어들 것을 전제로 생겨난 산업이었지만, 갑자기 셰일가스라는 복병을 만났다. 그런데도 청정기술 업계의 사람들 중에서 이런 추세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재생에너지만이 앞으로 유일한 해결책이고, 화석연료는 '절대로' 더 저렴해지거나 깨끗해질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 2013년이 되자 셰일가스는 미국 천연가스의 34퍼센트를 차지했고, 가스 가격은 2008년 이후 70퍼센트 이상 떨어지면서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사업 모델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청정기술 기업의 모든 사람들은 더 깨끗한 세상이 필요하다는 보편화된 관습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사람들은 대체에너지 기술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엄청나니까 모든 종류의 청정기술 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도 엄청날 것이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속였다.

기업들은 걷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윤이라는 동기에 발목이 잡혀있었고, 비영리 단체들은 공익을 추구했지만 더 넓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미미한 참가자에 불과했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양쪽 세계에서 좋은 것들만 결합해 '좋은 일을 해서 성공하자'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보통은 결국 둘 중 어느 것도 이루지 못했다.

사회적 목표와 재무 목표 사이의 모호함도 문제였지만, 사회적 이라는 단어의 모호함이야말로 더욱 큰 문제였다.

'사회적으로 좋은 것'은 사회를 '위해서'좋은 것인가, 아니면 그저 사회가 '보기에' 좋은 것인가? 모두에게 칭찬을 받을만큼 좋은 것은 보편적으로 그렇게 인정되는 것들밖에 없었다. 예컨대 그린에너지 같은 일반적 아이디어처럼 말이다.

사회를 위해서 정말로 좋은 일은 뭔가 남들과 '다른'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독점해 이윤을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도.

테슬라 역시 청정기술이라는 사회적 유행에 편승했지만 일곱 가지 질문에 대한 제대로된 답을 갖고 있었다.

1.기술 - 다임러는 테슬라의 배터리팩 기술을 사용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테슬라의 구동 장치를 토요타는 테슬라의 모터를 사용했다. 제너럴모터스는 테슬라의 다음 움직임을 파악하려고 전담 팀을 만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기술적 성취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부분은 어느 한 부분이나 부품이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부품들을 결합해 하나의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

2.시기 -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기회가 한 번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2000년대 중반에 5억 달러에 가까운 보조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액수였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가능했던 순간은 역사상 단 한 번뿐이었는데, 테슬라가 그 기회를 완벽하게 포착한 것이다.

3.독점- 테슬라는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하위 시장에서부터 시작했다. 바로 고가의 전기차 스포츠카 시장이었다.

4.사람- 테슬라의 CEO는 완벽한 공학자인 동시에 세일즈맨이었다. 그러니 그는 자신의 팀도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5.유통 -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독립 대리점들의 신세를 져야 한다. 포드와 현대는 자동차를 만들지만 파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해주어야 한다. 테슬라는 직영점에서 자동차를 직접 팔고 서비스까지 해준다.

6.존속성 - 테슬라는 선발주자이면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이 말은 곧 향후 몇 년간 뒤에 오는 기업들과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뜻이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는 달리 테슬라는 아직도 창업자가 사업을 책임지고 있으므로 당분간 느슨해질 걱정이 없다.

7.숨겨진 비밀 - 일반 청정기술 기업들은 스스로를 차별화하느라 고전했지만, 테슬라는 청정기술이 환경적 의무보다 오히려 사회적 현상이라는 숨겨진 비밀을 바탕으로 고유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결정적으로 애플의 가치는 특저한 인물의 단 하나의 비전에 의존했다. 이 점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회사가 이상하게도 보다 '현대적인' 조직이 아니라 봉건적 군주제를 닮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단 한사람뿐인 독특한 창업자는 권위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강력한 개인적 충성을 얻어낼 수 있으며, 몇십 년을 내다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훈련받은 전문가들로 채워진 비개인적 관료제는 얼마든지 길게 유지될 수 있음에도 오히려 시야가 더 짧다.

기업이 알아야 할 교훈은 우리에게는 창업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창업자들을 더 인내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한 점진적 발전을 넘어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특이한 개인들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