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증시가 해외에 비해 디스카운트 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것은 분단국가라는 점일테다. 언제 전쟁이 재개될지 모르는 휴전국가에 투자하는 것은 분명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이게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닐지 모르지만(우리는 사망리스크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 투자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미사일 맞고 죽으면 끝 아니겠나),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자국 증시를 놔두고 한국에 투자할 유인이 크게 줄어든다. 내가 외국인이라도 휴전 국가에 투자하지는 못할 것 같다.
두 번째로 주주무시 정책. 우리나라 회사들은 대부분 주주친화 정책이 아닌 주주무시 정책을 펼친다. 이름만 주식회사이지 그냥 자기 회사이다. 회사가 번 돈을 재단에다 매년 기부하거나(한양증권) 이름뿐인 회사를 만들어 내부거래를 통해 돈을 빼돌린다(TYM). 회사가 어찌 되든, 주주들이 어떻게 되든 말든 자기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고 언행에도 조심성이 없다(이마트). 싸게 자사주를 매입했다가도 비싼 가격에 다 팔아버리고(더존비즈온)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시키거나 자회사, 계열사들을 마구잡이로 상장시킨다(카카오).
그리고 요즘 시끌시끌한 상속세 이슈. 투자자들은 투자한 회사의 주가가 오를수록 좋다. 싸서 투자했든 좋은 회사라 투자했든 결국 매수했던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팔아야 성공적인 투자가 될 테니까. 그러나 대주주는 주가가 오르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최대주주의 나이가 많아 증여나 상속을 앞두고 있는 경우에는 주가가 올라봐야 세금만 늘어나기 때문에 좋을 것이 없다. 본인의 자산순위 같은 명예보다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키면서 세금 덜 뜯기고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은 50%(30억 초과 시)인데 최대주주의 경우 20%가 가산되어 60%까지 세금을 떼인다(이것저것 자잘한 공제를 제외하고).
1조원의 재산을 상속할 경우, 반토막이 나버리는 것이다. 시총 2조짜리 회사의 지분을 50%(가치 1조) 가지고 있다가 죽으면 자식은 세금으로 5천억을 넘게 내야하므로 사실상 회사를 나라에 빼앗기는 셈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늙은 대주주들이 어떻게든 주가가 오르지 않도록 애쓰는게 어찌보면 당연하다. 투자자들과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으므로 그런 주식에 투자하여 수익을 내기 어렵고 결국 투자자들은 떠난다.
국가에서 해야할 일은 방만경영으로 쓰러지려 하는 건설사를 살리려 애쓰고 공매도 없애달라고 하니 공매도 금지시키는게 아니라, 상속세율을 조정하든 기준을 조정하여 대주주와 투자자들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엄격한 규정을 통해 회사가 구린 짓을 하면 강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그 외에 나머지는 시장에 맡겨두면 알아서 해결될 일이다.
시장에 개입하여 어떻게든 무지한 투자자들의 표를 얻어볼까 궁리하는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나라에 득이 될 정책을 펼쳐야 하는게 정치인들이 할 일이다. 그러나 당장 다음 선거를 위해, 자신의 임기동안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정치인들에게 이런 것을 바랄 수 있을까. 정치인들은 썩었다. 다들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앞을 내다보지 않는다. 왜 저렇게 쉬운 것을 생각하지 못할까, 왜 이리 멍청할까 생각되지만 사실 그들도 그게 옳다는걸 모르는게 아니라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삼성지분 팔겠나"…상속세 삼성 세모녀 '블록딜'의 속사정 (naver.com)
한국증시 디스카운트의 큰 축인 상속세법 개정이 꼭 필요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다수를 차지하는 빈자들이 부자들의 상속세율을 낮추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이 올라가려 하기보단 남들이 가진 것에 배아파하고 시기하여 그들을 끌어내리고자 할 뿐. 나라가 가진 자들의 것을 더 많이 뜯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들의 입 속에 채워주길 바랄 뿐...
이런 사람들로 인해,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표를 얻어야 하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발목을 붙잡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