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기업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독점이 아닌 기업들은 정반대의 거짓말을 한다.

경쟁 사업이 가진 문제점은 단순한 이윤의 부족만이 아니다.

미셸린 별점처럼 각종 감상평과 평가 점수 시스템들이 치열한 경쟁 문화를 조성해 셰프들을 미치게 만든다. 경쟁적 생태계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잔인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구글같은 독점기업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독점기업은 경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직원들이나 제품에 더욱 정성을 쏟을 수 있다. 또 더 큰 세상에 미치는 자신들의 영향력에 관해서도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구글의 모토인 '사악해지지 말자'는 브랜드 전략의 일부기도 하지만 성공한 기업들이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독점이 아닌 기업들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완전경쟁 시장에 있는 기업은 현재의 이윤에 너무나 몰두한 나머지 장기적 미래에 관한 계획을 세울 여유가 없다.

만약 독점기업이 진보를 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위험한 존재가 되었을 것이고, 우리는 즉시 그들에게 반기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의 역사는 곧 더 나은 독점기업이 전임자의 자리를 대신해온 역사기도 하다.

경제 이론을 벗어나 실제 세계에 나가보면, 모든 기업은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만큼, 딱 그만큼만 성공할 수 있다. 독점은 모든 성공적 기업의 현 상태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다음과 같은 예리한 통찰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하다. 불행한 가정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이와는 정반대다. 행복한 기업들은 다들 서로 다르다. 다들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런다면 왜 사람들은 경쟁이 건강하다고 믿는 걸까?

그것은 경쟁이 단순히 경제학적 개념이나 개인 또는 기업이 시장에서 겪어내야 하는 불편함이 아니라 하나의 강박관념, 즉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는 이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사고를 왜곡하고 있다. 우리는 경쟁을 설파하고, 경쟁은 필요한 것이라고 뼛속 깊이 새기며, 경쟁이 요구하는 것들을 실천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경쟁 속에 갇힌다. 경쟁을 더 많이 할수록 우리가 얻는 것은 오히려 줄어든다.

이렇게 간단명료한 진실을 우리는 모두 무시하도록 훈련받았다. 교육 시스템은 경쟁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반영하는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 성적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의 집착을 반영하는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 성적이라는 것 자체가 각 학생의 경쟁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도구다.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은 지위와 자격을 부여받는다. 우리는 각 학생의 재능이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과목을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친다. 그 결과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맞지 않는 학생들은 열등하다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 반면, 시험이나 과제와 같은 전형적인 측정 방식에 뛰어난 학생들은 이토록 작위적으로 구성된 현실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게 된다. 희한하게도 학교의 이런 현실은 바깥세상의 현실과도 비슷하다.

학생들이 이 토너먼트에서 더 높이 올라갈수록 사정은 더욱 나빠진다. 엘리트 학생들은 자신 있게 계단을 올라가다가 결국은 자신의 원래 꿈을 포기해야 할 만큼 치열한 경쟁 단계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대체 왜 이러고 있는 걸까?

마르크스에 따르면 사람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싸운다.

반면에 셰익스피어가 그리는 싸우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하다. 그들은 싸울 이유가 전혀 없으며, 왜 싸우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더 나은 지침을 제시하는 것은 셰익스피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비즈니스, 전쟁을 치르는 사이 시가총액이 더 낮았던 애플은 그들을 뛰어넘었다.

모방 경쟁의 위험성을 생각해보면, 아스퍼거증후군처럼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사람이 지금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오히려 유리해 보이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페이팔 vs X 닷컴.

1999년 말이 되자, 우리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페이팔에 매달리고 있던 우리는 1주일에 100시간을 일하는 사람도 많았다. 비생산적인 행태였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당시 우리의 관심사는 객관적인 생산성이 아니라 엑스닷컴을 무찌르는 것이었다. 이런 목적으로 우리 엔지니어 중 한 명은 실제로 폭탄을 설계하기도 했다.

그가 팀 미팅에서 폭탄 설계도를 꺼내놓자, 다행히 더 차분한 사람들이 나서서 그 제안을 잠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탓으로 돌렸다.

햄릿에게 위대함이란 달걀 껍질만큼 얄팍한 이유를 위해서도 기꺼이 싸우는 것이다. 중요한 일을 위해서라면 싸우지 않을 사람이 없을 테지만, 진정한 영웅은 개인의 명예를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위해서조차 기꺼이 싸우려고 한다. 이 뒤틀린 논리는 인간 본성의 일부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비즈니스에서 이런 논리는 곧 재앙이다. (휴브리스 패턴, 할복 패턴)

뉴욕타임스와 트위터의 가치를 한번 비교해보자. 트위터의 2013년 상장 당시 가치는 240억달러였고, 이는 뉴욕타임스의 시가총액보다 12배나 더 큰 금액이었다. 2012년에 트위터는 적자를 기록했고, 뉴욕타임스는 1억 3300만달러를 벌어들였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트위터는 왜 이렇게 어마어마한 프리미엄이 붙는 것일까?

그 답은 현금흐름에 있다.

위대한 기업을 결정하는 것은 '미래에'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10년간 트위터가 독점 이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신문사들의 독점 시대는 이미 지났다.

간단히 말해서 오늘의 기업 가치는 그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모든 돈의 총합니다. 어느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야 한다. 현재의 일정 금액은 미래의 같은 금액보다 더 큰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할인된 현금 흐름을 비교해보면, 저성장 기업과 고성장 스타트업 사이의 차이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저성장 기업의 가치는 대부분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한다. 구경제에 속한 기업은 지금의 현금 흐름을 앞으로도 5,6년간 유지할 수 있다면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유사한 기업들이 있다면 이윤은 곧 경쟁을 통해 사라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기술 기업은 정반대의 궤도를 그린다. 기술 기업들은 처음 몇년 같은 손실을 기록하는 경우도 많다.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려면 시간이 걸리고, 따라서 매출은 뒤늦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술 기업의 가치는 대부분 적어도 10년에서 15년 후에 발생할 것이다.

미래의 이익이 이토록 중요하다는 사실은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되는 사항은 아니다. 어느 기업이 가치가 있으려면 앞으로 성장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회사가 존속해야'한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가들은 오직 '단기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다. 물론 그들에게도 핑계는 있다. 성장은 측정하기가 쉽지만 '존속 가능성'은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치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주별 사용자 수와 월별 매출 목표, 분기별 실적 보고서에 목을 맨다. 하지만 이 수치들을 모두 달성한다고 해도 측정하기 어려운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간과한다면 사업의 존속이 위협받을 수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성장하는데 목숨을 건다면,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이 회사가 존속할 것인가?' 숫자만으로는 결코 그 답을 알 수 없다. 답을 알고 싶다면 내가 하는 사업의 질적 특성을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먼 미래까지 높은 현금 흐름이 예상되는 회사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보통은 다음과 같은 특징 중 몇가지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독자기술,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브랜드 전략이다.

1.독자 기술

독자 기술은 가장 가까운 대체 기술보다 중요한 부분에서 '10배'는 더 뛰어나야 진정한 독점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보다 못한 개선은 지엽적인 개선으로 인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2.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 효과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해당 제품을 더 유용하게 만들어준다. 네트워크 효과는 강력한 것이지만, 그 효과를 누리려면 초창기의 사용자들에게 해당 제품이 가치가 있어야 한다.

3.규모의 경제

독점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더 강해진다. 판매량이 클수록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고정비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훌륭한 신생기업이라면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대규모로 성장할 잠재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4.브랜드 전략

애플은 하드웨어와 스프트웨어 양쪽에서 보유하고 있는 독자 기술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완전체를 이루고 있다. 또한 애플은 자신들이 구입하는 자재에 대해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을만큼 대량으로 제품을 제조한다. 그리고 자재에 대해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을만큼 대량으로 제품을 제조한다. 그리고 자체 콘텐츠로 형성된 생태계를 통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린다. 수천명의 개발자들이 애플 제품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이유는 수억명의 개발자들이 애플 제품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이유는 수억명의 사용자가 있기 때문이고, 그 사용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지 않는 이유는 애플리케이션들 때문이다.

정작 애플의 브랜드 전략이 독점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것은 그 바탕에 이런 우위 요소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이 아닌 브랜드에서부터 시작하려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다. 그 어느 기술 기업도 브랜드 전략 하나만으로 일어설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