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 먼로는 정확히 말해 핸리 포드와 일론 머스크의 무엇이 비슷하다는 걸까요? 바로 '수직통합','수직계열화'입니다.

쉽게 말해서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반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자동차 업계에서 그게 가능한 유일한 기업이 테슬라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생각하는 수직계열화와 테슬라가 생각하는 수직계열화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수직계열화란, 자동차라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가 생각하는 수직계열화는 자동차라는 제품이 아니라 전기차에서 시작해 모빌리티 서비스,에너지,통신으로 연결되는,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전체 사업을 위한 거죠. 기존 회사들과 테슬라가 생각하는 비즈니스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양쪽에서 말하는 수직계열화가 개념 자체가 다른 겁니다.

<샌디 먼로 인터뷰>

주목할 점은 테슬라가 자체적인 재료과학 연구개발 그룹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회사라면 이런 것을 직접하지 않는다. 재료는 사다 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재료과학을 직접 연구하기 때문에, 메가 캐스팅처럼 다른 자동차 회사가 하기 어려운 제조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테슬라는 돈을 버는데 중점을 두는 회사다. 그들은 장기 투자를 한다. 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아주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 현재의 주주들에게 신경 쓰는 대신, 5년 10년뒤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만 신경쓴다. 다른 이들이 꿈도 꾸지 못할 많은 투자를 한다. 심지어 다른 이들은 그런 일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긴 시야를 가진 테슬라가 계속 승리할 수 있다.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은 복잡성을 줄인다는 얘기다.

나는 늙었지만, 집 안에 갇히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접하면 그것을 없애 버리려 한다.

AI반도체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121억 달러, 2021년 181억 달러, 2022년 244억 달러, 2023년 343억 달러로 급격히 늘어날 전망입니다. 3년 만에 3배 규모가 되는 폭발적 성장세입니다.

AI반도체 장악에 나선 기업은 테슬라나 엔비디아만이 아닙니다. 글로벌 IT 공룡들이 AI반도체로 영역을 속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AI 비중이 엄청나게 커지다 보니, AI반도체를 외부에 의존하는 것보다 직접 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느낀겁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서는 아직도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매우 비관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2020년 9월 현대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 동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금협상을 타결했지요. 11년만의 기본급 동결이었습니다. 현대차 노동조합원 약 5만 명중 절반이 넘는 52.8%가 노사 합의안에 찬성했죠.

그런데 사업장별 투표 결과를 뜯어보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울산,아산,전주 등 공장의 생산직은 찬성률이 60~7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현대차 연구개발의 본산인 남양연구소의 연구직은 거의 전원이 합의안에 반대했습니다.

이 사례는 두 가지 측면에서 현대차, 그리고 현대차로 대표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큰 장애 요인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 처우 개선 측면에서 단순 생산직이나 하이테크 연구원간에 크게 차이를 두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앞으로 점점 덜 중요해지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많은 임금을 받고, 숫자도 훨씬 많으며, 노동유연성도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엔지니어의 능력에 따라 신상필벌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현대차의 경우 입사한 지 10년 이내의 엔지니어들이 노조 소속인데, 이들의 입김이 세죠. 그러다 보니 뛰어난 엔지니어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기도 어려운 구조이지만, 일을 게을리하거나 자질 또는 노력이 부족한 엔지니어를 내치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보상은 대부분 일률적이라는 거죠.

폴크스바겐은 2020년부터 전기차 ID 시리즈 본격 생산에 돌입했는데요. 그 생산 라인에 AI로봇이 대거 투입됐습니다. 그만큼 인간의 노동력은 덜 필요해진 거죠. 포드는 이미 산업용 로봇 회사 쿠카와 협력해 조립 라인 대부분을 로봇과 노동자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도요타도 2017년 이후 매년 조 단위를 투자해 모든 공장을 하나의 공장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통합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GM은 최근에만 2만 명 가까운 감원을 했는데요. 감원 인력은 주로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공장의 생산직이었습니다.

자동차 공장의 대표적인 생산직인 의장 라인의 인력은 얼마 안가 필요 없어질 것입니다. 생산직의 10~20%만으로도 충분하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테슬라는 2022년에 100GWH, 2030년엔 무려 3테라까지 4680배터리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 것이냐면요. 2020년 상반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LG화학의 연내 목표 생산 능력이 연간 100GWH입니다. 3TWh는 현재까지 테슬라를 뺀 모든 배터리, 자동차 회사가 2030년까지 목표로 하는 배터리 생산량보다 훨씬 많습니다.

"테슬라 차량은 소프트웨어가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런데 자동차에서만 중요한게 아니라 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도 정말 중요하다. 이것이 아주 근본적인 부분이다" 일론 머스크

일본 자동차 산업 연구의 권위자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교수는 최근에 제게 "테슬라의 무서운 점은 IT기반으로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뿐 아니라, 제조업의 본질을 제대로 배워나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지모토 다카히로 인터뷰>

세계 시장 점유율로 측정한다면, 테슬라의 표면화된 경쟁력은 아직 높지 않다. 자본 시장이 다소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래 자동차 산업의 형태를 균형 있게 선점할 잠재력은 높아 보인다.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해도, 눈을 뗄 수 없는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

전기차는 친환경적인 부분에서 장점을 가지면서도 충전상의 불편등 한계를 안고 있다. 세계 신차 판매의 절반을 넘는 정도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30년 이후까지 생각해야 하는 장기전이 될 것이다.

전기차, 자율주행의 기술 경쟁은 장기전이며, 지금 당장 테슬라가 기존 거대 기업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테슬라로부터 파괴적인 생산 기술이 나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테스라락 무엇인가 새로운 생산방식으로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다.

오히려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 기업의 차체 설계 기술과 생산방식을 빠르게 배워 좋은 성능의 차체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경이롭니다. 쉽게 안 될 것으로 봤던 일을 평범하게 해냈다는 것이 테슬라의 무서운 점이다. 장래에는 기존 자동차 회사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가 전기차 제조 업체에 머무는 한,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기존 대형 메이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테슬라는 기존 업체가 제압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

테슬라도 과거에 여러 실패를 했으며 지금의 구상이 모두 성공하리라고 볼 수도 없다. 테슬라 자체가 소멸할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에는 기존 기업이 새겨들어야 할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마존과 야후에서 유저 인터페이스 최고책임자로 일했던 래리 테슬러가 '복잡성 보존의 법칙'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어떤 서비스나 제품에 포함된 복잡함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만약 공급자가 복잡함을 더 짊어지면 그만큼 소비자는 심플함을 더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일류가 아닌 공급자는 제품의 복잡함을 스스로 소화해 정리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가 그 복잡함을 떠맡게 된다는 거고요.

흔히 연결이라는 작업을 통해 가장 창조적인 것이 나올 수 있다며, 스티브 잡스가 말한 '점들의 연결'을 예로 들기도 하는데요. 미리 연결을 염두에 두고 점을 만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의 경험을 통해 얻는 여러 가지 '점'이 어느 시점에 연결돼 위대한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역으로 말하면, 연결을 통해 최고를 만들어내려면 연결하는 사람 자체가 최고여야 한다는 거죠.

한분야에서 최고의 것을 경험한 이들만이 그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기술은 고급의 세계로 가면 다 통하기에, 어떤 기술에 통달하면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보는 눈이 열리게 되죠.

즉, 머스크는 현업에 엄청난 강도로 몰입하면서도, 거기서 얻어진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남들에게 좌우되지 않는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이라는 겁니다.

이미 테슬라는 자동차 조립 자동화 분야를 위해 2017년에 독일의 로봇 제조 공정 전문 회사인 그로만 엔지니어링을 인수했습니다. 앞으로 의장 라인의 조립 인력을 로봇으로 대부분 대체하는 것에 대해 계속 연구하면서 차츰 적용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머스크는 '기계 만드는 기계'를 도입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와 ai입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공장의 로봇에 각종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돼야 하고, 또 공장 전체를 돌리는 고도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테슬라 생산이 2025년 300만대에서 2030년 2000만 대로 도약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생산의 외주화 입니다.

일단 레벨 2 플러스 단계에 한동안 머물면서 자율주행 플랫폼의 능력을 갈고닦습니다. 그런 뒤에 레벨 3가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시점이 되면 이 패키지를 시판합니다. 그때 경쟁사 제품보다 테슬라 것이 더 낫다면 시장이 어떻게 할까요?

그럼 자동차 업계의 안드로이드는 어디일까요? 현재로서는 '모빌아이+인텔'이 될 가능성이 꽤 있어보입니다.

다만 자율주행은 거의 전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세계이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가 이 플랫폼의 통합 운영체제는 결국 미국이 주도하게 되리라고 예측합니다.

<나카니시 다카키 - 나카니시자동차산업리서치 대표 인터뷰>

나카니시 대표는 "테슬라에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가 애플,아마존이 실현한 것과 같은 강력한 확장 가능성을 담보할 플랫폼 구축에 성공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자동차 회사는 대량생산, 대량판매, 대량 메인터넌스를 해야 한다. 한번 팔면 평균 13년간 운행된다. 현실적으로 테슬라가 자도차 산업을 바꿀 능력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라며 "테슬라는 새로운 마켓 일부의 리더십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다만 르노닛산, 혼다,포드,현대차 등 자동차 시장에서 규모나 기술력 면에서 중간급에 해당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위험하다" 라고 말했다.

유투브 창업자 스티브 첸은 "머스크의 삶은 잡스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에게 강한 영감을 전해준다"라고 말했습니다.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했던 스티브 워즈니악 역시 한 인터뷰에서 잡스 뒤를 이을 디지털 시대 리더로 머스크를 꼽았습니다. 그는 "테슬라 차량이 아이폰의 확장형을 보는 것 같다"면서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라고 말했지요.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도 "재산을 남긴다면 자선단체가 아니라 머스크에게 물려주겠다. 미래를 바꿀수 있기 때문이다"라고가지 말했습니다.

우선 머스크가 엔지니어임에는 이론이 별로 없습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과 물리학 학사를 취득했습니다. 당시 울트라 커패시터에 관한 논문으로 지도교수의 극찬을 받기도 했죠. 그런데 지도교수가 극찬한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내용도 훌륭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재정 프로그램을 제대로 짠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거든요. 이미 이때부터 비전만 큰 게 아니라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재무적인 플랜을 짜는 데도 능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테슬라가 돈을 쓰는 것을 잘 살펴보면, 실제로 벌이는 엄청난 일들에 비해 돈을 많이 안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0년 방만 경영이 누적돼 파산했던 일본항공을 부활시킨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 겸 명예회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선은 대악과 닮았고, 대선은 비정과 닮았다"라고요. 몇몇 사람에게 작은 선을 베푼다고 한 것이 전체적으로 보면 좋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사람들에게 아주 쓰라린 얘기를 하는 것이 전체적으로는 아주 좋은 것일 수 있다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대선은 비정한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은 10년 전만 해도 연간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영업이익이 그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본질을 아려면 현대차가 2010년 이후 몇년간, 즉 자사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벌던 시절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했던 일 가운데 딱 세 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세 가지 판단 모두 현대차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 자부심이 충만하던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첫 번째는 2011년 현대건설 인수, 두 번째는 2010년부터 2013년에 걸쳐 현대제철의 자동차용 철강 생산시설을 대폭 확대한 것, 세 번째는 2014년에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10조 6000억에 매입해 신사옥을 짓기로 한 것입니다. - 휴브리스 패턴

신사옥은 2020년에야 착공하게 됐습니다. 완공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추가비용이 문제입니다. 총비용은 25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에 갖고 있는 모든 자동차 공장을 다 부순 다음 새로 짓고도 남을 만큼의 돈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