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정리된 테슬라 리포트를 본다고 생각하면 될 듯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시장을 가볍게 훑어볼 수 있음. 테슬라가 요즘 주가도 좋지 않고 회의론들이 생기고 있지만 분명히 점점 시간이 더 지날 수록 더 대단한 회사가 될 것이라는 것에 공감함


테슬라가 이대로 계속 성장한다면, 연간 700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세계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을 가장 먼저 장악하는 기업이 될지도 모릅니다. 현재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자동차 제조,판매 시장이 연간 2500조원입니다.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뀐 것과 같은 일이 자동차 업계에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일어나진 않을 겁니다. 매년 모델이 바뀌는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는 신모델 주기가 4~6년으로 훨씬 기니까요. 또 세계에는 이미 10억대 이상의 내연기관차가 깔려 있고, 평균 보유연한도 13년이나 됩니다. 따라서 테슬라 등 전기차의 보급이 주류 시장을 뒤바꿀 임계량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은 좀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얘기는 '자동차 회사는 테슬라를 증오하지만, it회사는 테슬라를 사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자신들도 자동차 업계의 구글 안드로이드 같은 존재가 될 여지가 있다는 거죠.

테슬라 쇼크가 치명적인 것은 이런 변화가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데이터 플랫폼,에너지, 통신을 하나의 비즈니스로 연결해 기존에 불가능했던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으니까요.

즉 테슬라 쇼크는 인류의 3대 산업군인 모빌리티,에너지,통신이 하나로 통합되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됐을 때, 기존 산업이 받게 될 충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 1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2025년 1490억 달러로 예측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더 큰 것입니다.

테슬라가 원가를 고민하는 건 어디까지나 전기차를 많이 보급해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사업을 더 제대로 하기 위함이지 차량 자체의 판매 마진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자동차 원가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냐면, 단가 몇 원 또는 몇십 원을 아끼기 위해 업체들끼리 박 터지게 싸운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만큼 엄청나게 치열한 시장이라는 거죠.

이 노하우의 정점을 찍은 회사가 토요타입니다.

토요타는 연간 1000만대 정도를 만들지만, 폴크스바겐은 물론이고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도 그 정도는 만듭니다. 그런데도 도요타 시가총액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은 물량 뿐만 아니라 원가 경쟁력, 이익 창출 능력이 최고라고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도요타가 스스로 넘어지기 전엔 누구도 1등 자리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2018년에 손태장(일본명 손타이조) 미슬토 회장을 싱가포르 미슬토 본사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에는 논리적 사고력이 뛰어난 엘리트들도 풀지 못하는 과제가 산더미처럼 존재한다. 정치,경제 상황에서 보듯 세계는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많은 요소가 얽혀 돌아가는 복잡계다. 과제를 해결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과제 해결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를 새롭게 '설정'하는 힘이 중요한 시대인 거다."

일론 머스크는 원가 경쟁력에서 도요타를 이기기 위해 과제를 어떻게 새로 설정했을까요?

'소유 기간 내의 총비용(TCO)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겁니다.

규모가 크고 느리게 움직이는 자동차 회사들을 민첩하게 움직이게 하는 요인이 딱 두가지 있습니다.

1.시장 점유율 입니다.

2.정부 규제 입니다.

테슬라 이전에도 수많은 전통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를 만들었으나 보급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전기차를 순전히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곁가지'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는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 소프트웨어를 구현할 하드웨어를 차량에 미리 장착해놓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기능을 계속 높여나갑니다.

이는 기존 자동차 회사에서 하기 매우 어려운 방식입니다. 기존 자동차 회사는 대당 단가를 낮추는데 극도로 민감합니다. 그렇기에 대당 최대 수백만원이 추가되는 컴퓨터 통합제어 플랫폼과 무선 업데이트 기능을 자동차에 기본 장착한다는 생각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자사의 고급차에만 고급사양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생각할 겁니다. - 그런데 마진이...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보다는 아마존,구글에 가깝다고 말하는 이유는 디지털 세계에서는 새로운 이용자를 획득해도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는 FSD가 낳는 수익이 2025년 시점에 테슬라 매출액의 6%정도로 예상하지만, 총이익에서는 25%가까이 차지하게 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준성 애널리스트는 "2025년 전후로 전 세계에 테슬라 차량이 1000만대 정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면, 연 매출 30조원 정도가 데이터 비즈니스에서만 나오게 될 수 있다"라고도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