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의 종말은 '공급의 피크'가 아니라 '수요의 피크'로 앞당겨질 것이다.

전반적으로 경제성장률과 석유소비 증가율의 흐름이 일치하고 있다.

1990년까지 개도국 전체의 석유소비는 당시 20개 조금 넘는 회원국을 가진 OECD 소비의 60%에 그쳤다. 2000년대 들면서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개도국들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석유소비도 늘기 시작했다. 반면 OECD는 1996년 우리나라등의 가입으로 회원국 수가 늘었음에도 소비는 2007년부터 줄기 시작했고 마침내 2013년 비OECD의 석유소비가 OECD의 국가들의 소비를 앞질렀다.

석유 소비피크가 임박했다는 것은 이 주요 소비국들의 소비가 정체되거나 곧 정체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쓰는 미국,중국,인도,일본,모두 석유 소비가 줄고나 증가속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에너지 패러담임의 변화는 에너지 지정학을 바꾸고 있다. 석유를 개발한 미국은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그 석유를 바탕으로 '팍스 아메리나카'시대를 열었다. 1970년대 석유 생산의 중심이 중동으로 넘어가자 에너지 지정학도 바뀌었다. 오일쇼크를 경험한 미국은 대외정책의 최우선을 석유와 수송로 확보로 두었고,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도 가속화되었다. 오랫동안 에너지 지정학은 소비국들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다툼이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셰일혁명은 전혀 다른 에너지 지정학을 열었다.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급증하자 에너지의 흐름이 바뀌었고 생산자들은 팔기 전쟁에 돌입했다. 에너지 독립을 쟁취한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며 '아시아 피봇'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르는 강자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연결하는 '일대일로'로 맞서고 있다. 유럽이 미국의 에너지에 다가서자 판로를 잃은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으로 아시아 국가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마음이 급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사주는 대신 정치적 지지를 확보했다. 중국이 뭐라고 하든 러시아는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에 냉전체제를 강화시켰고 이에 대한 미국의 선택은 일본이었다. 후쿠시마 사고 여파로 에너지난에 처한 일본에 천연가스를 공급해주고 안전한 수송을 비미로 집단적 자위권도 허용했다.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이 친환경 에너지인 천연가스와 신재생으로 옮겨가자 그동안 에너지에서 소외되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후진국들에게도 석유 사용의 기회가 주어졌다. 에너지 사용의 불평등이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화석연료에서 자유로워진 선진국들은 후진국들의 자원쟁탈에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어졌고 세상은 좀 더 평화로워질 수 있다.

자원의 저주는 에너지 지정학의 불가피한 결과였다. 그러나 신재생은 자원의 저주가 없다. 바람이 많고 태양이 뜨겁다고해서 그것을 뺏으러 오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과 태양을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신재생은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없다.(??)

사우디가 정책을 바꾼 계기는 1976년 미국과 사우디의 '빅딜'이었다. 오일쇼크 이후 막후에서 접촉을 해오던 두 나라는 1976년 미국 국무장관 키신저가 사우디를 방문해 모종의 합의를 이루었는데 핵심 내용은 사우디는 미국에게 안정적인 원유공급을 약속하고 원유 거래를 미국 달러로 결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원유 판매를 통해 취득한 달러는 미국 국채로 재투자하겠다고 합의했다. 이때부터 사우디는 미국의 가장 큰 국채 보유국이 되었다.

사우디가 다른 수니파 국가들과 연합해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카타르에 제재를 가하는 것도 이란과 시아파를 압박하기 위함이다.

카타르는 고립무원에 빠졌다. 카타르는 삼면이 바다이지만 수심이 얕아서 큰 배가 들어오지 못한다. 생필품,공업자재 등 대부분의 물품은 유일한 육상 통로인 사우디 국경을 넘어 들어온다.

수입국 들은 수송비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많이 적재해야 하기 때문에보통 200만 배럴 정도를 실을 수 있는 VLCC를 이용한다. 따라서 카타르에서 200만 배럴을 한꺼번에 구매하지 않으면 인근 UAE 등에서 카고를 더 싣기 위해 정박해야 한다. 또 연료를 주입하기 위해서도 벙커링의 허브인 UAE의 후자이라 항에 정박해야 하는데, UAE가 입항을 거부하면 수입국들이 카타르 원유와 천연가스의 도입을 재고할 수 있다. 그만큼 단교조치는 카타르에게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이란을 적대시할 수도 없다. 카타라는 천연가스 매장량 3위를 자랑하지만 대부분 이란과의 영해 사이에 매장되어있다. 카타르에서는 '노스 돔'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는 이란과의 해상 국경을 따라 분할되어 있는데 문제는 한쪽에서 가스를 많이 빼면 다른 쪽의 생산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은 카타르의 숙원사업이었다.

'수니파 라인'이건 '시아파 라인'이건 시리아 관통 가스관이 만들어졌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을 나라는 러시아다.

4차 유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승자와 패자는 명확하지 않다. 패자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면 전쟁의 국면도 변할 것이다.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러시아와 엄청난 부채로 심해 유전을 개발한 브라질,베네수엘라 등 남미 산유국들이 패자가 될 확률이 높다. 그것이 전쟁을 촉발한 자들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촉발한 쪽은 미국이며 이들이 결국 승자가 될 것이다.

석유왕 록펠러와 그의 후예들이 석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들어가 생산을 장악했다. 비단 미국 뿐만이 아니었다. 석유의 보고인 중동으로 진출해 유전을 싹쓸이 했다. 20세기 막판 장기 저유가의 위기를 맞은 록펠러의 후예들인 '세븐 시스터즈'는 대규모 이합집산을 통해 지금의 글로벌 메이저 석유회사로 거듭났다. 이 중 엑손모빌은 오랫동안 세계 최대의 기업 자리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석유가 세상에 나온 이후 한번도 세계 석유시장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그곳이 어디든 군사력을 동원해 응징하고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의 수많은 군사 개입은 대부분 석유 때문이다.

카터 독트린에 의해 석유와 수송로 확보는 미국의 핵심 국익이 되었고 미국 군사력의 중심도 걸프지역과 북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을 아우르는 중동지역으로 이동했다. 세계 원유의 4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에 항공모함 두 척을 상주시켰다.

셰일 광구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는 원유는 고급 유종인 저유황 경질유이다. 따라서 비슷한 유종의 수입부터 크게 감축했다. 나이지리아산 경질유의 수입은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줄었고, 알제리, 베네수엘라, 앙골라, 사우디 등으로 부터의 수입도 상당량 줄어들었다. 미국에 대한 경질유 수출 비중이 높았던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타격은 매우 크다. 반면 캐나다 원유의 수입은 하루 130만 배럴이나 증가했다. 미국의 정제시설이 대부분 중질유에 맞춰져 있어서 캐나다로부터 오일 샌드 등 중질유의 도입을 늘린 것이다. 같은 이유로 중동산 중질유의 수입은 줄긴 했지만 다른 경질유 수입 국가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수준이고. 현재는 미국 원유 수입의 43%가 캐나다산이고 같은 북미 멕시코가 9%이다.

또한 셰일오일 덕택에 미국은 원유 수입을 대폭 축소할 수 있게 되어 무역적자가 줄고 경상수지가 개선되었다.

이때부터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관련 연설에 세 단어를 꼭 집어넣었다. 바로 'Made in America'다. 셰일혁명으로 제조비용이 크게 감소했으니 외국으로 나갔던 기업들은 미국으로 돌아와 미국산 제품을 많이 만들자는 것이다.

톰 도닐런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2013년 4월 컬럼비아대학 연설에서 "미국의 에너지 생산이 크게 확대됨으로써 이전보다 강력한 입장에서 국제문제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에너지 자금을 이룬 미국은 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가분쟁에는 개입을 더욱 자제할 것이며, 오히려 넘쳐나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해 외교력을 동원할 것이다. 이는 기존의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와 러시아 및 LNG 강국인 호주와 카타르도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고, 구매국들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퍼미안 광구의 생산급증이 굴착기인 리스 수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생산성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그당 생산이 2012년까지 하루 100배럴에 미치지 못했는데 2016년 700배럴을 넘었다.

유럽지역의 원유거래 가격지표인 북해산 브랜트유는 API가 39.5도로 가볍고 황 함량도 0.41%로 달콤한 고급 유종이다. 미국 원유의 가격지표인 WTI도 API 38.7, 황 함량 0.45%로 저유황 경질유이다. 중동 원유의 가격지표인 두바이유는 API 30.4로 상대적으로 무겁고 황 함량도 2.13%로 많은 편이다. 앞서 말한 베네수엘라의 초중질유는 API가 20정도 이다.

따라서 저유황 경질유로 WTI와 성상이 비슷한 브렌트유의 가격은 WTI 가격에서 미국까지의 수송비만큼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어 왔기 때문에 WTI보다 2~3달러 낮게 형성되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로 중동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중질유를 수입하고 있다. 대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설비를 갖추고 1차 정제과정인 원유증류 처리에 남은 잔사유를 여기에 투입시켜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원유 수출금지를 해제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유질 때문이다. 미국의 셰일 층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경질 타이트 오일이다. API 비중이 40도 이상의 경질이고, 황 함량이 0.5% 미만인 저유황 고급 유종이다. 그런데 미국의 정제설비는 그동안 주로 수입해오던 중동과 캐나다, 멕시코, 베네수엘라의 가격이 싼 중질원유를 처리해 높은 정제마진을 누리도록 고도화되어 있다. 북해와 서,북아프리카의 저유황 경질유를 주로 수입하는 유럽의 정제 시스템과 다르다.

그런데 셰일층에서 생산되는 고급 경질, 저유황 원유를 고유황 중질유에 적합한 미국의 정제설비에 투입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다. 차라리 저렴한 중질유를 계속 수입해 자국의 정제설비에 투입하고 국내에서 생산된 가격이 좋은 경질 셰일오일은 수출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원유 물동량이 줄어들까? 원유 교역은 여전히 필요하다.

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6년 미국은 26개국에 하루 평균 52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는데 2017년 들어와서는 수출량이 111만 배럴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은 급증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원유의 가격이 아직 경쟁 원유에 비해 충분히 싸지 않은데다 미국의 항구 수심이 얕아 VLCC급 대형 유조선이 접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작은 선박에 실은 후 먼 바다에 정박해 있는 VLCC에 다시 선적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못하다.

순수출국이 된다는 것은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국내수요를 모두 자체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의미다. 이는 전 세계 LNG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셰일혁명이 몰고 온 엄청난 변화이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2045년까지 100% 신재생 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만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6년은 천연가스가 석탄을 앞지른 역사적인 해

물론 미국의 절대적인 힘의 우위는 세계를 평화롭게 만든 측면도 분명히 있다. 강력한 해군력으로 바닷길을 장악한 덕택에 해적의 두려움없이 유조선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필요할 땐 전쟁도 불사하지만 자본의 확산을 위해서는 평화가 필요하고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력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미국의 선의에 기대어 살 수는 없다. 오늘의 미국은 분명 어제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중국>

석탄으로 말하자면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금메달이다. 세계 최대의 석탄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동시에 최대의 수입국이다. 중국은 세계 석탄의 절반을 소비하고 있다. 석탄 소비 2위국인 인도의 4배가 넘고, 전력생산에 쓰는 석탄의 양만도 미국 전체의 두 배가 넘는다. 석유 소비도 세계 2위에 랭크 되어 있다.

중국은 국내 유전에서 하루 4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산유국이다.

지금 들으면 놀랍겠지만 중국은 1990년대 초까지 원유의 순수출국이었다.

소비는 급증하는데 국내 생산은 줄어드니 수입에 의존해야 할 상태가 되었다. 1993년엔 공식적으로 석유제품 순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바뀌었다.

세계에서 제일 큰 병목지점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중국이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이다. 하루 평균 14척의 대형 유조선이 1700만 배럴의 물량을 싣고 이 좁은 바다 골짜기를 지나간다. 전 세계 해상 수송의 35%에 달하고 세계 전체 수요의 20%에 육박하는 양이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고 있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예민한 지점이다.

지정학. 해군력. 미국의 지정학적 힘

중국이 통과해야 할 두 번째 관문은 말라카 해협이다.

석유를 비롯한 전 세계 해상 물량의 20%가 이 좁은 바다를 지나간다. 이곳에는 종교적,정치적 리스크는 없으나 이 중요한 길목을 노리는 해적들이 득실거린다.

세계 석유 수송에서 또 다른 병목지점은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와 이 옆으로 이집트에 깔려 있는 파이프라인인데 이곳을 통해 하루 450만 배럴의 석유가 지나간다. 수에즈 운하의 가장 좁은 곳은 폭이 300m에 불과해 테러리스트의 공격 우려가 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유조선은 길게 흐르는 홍해를 지나 인도양으로 나오는 길목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지점이다.

이곳에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득실거린다.

중국이 해상루트를 통한 원유 도입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것이 미얀마를 관통하는 육상 파이프라인의 건설이다. 2010년 6월에 착공한 이 파이프라인은 2017년 4월에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중국은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를 거치지 않고 중동 원유를 상당량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미얀마와 파키스탄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은 중국의 '투 오션'전략의 핵심이다.

중국은 다른 인도양 연안 국가들에게도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항만,철도,도로 등 수송과 물류 관련 시설이다. 미얀마와 가스관과 송유관이 연결된 쿤밍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과 철도를 연결했다. 중국과 다른 나라를 연결하는 최초의 철로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투 오션 전략은 미국에 절대적 열세인 해군력을 강화하고 해양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이고 그 핵심에는 에너지 안보다 있다. 2013년부터 중국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일대일로'는 '투 오션 전략'이 바탕이 된 것이다.

중국은 세계 6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이어 세계 3위의 천연가스 소비대국이다. 생산 증가보다 소비 증가가 더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천연가스 수입도 크게 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셰일가스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의 두배에 가깝다.

중국은 셰일가스 개발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지만, 중앙정부가 석탄소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천연가스를 선택한 이상 대규모 셰일가스 생산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중국의 셰일가스가 미국에 비해 3배 정도 깊게 묻혀 있고 지층구조도 까다롭지만 중국 채굴기술의 진보도 예사롭지 않다. 설사 기술이 부족하더라도 중국의 장기인 M&A를 통해 첨단기술을 가진 해외업체를 인수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CNOOC가 2013년 캐나다의 대표적인 셰일개발업체인 넥센을 151억달러라는 거금에 인수했고 미국의 셰일유전 지분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채굴비용이 미국보다 더 들수도 있겠지만 아시아의 천연가스 가격이 미국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생산한 셰일가스를 미국에 판매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메가 프로젝트인 '일대일로'건설은 미국 셰일혁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에너지원 확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안전한 수송이다.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 파트너는 파키스탄이다.

중국이 파키스탄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회랑'이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과다르항에서 파키스탄을 관통하여 중국의 서부 신장의 카스 지역까지 연결되는 3000km의 원유와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이다.

인도에게 파키스탄의 친구는 나의 적이고 파키스탄의 적은 나의 친구다. 따라서 파키스탄과 친한 중국은 인도의 적이고, 중국의 적인 미국은 인도의 친구이다. 파키스탄과 핵과 미사일 기술을 거래하며 친하게 지내는 북한은 인도의 적이며 북한의 적인 한국은 인도의 친구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불편한 관계이기 때문에 더 우호적이기도 하다. 인도에는 반 중국 정서가 팽배하다.

국경을 맞대는 나라가 많을수록 지정학적으로 복잡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나라들이 대부분 중국에 적대적이다. 러시아와는 오랜 갈등의 역사가 있고, 몽골은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영향력이 크지만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함께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미국의 군사적 도움으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몽골에는 미군 기지도 있다. 중국의 서쪽으로는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자치구 옆으로 이슬람을 공유하는 카자흐스튼 등 일명 '탄'국가 들이 있다. 과거 이슬람을 평정한 오스만 제국의 영향권 아래 있던 나라들이라 중국의 중앙지역과는 종교적,문화적으로 이질적이다. 그 아래로는 숙적 인도가 버티고 있다. 지금 당장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라다. 베트남은 중국이 가장 다루기 힘든 나라로 미국,프랑스와의 전쟁 외에 베트남의 모든 전쟁은 중국과 치른 것이다. 게다가 한 번도 중국에 무릎 꿇은 적이 없다.미얀마는 군사정권 때는 중국과의 관계가 양호했으나 민주화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는 소원하다.

해안선에서 바다로 나가면 이에 못지않게 힘든 나라들이 버티고 있다. 동중국해는 전쟁을 치른 타이완이 있고 그 옆에 아시아 최대 라이벌이자 미국의 최대 아시아 동맹인 일본이 버티고 있다. 그 옆으로 한국이 있다. 남중국해는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이 가로막고 있고 그 아래로 호주가 있다. 그야말로 육지와 바다, 사방팔방이 적으로 둘러쌓인 것이다.그나마 사정이 나은 남중국해가 유일한 통로다. 그래서 중국이 시멘트를 퍼부어 인공섬을 만들어서라도 출구를 찾으려는 것이다. 게다가 수입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이 남중국해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중국이 사활을 걸고 있다. 이곳에서 미국과는 한판 승부는 불가피한 일이 되었다.

중국이 미국을 넘을 것인가를 예측하는 중요한 잣대는 역시 에너지다. 에너지로만 보면 중국은 미국을 이길 수 없다.

에너지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지정학적 환경이 중요한데 중국은 최악이다.

<러시아>

러시아가 유가 폭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나라가 된 이유는 그만큼 에너지 수출에 대한 의존이 크기 때문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부문이 정부 재정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 50%를 상회했다.

특히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판매하는 천연가스는 총 수출의 70~80%에 육박할 정도이다.

러시아는 유가 폭락의 위기를 원유 생산 증대와 루블화 평가절하로 맞섰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 제일의 에너지 강국이다.

왜 러시아는 유독 우크라이나의 움직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보복조치를 취했던 것일까? 구소련 시절부터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 산업의 중심지였다.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느 소련에게 있어서 지정학적, 군사적 이유뿐만 아니라 에너지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했다. 파이프라인을 깔고 우크라이나 곳곳에 가스 저장시설을 만들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가스시설과 가스이용에 대한 요금을 청구했고,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영토에 있는 시설로 자신의 것이며 가스관 통과료를 지불하라고 맞섰다.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중단하자 우크라이나는 유럽으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에서 천연가스를 빼내 썼다. 유럽이 공급 감소에 항의하자 당시 힘이 빠져 있던 러시아는 하는 수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재개했다. 2006년 겨울 터져나온 가스분쟁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민감한 것은 안보우려 때문이다.

러시아가 무리수를 써서라도 크림반도를 빼앗은 것은 식량 때문이기도 하다.

에너지가 키운 푸틴 그 인기기반은 바로 에너지다.

푸틴의 화려한 등장은 유가와 맥을 같이 한다.

푸틴이 집권하기 전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은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소련해체 후 러시아는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서 1990년대 에너지 산업을 민영화시켰다. 그 과정에서 '올리가르히'로 불리는 신흥재벌이 막대한 부를 쌓고 경제력을 장악했다.

발트해의 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한 2014년 10월, 리투아니아의 조용한 한구도시 클라이패다가 갑자기 떠들썩해졌다. 성대한 기념식은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되었다. 연단에 오른 시장은 "이제부터는 어느 누구도 천연가스로 우리를 압박하지 못할 것"이라며 연호하는 주민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도 축전을 보내 리투아니아 국민들의 에너지 안보를 위한 노력을 찬사했다.

이 배는 바로 FSRU이다.

리투아니아는 필요한 천연가스의 90%를 러시아 파이프라인으로 조달하고 있는데 이 FSRU를 통해 노르웨이로부터 LNG를 수입해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FSRU의 이름은 '독립호'이다. 현대중공업이 만듬.

미국산 LNG를 처음 구매한 유럽국가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인데 이 두 이베리아반도 국가는 러시아나 노르웨이와 파이프라인이 연결되어있지 않아 알제리 등 인접 아프리카에서 LNG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LNG도 쉽게 도입할 수 있었다.

유럽이 러시아 가스 의존을 줄이는 더 확실한 방법은 러시아가 아닌 다른 공급국가와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것인데,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카스피해 국가들이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 카스피해 연안 국가들은 '그레이트 게임'이라 불리는 자원전쟁의 중심에 있을 정도로 천연가스가 풍부하다.

그렇게 나온 것이 '남부 가스 회랑' 프로젝트다. 카스피해에서 러시아를 남쪽으로 우회해 코카서스 지역과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잔과 루마니아를 잇는 '화이트 스트림',아제르바이잔과 그리스, 이탈리아를 잇는 '포세이돈 라인'도 제안되어 있다.

남부회랑 프로젝트는 러시아에 큰 충격을 줬다.

러시아의 선택은 '노드 스트림-2'와 '사우스 스트림'이다.

아시아 피봇, 그리고 신동방정책과 일대일로의 만남

역사는 작용과 반작용의 연속이다. 에너지 지정학에서도 그렇다. 발단은 셰일혁명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천연가스와 원유가 쏟아져 나오자 미국은 최대 과제이던 에너지 독림을 이루게 되었고, 원유 확보를 위해 1970년대 이후 중동에 집중되어 있던 대외관계의 축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2011년 미국은 '아시아 피봇'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중시정책을 내세웠다. 중동대신 새롭게 떠오른 위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전략을 들고 나왔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아시아 피봇'에 맞서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연결하여 지정학적 도전을 뚫겠다는 방안이다.

미국에 맞서기 위한 중국의 또 다른 선택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자국판 아시아 피봇인 동방정책을 들고 나왔다.

미국 셰일혁명 -> 미국의 아시아 피봇 -> 중국 일대일로 -> 러시아 동방정책 -> 일본-미국 VS 중국-러시아 -> 한반도 지정학 위기

아무리 협력한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앙숙이다.

러시아 '유라시아경제협력기구' EEU 또는 EAEU 출범 -> 중국견제

중국이 이런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은 상하이협력기구 SCO

SCO에 인도 참여. 파키스탄 견제 목적. 라이벌인 러시아도 회원국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다른 중국과 러시아, 인도와 파키스탄이 모두 회원국인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성과를 이루어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미국, 유럽과 관계가 좋지 않다. 따라서 SCO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NATO에 대항하는 역할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일본은 저렴한 미국산 천연가스를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미국 LNG매매계약은 가격도 기존 중동 물량보다 저렴한 데다가 목적지 조항이 없는 등 좋은 조건이어서 일본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미국으로서도 셰일 붐으로 천연가스 생산이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이라는 대규모 수요처를 확보하는 것이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2014년 하반기 유가 폭락으로 셰일업체들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을 때라 수출 길을 터주는 것이 필요했다.

일본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LNG도입계약 체결 후 일본은 미국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실어 날라야 한다는 이유로 수송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안보우산ㅇ르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산 LNG가 들어올 해상루트는 미국의 방위망과 연결되어 있으니 미국 에너지의 안전한 수송을 위한 집단적 안전보장, 즉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요구였다. 미국으로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했는데 대규모 에너지 수송을 빌미로 일본에게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이 공동으로 진행한 남,북,러 가스관 사업 타당성 검토 결과에 따르면 육로 PNG방식은 LNG방식 운송비의 3분의 1수준이다. LNG 수송은 액화와 재기화 비용으로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거리가 4800km 이상일 때만 경쟁력이 있는데, 블라디보스톡에서 한국까지는 1000km가 안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LNG형태의 해상운송은 경쟁력이 없음

러시아는 이 프로젝트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한반도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다시 적극 추진할 확률이 높다. 이것이 그의 '신동방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국제 PNG 협정에서 도착지까지의 운송책임은 공급국가가 진다.

역으로 말해 공급중단으로 북한이 겪는 손실이 클수록 공급 교란의 행위를 못한다는 의미다.

진정한 대박은 연결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상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대체적이었다. 몽골 고원에서 생산된 전기를 어떻게 한국까지 보내겠냐는 것이었다. 엄청난 길이의 전선과 송전탑 문제는 고사하고 1000km가 넘는 먼 곳으로 전기를 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또한 국가별 계통사정과 주파수가 달라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전기는 우리나라에서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바로 '송전혁명'을 이룬 초고압 직류송전 HVDC 시스템이다.

대용량 전기를 2000km가 넘는 장거리로 수송하는 것이 가능하며 송전탑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한중일 3국은 소비하는 전력도 세계 전체는 30%가 넘는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거리 지름길이다.

거리가 40%정도 단축되는 것이다.

통일 대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풍부한'노동력과 천연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결국 약탈적 시각과 다름없다.

통일 대박은 북한의 노동력과 천연자원을 얻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통일 대박은 바로 대륙과의 '연결'이다.

20세기 우리나라가 열강의 먹잇감이 된 것은 지리적 요인이 컸다. 대륙과 해양이 만나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충돌하는 지점에 위치한 지리적 환경이 우리를 고달프게 했다. 그러나 땅덩이를 떼서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 우리의 지리적 운명은 바뀔 수 없다. 나폴레옹이 말한 것처럼 지리는 운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21세기는 다르다. 지리적 운명을 바꿀 수는 없지만 지정학적 운명은 바꿀 수 있다. 바로 연결을 통해서다.

지난 반세기 분단으로 인한 지리적 한계로 우리의 눈은 해양 쪽으로만 향했지만 연결을 통해 대륙으로도 시선을 보낼 수 있다. 연결을 통해 우리나라는 진정한 반도국이 될 수 있다. 통일의 길이 멀고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연결을 위해서라도 경색된 남북관계를 뚫어야 한다.

세상이 변하는 것은 무엇보다 돈을 보면 알 수 있다. 투자의 방향을 보면 변화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돈은 석유와 석탄을 떠났다. 투자의 방향이 전기로 몰리고 있다.

2017년 4월 21일은 영국에게 의미 깊은 날이었다. 석탄으로 산업혁명을 일으킨 후 135년만에 처음으로 석탄으로 전력을 생산하지 않는 '석탄없는 하루'를 보낸 것이다.

2016년에도 기념비적인 일이 있었다. 그해 풍력 발전이 전체의 11.5%를 차지해 석탄의 9.2%를 앞지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