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반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읽은 책. 초판이 2017년이라 책의 질문과 답이 현재 조금 달라진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책을 좀 더 빨리 읽었으면 하는 부분이 많음. 에너지 전반과 에너지 관점에서 지정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줌. 이렇게 보면 미국의 셰일 혁명이 얼마나 대사건인지 알 수 있음. 미국의 대외정책을 바꾸고 그로인해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동방정책,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중동과의 갈등 등..

셰일오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매장량도 어마어마하지만 생산단가도 점점 떨어지고 있고 채굴과 휴면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자유롭다. 멈췄다고 다시 재생산하는데 2개월밖에 안걸린다. 승인과 시추까지도 6개월이면 된다. 리그수가 줄더라도 스윗스팟을 중점적으로 채굴하면 생산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알던 것과는 달라서 약간 혼란스럽지만 어쩌면 이번의 에너지 공급 위기도 잘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발췌>

어떤 사물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이 갑자기 없어진다고 가정해보는 것이다.

1조 와트시라는 전력량을 생산하는데 에너지원별로 몇 명이 사망하는지에 대한 통계

석탄-10만명, 석유-3만 6천명, 천연가스-4천명,태양광-440명, 풍력-150명, 원자력-90명

화석에너지는 탄화수소이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대부분의 제품들도 탄화수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원유의 경우 탄소 85%,수소 12%로 이루어져 있고 황,질소,산소도 소량 포함하고 있다. 땅속에 묻혀있던 이 탄화수소가 에너지로 사용되면서 많은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날아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석탄 매장량의 22%,중국은 12%, 호주는 8%를 차지한다. 석탄의 종류는 탄화된 상태에서 탄소가 얼마나 남아 있느냐에 따라 탄소성분이 95%인 무연탄과 80~90%인 역청탄, 70%인 갈탄 등 유연탄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은 무연탄이고 북한에서는 유연탄도 생산되고 있다. 무연탄은 불이 늦게 붙으며 연기가 나지 않고, 연기를 내는 유연탄은 불에 잘 붙고 화력이 무연탄 보다 강하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연탄이 더 널리 쓰이고 있다.

때마침 19세기 말 미국의 '석유왕' 존 록펠러가 조장한 저유가 석유전쟁이 펼쳐지면서 석탄에 대한 가격경쟁력도 개선되어 석유는 빠르게 석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전환 -> 치킨게임

석유는 2차 산업혁명의 동력이 되었다. 2차 산업혁명이 1880년대 말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것은 미국이 세계 최초의 석유 생산국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1차 산업 혁명이 석탄의 증기력을 이용한 소비재 경공업 중심이었던 것에 반해 2차 산업혁명으로 부가가치가 큰 생산재 산업인 중화학 공업으로 전환되었다.

전기를 인위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전기가 석유나 석탄 등 기존 에너지원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열에너지, 운동에너지와 함께 빛에너지도 동시에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열,힘, 빛으로 언제든 변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큰 손실 없이 먼 거리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고, 광범위한 영역에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

내연자동차,비행기,컴퓨터,인터넷 등 산업혁명의 총아들은 당대의 '잡킬러'였다.

사실 전기차는 연료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친환경적이라서가 아니라 석유차로는 자동차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많은 전자장비들을 구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능 좋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동차는 그 자체가 발전소이다. 배터리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것, 즉 전기차를 충전했다가 다시 방전할 수 있는 양방향 충전방식인 'V2G'이다. 전기차를 사용한 후 주차장에 세워두면 전력소비가 많은 피크타임에 남은 전기를 팔고 전력수요가 낮은 시간에 충전하여 자동차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에너지 프로슈머'로 작은 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다. 30kw의 전기차 1000대가 동시에 연결만 되면 3만 kw 즉 30MW의 발전소가 되는 것이다. 석탄발전소인 영동 1호기의 5분의 1 규모이다. 배터리 용량이 커지고 연결되는 자동차가 많아지면 '전기차발전소'의 용량도 훨씬 커진다. 가령 100kW의 전기차 1만 대가 연결되면 1GW로 원자력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기존의 전통유전은 승인에서 시추까지 3~5년이 걸렸는데 셰일유전은 6개월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추에서 생산까지는 1~2개월이면 충분하다. 유가가 하락하면 잠시 덮어두었다가 유가가 반등하면 바로 다시 가동할 정도로 신속하고 역동적이다.

이로써 셰일유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졌다.

한때 미국에서 가동 중인 석유굴착기인 오일 리그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유 생산이 줄고 따라서 유가도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이 있었으나 이는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가격의 하락으로 채산성이 줄면 업자들은 더욱 치밀한 분석을 통해 더 경제성이 높은 유정 측 '스윗 스팟'을 찾아내 생산을 집중하고 채산성이 떨어지는 굴착기는 가동을 중단시켜 평균적인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것이다. 그래서 리스 수가 준다고 해서 생산도 같이 줄어는 것은 아니다.

록펠러의 뒤를 이은 7공주의 저유가 전쟁으로 석탄은 더 빨리 시장에서 물러났고 석유 의존도는 1950년 10%에서

1965년 45%로 급증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2014년 유가 폭락은 지난 100년간 석유시장을 주무르던 미국과 사우디가 새로운 진입자인 개도산유국과 러시아의 힘을 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벌인 저유가 전쟁의 결과이다.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오일 업자들을 도산시키기 위해 유가를 낮추었다는 항간의 주장은 지엽적 분석이다.


4차 변동기의 유가 하락은 과거의 사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번 유가 폭락의 가장 큰 이유는 공급량의 증가이며, 그 진원지는 미국이다.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퍼미안 셰일공구의 한 귀퉁이에서 발견된 원유가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사우디의 가와르 유전의 규모를 능가한다. 게다가 기술의 진보로 생산단가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더 낮은 유가에도 이득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유가가 너무 내려갔다고 생각하면 잠시 생산을 멈추면 된다. 다시 가동하는데 2개월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목적지제한조항은 일단 계약하면 그 물량은 그 목적지에서만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구매국에서 아무리 물량이 남아돌아도 수입한 물량은 다른 나라에 재판매를 하지 못하는 조항이다. 한국 등 동아시아는 전 세계 LNG물량의 70%정도를 수입하는 고객이지만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높은 가격과 불리한 조항들을 받아들였다. 이는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불린다.

이런 LNG시장이 미국의 셰일혁명 이후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구매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