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의미있는 계획과 실천을 위해 다산의 말씀을 듣다.


사대부의 마음가짐이란 마땅히 광풍제월과 같아서 털끝만큼의 가림도 없어야 한다. 무릇 하늘이나 사람에게 부끄러운 일들을 칼로 끊듯이 범하지 않는다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가짐이 넉넉하여 호연지기가 있게 될 것이다. 만약 자그마한 재물에 잠깐 마음을 저버린 일이 있게 된다면, 곧 기상이 주리고 위축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과 허깨비의 갈리는 곳이니 너희들은 간절히 경계하도록 하라.

거듭 이 말을 잘못하여 업을 삼가지 않을 수 없다. 전체가 모두 온전하더라도 한 구멍만 우연히 새면 깨진 항아리와 같듯이, 모든 말을 다 미덥게 하다가도 한마디만 우연히 거짓되면 허깨비와 같게 되는 것이다. 너희들은 간절히 경계토록 하라. 말을 지나치고 과장되게 하는 사람은 사람들이 믿어주질 않으며, 더구나 가난하고 천한 사람은 더욱 마땅히 말을 어렵게 해야 한다.

큰 흉년이 들어 백성 중에 굶어 죽는 사람들이 수만이라, 천명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보니 대체로 게으른 사람이 많더구나. 하늘이 게으른 자를 싫어하여 모두 죽인 것이다.

대체로 사람은 존경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그 무릎이 스스로 꿇어지며, 꿇어앉은 자세를 풀면 속마음의 존경함도 역시 헤이해지는 것이다. 얼굴빛을 바르게 하고 말씨를 공손히 갖는 것은 꿇어앉지 않고서는 이룰 수가 없다. 또한 이 한가지 일에 따라서 자기 스스로의 지기를 증험하게 되니 꿇어앉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가장 행복한 삶을 찾는 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신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리라. 눈높이는 자기 분수이다.

무릇 사대부의 가법은 이제 막 벼슬길에 오르면 곧 마땅히 산과 언덕에 집을 빌려 처사의 본색을 잃지 말아야 한다. 만약에 벼슬길에서 물러나오면 마땅히 서울에 의탁하여 살아 문화에 대한 안목을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나는 지금 이름이 죄인의 명부에 있어 너희들로 하여금 잠시 전원에 은둔하게 하였다. 훗날의 계획에 대해서는 오직 도성 십리 안쪽에 살도록 하겠다. 만약 집안 형편이 쇠퇴하여 과일이나 채소를 길러서 생활을 도모하다가 재물이 차츰 넉넉하기를 기다려 곧 도성 안으로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폐족, 아무 희망도 꿈도 없이 세월만 보내면 가문의 중흥은 없다. 경전만이 책이 아니다. 천지만물이 다 경전이다. 정약용은 당부한다. 폐족이 되었다고 실의에만 빠져 있지 말고 경전공부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농사짓고 과일과 채소를 가꾸며 맑고 밝은 성정을 기르라고. 걸림이 없는 아름다운 마음은 자연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역경에 처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참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학문을 하는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새해가 밝았구나. 군자는 새해를 맞으면 반드시 그 마음과 행동을 더 새롭게 하기를 요한다. 내가 어릴 때 매번 새해 첫날을 맞이하면 반드시 일 년의 공부 과정을 정하였다. 예컨대 무슨 책을 읽고 어떤 글을 뽑아 적어야겠다고 정한 연후에 행하였다. 혹 수개월 후에 이르러 비록 사고로 뜻을 빼앗겨 실행하지 못할 때도 있었으나, 그 선을 즐기고 앞으로 향하고자 하는 뜻만은 또한 스스로 덮지 못함이 있었다.

근세의 어떤 학술은 오로지 빈관만을 내세워 주장하여 외모를 단정히 꾸미는 것은 허위라고 지목하는 일이 있다. 그래서 경박하고 방탕하여 마음의 구속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이를 들으면 모두 뛸 듯이 크게 기뻐하여 마침내 기거나 동작의 예절에 대해 마음대로 하고 만다. 나도 또한 예전에 깊은 이 병폐에 걸려 늙음에 이르도록 몸이 예절에 익숙하지 않으니 비록 후회한들 고치기 어려운지라 심히 후회스럽고 한스러운 일이다. 예전에 너희를 보니 모두 옷깃을 여미고 바르게 앉으려 하지 않아서 단정하고 엄숙한 안색을 혹여 한번이라도 보지 못했으니, 이것은 나에게서 한번 옮겨가 너희들의 습관이 된 것이다. 이러한 것은 성인이 사람을 가르칠 때 먼저 외모로부터 수습하여 가서 바야흐로 이 마음을 안정시키라고 가르친 것을 전혀 알지 못 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만히 드러눕고 옆으로 삐딱하게 서고, 아무렇게나 말하고 시선을 어지러이 하면서 가히 경건함을 지니고 마음을 보전할 수 있는 이는 있지 아니하다.

오늘 배우지 않으면서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고

올해 배우지 않으면서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세월은 흘러나 나를 기다려 주지 않으니

아아, 늙었도다. 이는 누구의 허물인가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나니

조그마한 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마라.

봄날의 즐거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뜰 앞의 오동잎은 벌써 쓸쓸한 가을을 알리누나.

세상의 모든 사물은 대개 허망하여 부질없는 것이 많다. 풀과 나무, 꽃 약초들은 바야흐로 번성하여 활짝 피면 어찌 진실한 것이라 여기지 않겠는가. 급기야 초췌하여 시들면 진실로 허망한 것이다. 비록 소나무와 잣나무가 오래 산다고 해도 수백 년에 불과하고, 그것도 쪼개져서 불에 타지 않으면 또한 바람에 너어지고 좀이 먹어 사라지게 되니, 이러한 이치를 지혜로운 선비는 알고 있다. 유독 토지나 밭의 허망함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자가 드물다. 세속에서 밭을 사고 집을 마련하는 것을 가리켜서 진실하고 튼튼하다고 여긴다. 사람들은 토지나 밭을 바람이 날려버릴 수도 없고 불이 태울 수도 없고 도둑이 훔칠 수도 없어서, 천년 백년이 지나도록 파괴되거나 손상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것을 마련하는 사람을 든든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내가 다른 사람들의 토지 문서를 보고 그 내력을 조사해 보니, 100년 내에 주인이 바뀐 것이 항상 대여섯번은 되었고 심한 경우에는 일고여덟아홉 번은 되었다. 그 땅의 본성이 흘러 움직이고 잘 달아나는 것이 이와 같다. 그러니 어찌 유독 남에게는 가볍게 움직이지만 나에게만은 오래 머물러 있기를 바라서 두드려도 깨어지지 않는 물건이기를 믿을 수 있겠느냐. 창녀나 기생, 노는 여자는 자주 남자를 바꾼 뒤에 나에게 이르렀으니 유독 오래도록 나에게만 정조를 지키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땅을 믿는 것은 기생의 정조를 믿는 것과 같은 것이다. 부자들은 논밭이 동서남북으로 이어져 있으며 반드시 뜻이 차고 기운이 성대하여 베개를 높이 베고 자손을 보며 말하기를 만세에 살 터전을 내가 너희들에게 준다고 하지만 진시황이 당시에 아들 호해에게 전한 것은 이 부자 정도에 그칠 뿐이 아니었는지 이 땅 물려주는 일이 어찌 믿을 만한 것이겠는가.

내가 현재 나이가 적지 않아 겪어 본 일이 많다. 무릇 재산이 있어 자손으로 하여금 누리게 한 자는 천이나 백 가운데 한두 사람뿐이다. 형제의 자식을 취하여 재산을 준 자도 그 운이 좋은 사람이며, 간신히 소목을 따져 몸을 굽혀 거적자리를 깔고 애걸하여 그 재산을 먼 친척에게 주기도 한다. 그런데 평소의 행동은 한 끼의 저녁밥도 아끼는 자들이 천하에 넘친다.

그렇지 않으면 불초한 자식을 낳아서 애지중지하여 꾸짖거나 매를 때리지도 않는다. 급기야 성인이 되어서는 마음으로 부모가 늙기를 바란다. 삼년상이 막 끝나면 마조나 강패 같은 노름 등 몸에 삼충의 기예를 갖추고 이 때문에 재산을 그릇되게 낭비하는 자가 줄을 잇는다. 이로 말이암아 보건대, 이른바 부자라고 어찌 부러워할 것이며, 가난하다고 어찌 슬퍼할 것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