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23년을 마무리하며, 그리고 곧 다가올 2024년을 기다리며 1년을 되돌아본다.



투자는 내 인생의 전부이고, 투자와 관련된 일 이외에는 거의 하지 않다보니 생각나는 것도 이것뿐이라 크게 투자파트와 인생파트로 나누어 적어보려 한다.




투자


올해 거둔 직접투자 수익률은 대략 8.7% 정도 된다(4월 자산의 일부를 투자해놓은 VIP자산운용 공모펀드 수익률은 11%대). 이미 수취한 배당금, 그리고 계좌 폐쇄문제로 아직 받지 못한 배당금까지 합한다면 약 10%정도 되는 것 같다. 코스피 지수가 18%정도 올랐고 코스닥도 20% 넘게 오른 점을 고려하면 부진한 실적이다. 올해 1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사람들도 많았고 수익률보다도 수익금이 가장 컸던 한 해라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을 보면 분명히 돈을 벌기 좋은 환경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메인종목들이 시장의 중심에서 한참 벗어난 종목들이라 관심을 받지 못한 것도 있지만 많은 상승이 나왔던 레이크머티리얼즈, SK하이닉스, 클래시스 같은 승자종목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너무 일찍 매도하면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수익을 잘 냈었는데 지금은 왜 이러지 하는 생각부터, 분명 가치투자가 옳은 방식이고 이것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게 나한테도 맞는 것인가 하는 고민, 애초에 몇 백퍼센트까지 버틸 수 있는 그릇이 안 되는데 애써 그런 종목들을 찾고자 노력하고 장기보유하면서 단기수익의 기회를 다 놓치고 있는거 아닌가, 그런 종목을 찾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있는지 부터 이 바닥에서 나의 경쟁우위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도 참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연말, 생각을 정리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째, 아직 한 싸이클을 끝내지 못했다라는 점. 단타매매를 하는게 아닌 이상 주식을 사고 수익을 거두기까지 시간은 꽤나 오래 걸린다. 산업마다 싸이클의 주기가 달라서 종목마다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경기가 나쁠 때 주가가 낮고, 경기가 좋을 때 주가도 비싸지는데 아직 거기까지 가진 못했다는 생각이다. 봄에 씨앗을 뿌려놓고 여름에 그것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비료도 주면서 추수할 가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나는 씨앗을 심고 이제 여름밖에 되지 않았는데 왜 열매가 안 맺히는지 의문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어렵게 고른 주식이고 분명 좋은 주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빨리 팔았다는 점이다. 마이너스 구간은 잘 버텨놓고 플러스로 돌아서니, 그리고 충분히 먹음직스러운 수익이라고 생각되는 구간에서 이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주식을 다 팔아먹은 것이다. 초가을 열매가 조금씩 맺히기 시작하니 다 수확을 하고 뿌리를 뽑아버린 꼴. 스스로 수익률의 상단을 제한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성장산업을 외면했다는 점이다. 올해 큰 수익률을 보였던 2차전지, AI, 로봇, 전기 인프라 관련된 주식들 중 내가 보유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2차전지 장비주인 원익피앤이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보유하고 있다보니 그리 좋은 종목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는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게 원칙이었고 그걸 잘 지켰구나 싶긴 한데 문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르면 알고자 더욱 노력해야 했는데 신산업, 신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 그리고 노력부족으로 인해 많은 수익을 놓쳐버렸던 것 같다. 낚시를 잘 못해도 일단은 물고기가 많은 곳에서 낚시를 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종합하면 공부 부족, 잘못된 투자습관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2024년부터는 성장 산업을 공부하고 그 안에서 좋은 종목을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좋은 종목을 잡았다면 주가가 쌍코피 터질 정도로 고평가되지 않는 한 매도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해야겠다.




인생


올해는 지난 해 대비 추가된 정량적인 스펙은 없는 것 같다. 증권사에서 보조업무를 하게 되면서 5월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던 자격증 공부를 내년으로 미루었다. DB GAPS 투자대회에서도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투자동아리는 여름을 기점으로 해산했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일을 한 것을 중간에 후회를 했던 적도 있다. 지금도 아쉬움이 남기는 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올해는 태어나서 가장 많은 책을 읽었다. 워런버핏, 찰리멍거, 필립피셔, 피터린치, 하워드 막스, 장마리 에베이야르 등 내로라하는 투자대가들의 책들과 최준철, 홍진채 대표님 등 국내 투자자분들의 책까지.



그 중에서 1위를 고르라 하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워런버핏의 스노볼을 뽑을 것 같다. 단순히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해야할지 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투자자라는 타이틀을 갖기까지 어린 시절부터 어떤 노력들을 했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왔으며 어떤 일을 계기로 변화하고 성장해왔는지 너무나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와 비교해볼 때 내가 얼마만큼 부족했고, 얼마만큼 뒤처져있는지,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유익했다. 지금으로써 올해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제 1의 이유는 바로 스노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이 책을 읽고 워런 버핏과 사랑에 빠졌다. 비록 짝사랑이지만).



내년에는 다시 학교에 복학해 나머지 4학년을 마칠 예정이고, 5월 예정된 자격증 시험을 다시 준비하고 졸업논문을 위해서 학과 공부에도 매진해야 한다. 거기에 투자 스터디 활동과 폭넓은 산업분석도 함께 해야하니 2024년은 정말 줄기차게 공부하는 '공부의 해' 가 될 것 같다.



그나마 올해 쌓은 가장 큰 것은 자산인데, 한 달에 172만원씩 월급을 받으면 그 중 100만원을 저축(증권계좌에)했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집에서 기생하는 못난 자식이 되고 싶지는 않아 매달 25만원씩 어머니께 생활비를 드렸고(물론 이 수치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춘천 주거비 공동부담으로 10만원, 교통비 13만원, 기부금 3만원, 통신요금 5만원(알뜰요금제로 바꾸면서 이제는 1만 2천원이다!), 도서비 7~10만원정도 고정비를 제하고 나면 약 6만원이 남는다. 이제 이것을 점심 및 주말 식비로 사용했다.



종종 내게 지금은 돈도 벌고 투자도 해서 전보다 여유가 있으면서 왜 그렇게 쪼들리면서 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금은 젊으니까, 그리고 꿈이 있으니까 이렇게 사는게 행복하다고 했다. 젊으니까 편의점 빵으로 끼니를 때워도 괜찮은거고, 꿈을 이루고 싶으니까 더 아끼면서 사는 것이다(나이 들어서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비참할까?). 투자를 해서 더 여유가 있는게 아니라 졸라매고 졸라매서 씨드를 더 키워야하고 수익금은 모조리 재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여유가 없을 수밖에 없다(초기에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투자자라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니까, 유행 따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물욕이 없는 편이라서 상대적으로 더 행복한 것 같다. 실제로 내 물건들 중에서 내가 산 것은 많지 않다. 핸드폰도 갤럭시 S8을 6년째 사용하고 있고 이어폰도 저번 갤럭시 J5 살 때 기본으로 줬던 이어폰 8년째 쓰다가 고장나서 최근에 갤럭시S8 기본이어폰으로 교체했으며 워치도 생일 때 어머니에게 받은 것, 옷도 잘 사지 않는다. 내게 이런 기질을 선물해주신 부모님께 참 감사하다.





2024년은 또다시 참 많은 도전과 노력을 해야할 해이다. 올해보다 더욱 밀도있는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주어진 자리에서, 꾸준하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다보면 결국 1년 뒤에는 오늘보다 높은 곳에 도달해있지 않을까.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김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