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시나리오는 진화 중이거나 변화 중인 시장에 속한 신생기업의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일이다.

평가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업들이 있기는 하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과도기의 회사보다는 안정적인 회사가, 그리고 소규모의 비상장기업보다는 주식이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상장기업이 평가하고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은 이익의 총합이 자본비용보다 낮고 대다수 회사가 가치를 파괴 중인 나쁜 삼업의 특징을 두루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자동차 산업이 총체적으로 부진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체 자동차 산업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저성장 산업이다. 경기순환에 따라 부침이 심한 경기 순환 업종이다. 또 성숙업종이기도 하다.

  2. 영업이익률이 낮다.

  3. 재투자의 필요가 높다. 언제나 공장과 설비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며 R&D에도 많이 투자해야 한다. 이런 재투자 비용이 현금흐름을 얼마나 감소시키는지를 알려주는 한 가지 척도는 해당 산업 섹터 전체의 순자본지출(감가상각비를 초과하는 자본지출)과 R&D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케이스 스터디 - 우버(2014년)

1.시장규모 - 대략적인 추산을 위해 세계 최대 택시 시장들을 관찰 및 동종 업체들이 모인 사이트와 감독기관의 시장 규모 추산치 확인

2.시장성장 - 차량 서비스 시자으이 성장률은 선진시장은 약 2%, 신흥시장은 4~5% 수준으로 낮은 편

3.수익성 - 상장 택시 회사들의 세전 영업이익률 대체로 15~20%선, 택시 영업권의 시장가격 뉴욕 공인 영업택시인 옐로우캡 면허증은 120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음. 연간 이익이 약 10만~12만 달러 정도일 것이라는 계산

4.투자 - 1차 투자는 택시 면허권을 구입하는 것, 2차 투자는 택시 차량을 구입하는 것

5.위험 - 지역 경제 상황이 택시 수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차량 서비스 진입을 제한하는 감독기관의 규제로 전반적으로는 안정), 회사들 사이의 실적 격차가 큰 이유는 회사 고유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감독 규정 때문

해당 시장의 체계를 이해하고 나면 가치평가의 첫걸음을 떼고 기업에 대한 내러티브를 만들 준비가 끝난 셈이다.

1.큰 스토리로 할 것인가, 작은 스토리로 할 것인가 - 방대한 비전과 특정 사업과 구체적 지리 영역에 한정. 우버와 리프트의 예

2.기존 질서 유지의 스토리로 할 것인가, 파괴의 스토리로 할 것인가 - 테슬라로 파괴 스토리를 만들기가 쉽지만 폭스바겐으로 파괴 스토리를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사업 운영 방식이 나쁘고, 시장 참여자들의 고객 니즈를 전혀 충족해주지 못하며, 수익성도 대단히 낮다면 모든 것을 파괴할 거대 폭풍을 만들어낼 수 있다.

3.계속기업의 스토리로 할 것인가, 수명이 유한한 스토리로 할 것인가 -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대개 계속기업을 가정하기 마련이다. 일부 천연자원회사에 대한 스토리를 짤 때는 미래 어느 순간에 매장량이 고갈될 것이므로, 스토리의 수명도 당연히 유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성장 스펙트럼 - 마지막으로 성장 스펙트럼의 어디에 회사를 위치시킬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1.사업 - 우버는 앞으로도 도심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일 것이다. 교외 지역, 다른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는 있겠지만 수요 증가는 약할 것이고 효율도 낮을 것이다.

2.시장 성장 - 기존 대중교통과 개인 승용차 이용자들의 일부를 시장의 새 고객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3.네트워킹 효과 - 우버의 네트워킹 효과는 지역적 성격이 강하다. A도시에서의 성공은 B도시에서의 성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4.경쟁우위 - 택시 요금의 임의적 수익 배분 결정이 적어도 미국에서는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격결정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5.사업 모델 - 저 자본집약 모델이다.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사업 모델, 우버는 이 모델을 계속 유지할 것

6.위험 - 아직 신생 회사로 손실 중 새로운 자본도 계속 필요. 아직은 영업 위험이 상당히 높은 편

케이스 스터디 - 페라리(2015년)


2014년 페라리가 판매한 자동차는 7255대에 불과. 매출액을 좌우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 슈퍼리치 고객들

배타성과 가격결정력의 부산물 중 하나는 높은 영업이익률인데, 18.2%

페라리는 10년 동안 이어진 시장위기도 훌륭하게 이겨내면서 판매량과 가격결정력, 이익률에서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2015년 IPO 시점에 만든 스토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적은 생산량을 유지하고, 고가격 정책을 평치고, 매우 고급스러운 자동차 회사로서의 포지션을 이어나갔다. 생산시설 확충이 필요 없고 재투자 요구도 최소한도로만 유지할 것, 하지만 경쟁력 보존을 위해 R&D투자는 꾸준히 유지

또한 전 세계 슈퍼리치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페라리는 다른 럭셔리 자동차 회사들에 비해 거시경제 요인의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다.

케이스 스터디 - 아마존(2014년10월)

엄청난 성공 스토리의 표본. 영업이익이 나지 않은 것은 아마존의 오판이나 나쁜 시장 환경 때문이 아니라, 이 회사가 이익을 희생하고 대신에 매출을 증대시키는 전략을 따랐기 때문이다. 내가 이시점 이 회사에 규정한 스토리는 영화 <꿈을 구장>이었다.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짓자 과거 전설의 선수들이 나타나 야구를 하는 내용처럼 아마존은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매출을 키우면 이익은 알아서 발생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케이스 스터디 - 알리바바(2014년9월)

이 회사으 플래그십 오픈마켓 타오바오.

이베이를 모델로 삼았지만 다른 점 1. 새 물건을 파는 중소 소매상 위주 2.거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광고가 주 수익원.

2010년 오픈마켓 티몰 개장. 예탁금,기술 서비스 수수료, 판매 수수료 발생

페이팔과 비슷한 알리페이 개발.

2013년 알리바바의 매출액 약 80억 달러, 영업이익은 거의 40억 달러.


1.성장 시장에 일찍 진입하고 그 점을 강점으로 십분 활용한다.

2.차별화하고 지배한다. - 이베이, 아마존과는 달리 처음에는 광고비만 받았고, 중국문화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고, 중국 소매 시장이 가닥가닥 쪼개져 잇다는 점에도 적절히 대응.

3.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 알리바바가 전체 거래액에서 가져가는 몫은 아주 작다. 타오바오는 광고비, 티몰은 그래봤자 전체의 0.5~1.5%

4.가식을 피한다. - 알리바바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마케팅 비용없이 매출을 창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회사는 기술혁신자가 되겠다는 포부가 없기 때문에 연구개발비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낮다.

스토리라인을 짜면서 이 회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지배적인 시장점유율과 높은 이익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가지는 장점이 다른 시장에 진출을 시도할 때에는 오히려 잠재적으로 약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속 스토리텔링과는 다르게 비즈니스 스토리에서는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스토리의 가능성,타당성,개연성 - 스토리를 정량화할 수 있어야 하며, 스토리를 숫자로 전개했을 때의 예상치를 최대한 정확하게 추산해야 제시해야 한다.


스토리의 가능성이 없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의 스토리는 넘지 말아야 할 수학,시장,회계의 제한 조건을 어느 순간 넘어설 수 있다. 스토리텔러는 이 선을 넘었다는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은연중에 선을 넘게 만드는 가정을 세워두었기 때문이다.

가능성 없는 스토리

  1. 경제 전체보다도 더 커지는 사업

터미널 밸류의 문제. 경제의 정상 성장률을 넘어서는 항구적 성장률은 불가능하다.

2. 시장보다 큰 규모

회사가 아무리 시장점유율을 성공적으로 높일지라도 최종적인 시장점유율은 절대로 100%를 넘지 못한다.

3. 이익률은 100퍼센트를 넘지 못한다.

4.무비용 자본

자기자본에서 얻는 수익이 불분명하다 보니 일부 기업은 자기자본을 무비용 또는 무비용에 가까운 것이라고 착각한다.

타당성이 없는 스토리

1.시장 역학

제품가격 인상과 순이익률 증대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주장.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가격을 올린다면 당연히 시장점유율은 떨어진다. 경쟁사의 대응과 행동에서 실적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내러티브 전반에 지속반영 되어야 한다. 직원 급여와 복리후생을 줄여 이익을 높이는 내러티브를 만든다면 줄어든 보상에도 직원들이 남아있을 때에만 내러티브는 타당성을 잃지 않는다.

2.큰 시장 착각

큰 시장을 목표로 하는 사업체들이 전체적으로 고평가되고, 시간이 갈수록 시장이 포화, 경쟁 심화. 특히 업계 전체의 고평가는 새로운 진입자를 시장에 대거 끌어들인다. 시장 섹터 전체에 대한 평가가치는 결국에는 떨어지고 새 진입자 중 일부는 사업을 접지만 일부 기업은 승리한다.

거의 10년 주기로 신생 시장에 대한 집단적 고평가 현상이 펼쳐진다. 80년대 PC회사들,90년대 닷컴 기업들, 지난 몇년간의 소셜 미디어 회사들

개연성이 없는 스토리

아무리 완벽한 정보를 갖춘다고 해도 어느 누구도 내러티브를 독점하지 못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스토리텔러의 견해에 일관성이 없어서 이런 요소들이 서로 충돌하면 스토리는 개연성을 잃는다.


이 세 변수가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이 가능하다. 성장이 늘어나면 가치는 상승하지만 위험이나 재투자가 증가하면 가치는 하락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업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토리텔러가 고성장,저위험,낮은 재투자율을 한데 묶어 말한다면 이 스토리는 앞뒤가 맞지 않으므로 타당성도 없다. 고성장을 꾀하는 회사가 성장을 달성하려면 재투자를 높여야 한다. 그러니 평상시보다 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페라리 내러티브의 경우 예를 들어 페라리가 마세라티처럼 신모델을 출시해 매출을 늘리면서도, 과거의 영업이익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위험 수준에도 아무 영향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타당성이 없는 합산이다.

아마존의 경우 낙관적이고 타당성이 높은 내러티브의 예로는 아마존은 소매 회사가 아니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엔터산업에 진출해 두 시장에서 대단히 유리한 고지를 점려하게 될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렇게 되면 아마존은 두 시장에서 점유율을 빼앗고 높은 매출 성장을 누리면서도 기존 업체들이 누리던 높은 이익률을 고스란히 얻게 될 것이다.

좀더 비관적으로 스토리를 세운다면 경쟁 소매 회사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데에는 간신히 성공하지만 지속해서 들어오는 온라인 경쟁사를 만나면서 매출은 증가하겠지만 장기적 이익률은 적을 것이다.

거의 망상에 가까운 스토리도 있다. 최종 경쟁 파괴자. 이 스토리에서 아마존은 워낙에 힘이 세서 원하는 가격표를 마음껏 붙일 수 있지만, 고객들은 달리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높은 매출과 이익률을 올리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알리바바의 경우 타당성이 전혀 없는 스토리의 예는 이렇다. 알리바바가 글로벌 회사로 변신하면서 동시에 중국 시장에서 누리던 높은 영업이익률은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사업 영역을 전 세계로 넓히기 위해 상당 규모의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