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모다란의 표현을 빌리면 타고난 스토리텔러다. 그나마도 부족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쌓여있는 프레임과 호라이즌이 모자란만큼 통찰력도 부족하다. 부족한 스토리를 숫자로 옮기는 것은 나에게 더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중학교 때는 수학 37점 맞은 적도 있다... 최근에는 chat gpt에게 부족한 계산을 맡겨볼까 해서 이리저리 질문들을 해보고 있는 중이다. 유료 결제를 한다면 좀 더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계산은 맡길 수 있을 지언정 그 계산에 들어가는 스토리에 따른 성장과 리스크는 내가 판단하고 산정해야 한다. 최근에 문득 가치평가를 공부만하지 실제로 내가 연습하지 않는건 아닐까 고민하고 있다. 이 책 덕분에 가치평가의 디테일을 배울 수도 있었지만 가치평가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연습하고 적용해 볼 용기가 생겼다.

가치평가 문제와 씨름하면서 나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스토리가 뒤를 받쳐주지 않는 가치평가는 영혼과 신뢰성이 없으며, 스프레드시트보다는 스토리가 기억에 더 잘 남는다는 것이다.

내가 만든 비즈니스 내러티브가 낱낱이 발가벗겨지는 순간 현실 세계가 깜짝 반전을 선사하는 위험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하면 할수록 내가 세운 내러티브가 하나도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심지어 불쾌한 기분까지 들게 할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이 있더라도 나는 무서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반긴다. 내 스토리를 다시 들여다보고 개선해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러는 어느샌가 좋은 스토리인지 동화인지 모를 경계선이 모호한 공상의 세계를 배회하기 십상이다. 소설가에게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업을 구축하는 사람에게는 재앙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스토리 청자 입장에서는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공상 스토리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한다.

놀랍게도 스토리에는 어느 정도 패턴이 있다. 위대한 스토리들에도 공통성이 존재한다.

숫자보다는 스토리가 설명하기도 쉽고 기억도 잘 되지만, 스토리텔링은 어느 순간 우리를 공상의 나라로 이끌 수 있다. 이것은 투자에서는 큰 문제이다. 숫자는 체계적인 평가를 가능하게 해주지만, 스토리가 받쳐주지 않는 숫자는 원칙과 체계가 아니라 위협과 편향의 무기가 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투자를 할 때건 사업을 할 때건 스토리와 숫자를 모두 이용하는 것이다.

사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스토리텔링을 조정하고 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시작은 평가하려는 기업을 이해하고, 그 회사의 역사와 해당 사업, 현재와 잠재 경쟁자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스토리를 3P 시험으로 평가함으로써, 스토리텔링에 원칙과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1단계 가능성 여부에 대한 시험, 스토리가 통과해야 할 최소한의 시험대.

2단계 타당성 여부

3단계 개연성 여부

우리는 좋은 스토리를 생각해내면 그 스토리에 애착이 커져서 거기에 의문을 품는 것을 모욕이라 생각한다.

한번 정해진 스토리는 실제 세계에 완벽한 면역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나는 내러티브의 변경을 다음 세 가지로 분류한다.

1.굉장히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 스토리가 끝나버리거나 효력이 크게 줄어드는 내러티브 고장

2.행동이나 결과로 인해 스토리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내러티브 변화

3.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스토리가 기본 내용은 아니더라도 좋건 나쁘건 세부적인 부분이 바뀌는 내러티브 조정이다.

내러티브 변경의 원인

1.뉴스 보도. 경영자 은퇴, 기업 추문, 주식을 매수한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정보는 모두 내러티브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인수합병 발표, 자사주 매입, 배당 증가나 중단도 기업을 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

2.거시경제 스토리의 변화. 금리,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정치적 격변 같은 사건들은 개별 기업에 대한 전망과 가치를 평가하는 시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


라이프사이클 초기에 사업가치를 이끄는 주요 요인은 내러티브 이다.

기업이 나이가 들고 역사가 생기게 되면 가치평가에서 숫자가 차지하는 역할이 더 커진다.

나는 타고난 넘버크런처이기 때문에 내 평생에 스토리텔링이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억지로 힘을 내며 꿋꿋이 스토리텔링 기술을 연마했다. 내가 제 2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나 찰스 디킨스가 되는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고 그것을 가치평가에 연결하기는 한결 익숙하고 편해졌다. - 한발한발 무던히. 동급최강 지향. 내가 속한 레벨에서는 최고치까지

<뉴욕타임즈> 기고문에서 존 휴스는 기술 의존으로 인해 지식이 조각나고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되면서 스토리텔링이 비집고 들어설 공간이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이런 설명이 맞는지 틀린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금융 시장만 놓고 보면 접근 가능한 정보가 늘어났음에도 투자자들은 안심하기는 커녕 전보다 더 불안에 떨면서 판단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정보 증가가 투자결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 행도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과거 세대보다 더더욱 좋은 스토리텔링에 이끌리는 모습을 보인다.

스토리의 해독약:숫자

잘 만들어진 스토리에는 구조가 존재한다.

1단계 발단이나 자극의 순간: 스토리의 시작이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해야 할 주요 갈등이 소개된다.

2단계 심화나 상승: 이 단계에서는 사건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스토리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비극의 심화 단계에서는 주인공에게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고, 희극에서는 고난이 이어진다.

3단계 절정이나 전환점: 사건의 방향이 전체적으로 뒤바뀐다.

4단계 반전이나 하강: 여기서는 앞의 3단계에서 시작된 변화의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5단계: 비극이라면 스토리는 비참한 결말로 끝난다. 또는 주인공의 승리나 패배를 보여주면서 사건이 해결된다.


조지프 캠밸. 모든 신화의 영웅은 비참하게 시작하지만 끝에 가서는 찬란한 여정을 걷는다는 공통된 구조가 존재한다. - 스티브 잡스의 예시


창업자 스토리

1.호레이쇼 앨저 스토리 - 전형적인 미국식 신분상승 성공신화 스토리. 거지가 백만장자가 되는 스토리의 변형. 투자자들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성공을 이뤄낸 창업자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스토리에 끌린다.

2.카리스마 스토리 - 창업자의 직관적 통찰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통찰의 순간에 창업자는 사업 기회에 대한 비전을 얻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간다. 일론머스크의 예

3.관계의 스토리 - 어떤 사업에서는 인맥이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4.유명인사 스토리 - 투자자들은 창업자가 유명인사라는 점에 끌리기도 한다.

5.경험의 스토리 - 창업자의 과거 경력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기업과 창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전적으로 창업자 위주로 비즈니스 스토리를 만들 때에는 다음 두 가지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

1.창업자와 사업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 창업자 개인의 실패가 기업을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창업자 개인에 대한 스토리가 언제나 청자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면, 개인의 스토리는 사업 성공과 어떤 식으로든지 관련이 있어야 한다.


좋은 스토리는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

1.좋은 스토리는 단순하다.

2.좋은 스토리는 믿을 수 있다.

3.좋은 스토리는 진솔하다.

4.좋은 스토리는 감성을 건드린다.

숫자는 통제를 나타낸다.

<어린 왕자>에서 한 소행성을 방문한 어린 왕자는 별들의 숫자를 세는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별들의 숫자를 다 세면 그 별들이 자신의 것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어린 왕자>의 이 이야기가 큰 공감을 사는 이유는 무언가를 측정하거나 숫자를 부여하면 그것을 통제하는 힘이 생겨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체온계는 열이 있는지만을 알려주고 혈압계는 혈압을 측정해줄 뿐인데도 우리는 이런 것들을 측정하면 건강을 더 잘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측정하지 못하는 것은 관리할 수도 없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이 슬로건은 조금 다르게 바뀌었다. "측정하고 있다면 이미 그것을 관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많은 기업에서는 진지한 분석을 많은 숫자들로 대체해버렸다.

모형의 정밀함은 결과 값들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면, 정확성은 결과를 실제 다트 판의 숫자들과 비교해서 측정한 것을 의미한다. 이런 차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넘버크런칭 분야에서는 정확성보다 정밀성을 중시하는 실수를 자주 저지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 위험 프리미엄의 추정치인 6.18%에는(미국주식 연평균 수익률 - 미국 장기 국채 연평균 수익률) 이제 표준오차 2.30%라는 경고 문구가 따라붙는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이 추정치는 어느 쪽으로건 최대 4.60%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진짜 주식 위험 프리미엄은 1.58%로 낮아질 수도 있고 10.78%로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무언가를 측정한다고 해서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온계로는 몸에 열이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열을 치료하지 못하듯이, 포트폴리오의 표준편차를 측정해봤자 위험 정도만 알 수 있을 뿐 위험으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보호하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 어떤 것을 측정할 수 있으면 통제감이 늘어나고, 숫자에 파고드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측정 도구를 버팀목으로 삼으려는 심정도 커지기 마련이다.

정교한 측정 도구를 가졌기 때문에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숫자가 상식을 몰아낼 수 있다.

모두가 똑같은 데이터를 공유하고 어쩌면 분석 도구까지도 똑같다 보니 부각되는 투자 기회도 똑같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모두가 동시에 같은 종목을 사고파는 '군집'현상이 발생한다.

군집은 모멘텀을 만들고, 모멘텀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투자자의 투자결정을 강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만약 기본적 과정(사업, 시장 또는 경제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면 군집은 집단 전체의 실패를 이끄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데이터라는 것은 어쨌든 과거의 데이터이고, 구조적 변화가 발생해 미래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다면 데이터 기반의 미래 예측은 전혀 쓸모없어진다.

데이터 중심의 세상으로 한 걸음식 나아가고, 데이터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수록 과거보다 훨신 자주 경기호황이나 붕괴가 올 것임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거품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클 것이며, 당연하게 거품이 터지는 순간 펼쳐질 대학살극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잔혹할 것이다.

데이터를 정보로 가공하는 과정 3단계

1.데이터 수집

2.데이터 분석

3.데이터 제시

데이터 수집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편향을 조심해야 한다.

  1. 선택 편향 - 통계학에서는 될 수 있으면 큰 모집단에서 골라낸 표본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완벽하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단 무작위 표본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따른다.(s&p500 기업들만을 표본에 집어넣는 예)

  2. 생존자 편향 - 헤지펀드 수익률을 조사하면서 현재 존재하는 헤지펀드들만을 가지고 과거 수익률을 추적하는 실수를 저지른 예

통계 도구가 갖춰졌다는 사실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이다. 더도 덜도 아닌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오는' 분석으로 향하는 문이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1. 우리는 평균을 지나치게 맹신한다.

  2. 정규는 표준이 아니다. - 안타깝게도 현실세계의 현상들은 정규분포 확률로 발생하지 않는다.

  3. 이상치 문제 - 이상치(관측된 데이터 범위에서 벗어난 아주 작은 값이나 큰 값으로 통계 분석의 결과 왜곡이나 적절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문제는 분석 결과의 유효성을 떨어뜨린다.

91년 제약 회사들은 과거의 상당한 R&D 투자를 발판으로 엄청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제약 회사들의 가격결정력, 단단하게 보호되는 특허권, 크게 올라간 의료비 지출, 분열돼 있는 건강보험 회사 그리고 모든 차원에서 비용에 대한 책임성이 결여되 있다는 사실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지난 10년간 이 스토리는 어떻게 변했을까? 의료비 증가율이 둔화되었고, 의료보건법이 바뀌는 등 여러 변화가 추진되면서 제약 회사들의 가격결정력이 약해졌다.

1.건강보험 회사들의 합병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제약 회사들과 약품가격을 협상할 대 교섭력이 잠재적으로 증가

2.정부는 메디케이드(65세 미만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비 보조제도)의 구매력을 이용해 약품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했고, 메디케어(65세 이상 노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 의료보험제도)의 경우에는 여전히 보험 회사를 통하기는 해도 제약 회사에 압력을 가해 약품 단가를 낮출 수 있다.

3.약품의 유통망 역할을 하는 약국들도 합병과 기업화가 진행되면서 가격결정 과정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R&D 비용을 지출하고 매출이 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매출 성장률을 R&D 비율로 나눈 값을 그해의 R&D 보상을 측정하는 단순 척도로 삼았다.

R&D 매출 성장배율 = 매출 성장률 / 매출액 중 R&D 비율

몇가지 한계는 있지만 R&D 매출 성장배율은 제약회사가 R&D에서 거두는 보상이 감소하고 있으며, 심지어 2011~2014년에는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토리의 핵심 소재가 되는 기업이야말로 내러티브 구축을 시작하기 위한 논리적 출발점이다. 회사가 오래전부터 영업활동을 하고 있었다면 회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성장이나 수익성, 사업 방향을 이해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신생기업이라면 과거를 살펴봐도 얻을 만한 교훈이 별로 없다. 신생기업의 내러티브를 구축할 때는 투자자 입장이 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 회사를 운영하는 창업자나 오너들, 그들의 과거 이력 그리고 동종 업계에 속한 다른 대기업들을 관찰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회사가 영업활동 중이거나 활동할 계획인 더 큰 시장을 관찰하는 것이다. 성숙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활동 중인 회사에 대한 시장 분석은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만약 시장이 진화 중이거나 변화 중이라면 시장 분석이 조금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성숙 시장에서 나오는 변화일 수도 있고, 소비자 행동의 변화일 수도 있다.(콘텐츠 사업에서 스트리밍으로 이동하는 것) 또 감독기관의 법규나 규제 조치의 변화일 수도 있고, 지리적 변화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업종의 현재 상태뿐만 아니라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