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자문단장을 지내신 모양이다. 이력이 화려하신데 샌프란시스코 연은이나, IMF에도 자문위원을 하신 듯. 어쨋든 제도권 안의 인물이 보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시각이다. 나야 이 분야에 지식이 일천하다보니 어렵게 봤음. 논문보는 것처럼..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는 주류세계보다도 오히려 제 3세계를 주류 세계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인류의 생산성은 얼마나 올라갈까? 제 3세계의 수많은 인재들이 주류세계로 들어오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생산성과 시장은 얼마나 거대할까?

거래 기록의 업데이트가 흠결 없이 이루어지면서 기록의 진실성에 의존하는 다른분야의 경제 행위도 보다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아차리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암호화폐가 돌아다니는 이러한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의 용처는 앞으로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를 능가하면서 무궁무진하게 개발될 것이다.

암호화폐 시스템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는 해시와 합의도출 프로토콜이다. 해시는 일종의 지문이나 자취로 볼 수 있는데 블록마다 고유의 값을 가진다. 각 거래 내용이 기록된 블록은 이전 블록의 해시 값을 포함하므로 기록 내역을 변경하려면 결국은 모든 블록에 손대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많은 전기료를 지불해가며 이어온 블록들을 더 많은 대가를 치르고 고쳐 나갈만한 동기를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보다 완벽한 검증을 통해 최선의 기록을 이어나가는 편이 인센티브 차원에서 훨씬 유리한 선택이다. 즉 블록을 체인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경제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제대로 된 기록이 보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그래서 다양한 블록체인 중에서도 가장 긴 체인이 지속적으로 선택된다.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판을 뒤집고 기록을 다 바꿔칠 만큼의 경제적 이윤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블록 사이즈 등에 관한 이견으로 사용,개발,검증,운영 관련자들간의 합의가 어려운 경우에는 하드포크를 통해 새로운 블록을 쌓아나가게 된다.

미국 등 기축통화 국가가 세계적 기축통화 자산의 유일한 공급처로서 과도한 혜택을 누리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소위 트리핀 딜레마는 기축통화 국가의 적자에 의존한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선택임을 갈파하고 있다. 즉 지속적인 미국의 적자를 배경으로 달러라는 법정화폐를 글로벌 유동성으로 활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라는 뚜렷한 발행 및 관리 주체의 신뢰기반이 글로벌 차원에서 인식되려면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적자가 계속 커진다면 신뢰기반도 굳건하게 지켜내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이제는 글로벌 금융체제 관점에서도 글로벌 초연결 환경에 적합한 화폐 기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전향적 기회를 던지고 있다.

이미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더욱 커져가는데, 이를 단기에 완화하기 위한 정책노력은 오히려 중장기적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은 안전 내지 우량 자산 수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은퇴 계층에게는 강남 아파트만이 변함없는 안전자산이다. 은퇴인구가 늘어날수록 부동산 가격만 자극되는 구조다. 자신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 사회 전체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측면이 강해지는데도 달리 선택할 여지는 별로 없다.

암호화폐는 투기 수단으로 고안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통화정책의 수단도 아니다. 발행량을 늘려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조장함으로서 거래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지탱하려는 노력까지도 철저히 배제한 탈중앙화의 수단이다.

비트코인이 묶음당 생성되는 양은 50BTC을 넘지 않는다. 변동분은 21만 코인이 될 때마다 절반으로 줄어들며 전체 2100만개를 넘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왜 2100만개로 고정을 시켜놓았는지는 기존 통화정책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현재의 법정화폐 관리 주체인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책임도 맡고 있는데 그 핵심이 통화량의 공급 조절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경제적 상황에 따라 통화량을 늘리고 줄이는 과정을 통해 경기의 진폭을 완화하고 안정 성장과 물가 안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부여된 임무는 종종 자의적 판단으로 희석되곤 한다. 통화 증가율을 과도하게 높여서 초래되는 인플레이션은 역사를 통해 흔히 관찰할 수 있다.

결국 처음에 참여한 소수의 합의에 의한 규약, 즉 프로토콜은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를 지켜나가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무엇보다도 정책을 빌미로 이루어지는 개입 여지를 차단한 독특한 설계는 어떤 식으로든 신뢰토대를 지켜내겠다는 뜻이 반영되어 있다. 당연히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비트코인에는 화폐를 활용하려는 유인보다 발행량 축소와 연관된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보관하려는 유인이 강하게 작용하기 대문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비트코인은 활용되기보다 장기적 투자, 즉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매력이 커 보인다.

다수의 복제장부 보유와 연결로 보안을 유지한다는 획기적인 발상이 바로 블록체인이며, 이러한 분산구조에서 보안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암호화다. 그리고 해시함수의 특성과 나운스 활용, 머클트리의 조합으로 과거에는 불가능하게 생각되었던 비잔틴 장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체제의 가치 이전과 저장 관련 서비스들이 관련된 프로세스에 연결된 중개인들의 개입에 의존하는 방식이었다면 블록체인이 창출하는 가치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개입 여지도 없이 이루어지는 당사자끼리의 금융거래가 과거보다 확실하고 저렴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결국 문제는 폐기될 운명에 있는 레거시 체제의 제한된 신뢰토대에 매달리면서 대안 없이 거듭해서 신뢰의 배신을 경험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래거시 법정화폐 시스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바와 같이 그 기반인 법적 신뢰토대를 지켜내기보다는 스스로 신뢰를 저하시키는 일련의 정책적 실수를 거듭해왔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신뢰 구축과 유지를 위해 부여받은 권한을 화폐가치의 하락과 돈 찍어내기로 훼손하기 쉬운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모든 법정화폐에는 설계상 활발한 통용을 위한 인플레이션 편향성이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미래를 준비하려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연기금 등의 공적 저축 시스템은 대리인 비용의 도전을 넘지 못해 다수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초연결 환경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법정화폐로 구동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타당하지도 않다. 국경의 의미 자체가 없는 가상공간에서 가치 창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 확실시되는 마당에 국가적 신뢰 토대로 구동되는 화폐의 역할을 확장시키는 건 근거도 빈약하고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디지털화가 암호화와 공감대 수렴 과정을 포함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는 국가적 관리 체계와 상반되는 요소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시스템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은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새로운 가상세계의 비중이 어디까지 높아질 것인지는 철저히 사회구성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정부의 운영 기반은 세금으로 구체화된다. 그런데 세금을 부과할 대상을 파악하기 힘든 활동이 늘어난다면 정부로서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더욱이 특정 구성원들이 기술에 의존하여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보다 좋은 서비스를 향유한다면 국가적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

누구나 사회구성원으로서 일정 부분의 참여 정도에 따른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공동체에 대한 기여도가 국가적 기여도보다 높을 경우 이를 반영하여 합당한 세금이나 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의 변화는 결국 우리 개개인들의 모든 활동을 데이터로 파악하고 접근하는 데서 출발하므로 이를 구현하는 기반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 자신이 데이터라는 형식으로 변화를 이루어내는 연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데이터의 분석이나 활용을 주도하는 주체가 개개인이 아닌 중앙화된 권력이라면 그 자체로서 종속화 위험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나보다 우월한 존재가 데이터를 통해 나를 모니터링하고 구속한다면 아무리 편리하고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더라도, 스스로 판단하는 나라는 주체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다. 특히 그 존재가 지적능력이나 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갖춘다면 경쟁은 제한되며 독점화를 통해 절대 권력으로 커나갈 위험이 커진다.

모처럼 일반 대중들이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인프라와 환경이 조성되었지만 편리함과 새로움에 매료된 이들은 자신의 주권을 다른 권력 주체에게 내어주고 있다.

심각할 정도로 변동성이 크고, 거래보다는 보유 목적에 적합한 현재 암호화폐의 상황을 감안할 때 암호화폐의 미래는 화폐로서의 대체적 성격보다는 미래 투자와 연관된 인센티브에 사회구성원들이 얼마나 높은 신뢰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정화폐의 영역과 암호화폐의 영역이 구분되는 만큼 그리고 병행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생태계 조성과 유지의 책임을 져야 하는 고유의 역할이 기대된다. 보다 커져버린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금융 감독과 더불어 중앙은행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다만 지금의 방식이 아니라 무대 뒤에서 금융의 안정과 작동을 이끌어가는 지휘자 내지는 연출자로서의 역할이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는 단순히 거래나 가치 저장 수단만으로 규정하기에는 인프라적 성격이 강하며 대단히 큰 규모의 가치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화폐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의 관찰도 의미가 있다. 그에 따르면 미래 세상을 만들어가는 연료 내지 인센티브 화폐를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화폐 자체가 인터넷이다. 즉 얽힌 세상에서의 연결고리가 미래 시대의 화폐인 것이다. 이때 화폐는 연결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하는 일종의 피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때 신뢰는 특정 국가나 기구 또는 법적 토대 위에서 구현되기보다는 연결된 네트워크 위에서 공동체적 공감대 형성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으로 가치가 결정된다. 물론 최종적인 가치 판단은 화폐가 만들어내는 가치의 범용성에 달려 있다. 소규모 공동체에서만 통용되는 코인의 가치는 그 공동체 내에서만 인정되므로 가치가 제한적인 반면, 보다 큰 시장에서 통용되는 코인은 그 가치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다. 기존 체제의 기축통화국에 비교할 만하다. 가상 세계에서는 국가가 아니라 가상세계에서의 가치창출을 주도하는 주체의 영향력, 즉 암호화폐를 관리하는 주체와 시장의 크기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화폐의 본원적 기능 - 일반적 교환 수단

-일반적 가치 척도

화폐의 파생적 기능 - 가치 저장 수단

-일반적 지급 수단

-회계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