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대로 제작이 이루어진다면 창업하고 불과 15개월 만이었다. 화성 여행의 추진은 자연스럽게 첫 로켓 발사를 끝낼 무렵으로 잡았다. 이 일정은 논리적이고 순진한 낙천주의자인 머스크의 성격대로 인간이 물리적으로 이 모든 성과를 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계산한 결과였다. 또한 머스크가 자신과 직원에게 기대하는 일정이기도 했으므로 당연히 사소한 인간적 결함을 지닌 직원들은 이 일정에 맞추느라 쉴 새 없이 분투해야 했다.

스페이스 엑스가 팰컨 1호를 제대로 작동시킬 때 까지 발사를 시도해볼 수 있는 횟수는 기껏해야 서너 번이었다.

나중에 저스틴은 아들의 죽음을 맞아 머스크가 보였던 반응은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에 습득한 방어기제였다고 밝혔다.

"일론은 어두운 곳을 싫어합니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죠. 내 생각에 그것이 일론이 살아가는 방법 같아요."

머스크는 절친한 친구 두 명에게 비참한 심정을 털어놓았지만 그의 마음은 저스틴이 파악한 대로였다. 그는 밖으로 드러내놓고 슬퍼하는 태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머스크는 이렇게 말했다. "그 일에 대해 말하면 겉잡을 수 없이 슬퍼집니다. 극도로 슬픈 이야기를 굳이 꺼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해 좋지 않아요. 다른 자녀도 있고 해야 할 일도 있는데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면 주위 사람에게 덕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일을 당하면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발사 일정이 잡히기를 기다리는 동안 머스크의 세일즈맨 본능이 번뜩였다.

스페이스 엑스 엔지니어들은 머스크가 무리수를 두어가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다. 자신들은 스페이스 엑스가 사업을 계속는데 필요한 실제 로켓을 제작하느라 주당 100시간 이상 매달려 일하는데, 머스크가 그 와중에 번쩍이고 모양이 날렵한 실물 크기의 모형을 만들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정말 쓸데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일론은 정부에 있는 중요한 인사들에게 많은 지원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겁니다."

홀먼은 그때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고 나서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를 상대로 홍보 활동을 하려 했던 머스크의 계획을 호의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일론은 스페이스 엑스에 현실주의 요소를 보태고 싶었던 겁니다. 누군가의 앞마당에 로켓을 갖다 놓으면 그 존재를 부정하기 힘드니까요."

"허가를 받고 작업하려면 몇 달이 걸렸을 텐데 우리는 주말에 후닥닥 해치웠습니다. 우리는 늘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으므로 난관을 헤쳐나가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회사에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이스 엑스는 불청객이었다. 공군은 신출내기 기업에게 냉랭했고 발사대를 관리하는 직원은 스페이스 엑스를 도와주기는 커녕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반덴버그에서 10억 달러짜리 군사용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는 록히드와 보잉도 스페이스 엑스를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일론은 재정 문제에 따른 걱정을 직원들에게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경영과 성공의 중요성을 언제나 주장했지만 실패하더라도 끝자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론은 정말 낙천적이었어요."

여태껏 자동차에 슈퍼 축전기를 장착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고민해온 머스크는 스트라우벨에게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의 발전상을 전해 들으면서 깜짝 놀라고 흥분했다.

머스크는 티제로에 흠뻑 빠졌고, 성능도 좋지만 지루한 차량이 아니라 강력한 소유욕을 부추기는 차량으로 전기 자동차의 개념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테슬라 엔지니어들은 자동차 제조사의 전통적 터전에 종종 실리콘밸리다운 요소를 끌어들였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북극권 근처 스웨덴 북부에 있는 브레이크 및 정지마찰력 시험 트랙에서 얼음으로 뒤덮인 넓은 평지를 달리는 시험을 거친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는 사흘 남짓 주행해보고 자료를 수집한 후 본사로 돌아와 자동차를 그 기후 조건에 적응시키는 방법을 놓고 몇 주일 동안 회의한다. 그러다보니 자동차 성능을 조절하느라 겨울 내내 매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시험 대상이 로드스터를 보내면서 엔지니어들도 함께 파견해 시험하는 자리에서 자료를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개선할 점이 생기면 엔지니어들은 코드를 다시 작성하고 자동차를 또다시 빙판으로 내보냈다. 타페닝은 이렇게 설명했다. BMW는 문제가 발생하면 3~4개 기업이 회의를 열어야 하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문제를 직접 고칩니다."

테슬라는 디트로이트에 있는 기업과 연락할 때마다 과거에 그 유명했던 도시에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문화가 퇴색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신입 사원들은 테슬라의 계획이 정말 위험해 보였기 때문에 겁이 났다.

라이언 포플은 경리 담당자로 테슬라에 입사해 회사 장부를 검토하고 제조 및 운영 담당자에게 자동차를 무슨 돈으로 만들 것인지 물었다. 포플은 이렇게 전했다. "그는 제조를 하겠다고 결정하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 머스크가 CEO가 되기전의 테슬라

다른 기업이었다면 막스는 단호하게 행동 계획을 세우고 자사 투자가들이 크게 손해를 입지 않도록 막아준 공로로 칭찬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최고액을 부르는 인수자의 눈에 들기 위해 테슬라를 정비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기업을 시작한 이유가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전기 자동차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촉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이 자녀의 출생을 지켜보느라 행사에 참석하지 않자 머스크는 당장 그 직원에게 이메일을 썼다. "당신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나는 극도로 실망했습니다. 당신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죽기 살기로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문법에 맞지 않게 이메일을 쓴 마케팅 직원을 해고했고, 머스크의 기억으로 최근에 '대단한'성과를 올리지 않은 직원도 회사에서 내보냈다.

하지만 이제 테슬라가 직면한 주요 문제는 노력도, 기술적 문제도, 마케팅도 아니었다. 2008년에 접어들면서 사업 자금이 바닥나고 있었다. 로드스터의 개발비가 원래 2004년 사업 계획서에서 추정한 2500만 달러를 훌쩍 넘어 1억 4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경제 환경이 정상적이었다면, 아마도 투자를 충분히 유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불황을 맞아 최악의 금융 위기가 계속되면서 미국의 거대 자동차 제조사들도 파산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일론은 일요일에도 항상 일했어요. 직원들은 그가 대체 언제 쉬는지 모르겠다며 수군댔죠. 일론은 우리가 완수한 업무는 순전히 경비 지출의 결과라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하루에 10만 달러를 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것은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하는 항공 우주 엔지니어 어느 누구에게도 찾아볼 수 없는 사업가다운 실리콘밸리식 사고방식이었어요. 이따금씩 일론은 2000달러 짜리 부품을 사지 못하게 했습니다. 더 저렴한 부품을 찾거나 값싸게 만들어내라고 말하면서요. 그러다가도 콰절린 섬으로 부품을 보내야 할 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9만 달러를 내고 비행기를 빌렸어요. 하루라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는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일론은 해당 사업으로 거두어들일 수입의 총액이 10년 안에 하루 1000만 달러에 이르리라고 추산했으므로 목표 달성이 지연될수록 매일 그만큼의 수입을 놓친다고 생각했습니다."

머스크가 겪는 주요 문제는 자산 대부분이 테슬라와 스페이스 엑스의 주식으로 묶여 있어 전혀 유동적이지 않다는 점이었다.

머스크의 호텔로 갔다. 머스크는 라일리에게 자신이 만든 로켓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라일리는 "나는 의심이 들었지만 일론은 실제 로켓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었어요."라고 회상했다.

발사가 실패하자 많은 스페이스 엑스 직원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스페이스 엑스의 채용 담당자인 돌리 싱은 이렇게 전했다. "30초 동안 제어실 공기가 엄청나게 무거웠습니다. 최악의 날이었어요. 성인이 우는 모습을 웬만해서는 볼 수 없잖아요? 그런데 직원들이 울었어요. 우리는 지쳤고 가슴이 무너졌죠." 머스크는 즉시 직원들에게 연설하면서 다시 일어나자고 격려했다. 싱은 회상했다. "일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우리는 해낼 겁니다. 할 수 있어요. 냉정을 찾읍시다.' 그러자 꼭 마법이 작용한 것 같았어요. 너 나 할 것 없이 금세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바로잡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거든요. 절망에서 빠져나와 희망을 품고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머스크가 로켓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해박한지 엿볼 수 있는 예로, 그는 사건이 발생하고 6년이 지난 후에도 그 일을 기억하고 설명했다. "그것은 멀린 엔진을 재생 냉각엔진으로 개량했기 때문으로.... (중략)... 결과적으로 플라스마가 역류해 2단을 파괴했다."

머스크가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4년 반 정도 더 걸린 6년 동안 500명이 매달려 현대 과학과 비즈니스에서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파티가 끝나자 거대한 승리의 여운은 곧 희미해졌고 머스크의 머릿속은 스페이스 엑스의 심각한 재정 난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찼다.

2008년이 끝날 무렵 머스크는 돈이 떨어졌다.

라일리는 이렇게 회상했다."딱 죽은 사람처럼 보였어요. 이 남자가 심장마비가 와서 죽고 말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일론은 벼랑 끝에서 서 있는 것 같았어요."

그라시아스는 이렇게 말했다. "일론은 내가 만나본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스트레스를 이겨낼 능력이 있습니다. 그가 2008년에 겪었던 일은 세상 어느 누구도 이겨낼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일론은 그냥 버티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일했고 집중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일론이 다른 중역과 경쟁자보다 눈에 띄게 우수한 점은 바로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조차 목표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그라시아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종류의 압력을 받으면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죠. 하지만 일론은 극도로 이성적 태도를 취합니다. 여전히 장기적 관점에서 명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이성적으로 결정을 내리죠. 일론이 직접 겪은 일을 본 사람들은 누구라도 그를 존경하게 됩니다. 고난을 이겨내는 일론의 능력은 정말 최고 입니다."

미국은 위성을 제조하고 가동하는 보완 시스템과 서비스를 구축하므로 우주산업의 가장 수익이 높은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매년 미국은 전체 위성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동시에 세계 전체 위성 관련 수입의 약 60%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여전히 수십 년 먹은 오래된 장비를 사용한다. 사람들을 우주정거장에 보내는 비좁은 소유즈 우주선은 손잡이로 기계를 작동하고 컴퓨터 화면은 1966년 첫 비행을 했을 때와 똑같아 보인다. 게다가 우주 경쟁에 새로 뛰어든 국가마저도 러시아와 미국의 낡은 장비를 똑같이 모방한다.

머스크는 스페이스 엑스에 유리하게 항공 우주 산업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을 바꾸었다. 무엇보다 스페이스 엑스가 항공 우주 산업계에 흔한 하청 업체가 절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장점인 진보적 사고를 고루한 산업 분야에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문제를 풀고, 면접에서 현명하게 행동하고, 좋은 글을 쓰고 나면 머스크와의 면담이 기다린다. 머스크는 수위와 기술직 사원을 비롯해 스페이스 엑스가 창업하고 채용한 첫 1000명 전원을 거의 직접 면접했고, 직원이 늘어났어도 엔지니어의 면접에는 직접 참여한다.

스페이스 엑스는 하청 업체 특히 외국 하청 업체에 의존하는 것이 약점이 된다고 생각해 가능한 한 부품을 자체로 제작해 비용을 절감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스페이스 엑스 엔지니어들은 무선통신 장치를 간단하게 만들면 중량을 약 20%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해당 장치를 자체 제작해 절감한 비용은 상당히 컸다. 기존의 항공 우주 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장비가 5~10만 달러인 데 반해 스페이스 엑스가 사용하는 장비는 5000달러까지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얼마나 잘 아는지 시험하려고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일론이 배우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일론은 상대방이 아는 지식의 90%를 습득할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머스크와 상당 기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은 그가 완벽한 기억력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흡수하는 능력을 보인다고 이구동성으로 증언한다. 이는 머스크에게 있는 가장 인상적이고 놀라운 재능으로 어렸을 때 책 내용을 뇌로 무섭게 빨아들일 대와 같은 수준인 것 같다. 이렇게 스페이스 엑스를 2년 동안 경영하고 나자 머스크는 어떤 기술직 CEO도 자기 저눈 분야에서 도달하지 못했던 수준의 항공 우주 전문가가 되었다.

나는 결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지 않습니다. 목표가 실현 불가능하면 의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부딪혀가면서 벽을 뚫으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의도적으로 세운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간에 대해 언제나 낙관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조절하는 중입니다.

나를 100% 드러내며 행동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페이스 엑스 초창기만 해도 로켓을 개발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200%를 끌어내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프로그램을 추진할 때는 200%가 아니라 25~50%정도로 조절하려 합니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지식을 총동원해 일정을 정하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 일을 추진하고 싶어합니다. 그 와중에 자신이 모르는 온갖 종류의 장애에 부딪혀 예정일이 늦춰지리라는 사실을 안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해서 날짜를 맞추려는 노력을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목표를 여유 있게 세웠다가는 일정이 더욱 늘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사람들에게 무엇을 약속했는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일정차이를 포함해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약속하려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부에 약속한 일정을 지키려면 자신에게는 그보다 촉박한 일정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외부 일정을 맞추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스페이스 엑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정이 늦춰지는 일은 항공 우주 산업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프로그램의 완성이 늦어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늦어지느냐입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피비린내 났던 제 2차 세계대전 이후로 항공 우주 프로그램은 제시간에 완성된 적인 한 번도 없습니다.

NASA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은 스페이스 엑스의 엔지니어를 '정비고 일꾼'이라고 부르면서, 이러한 기계를 포함해 무엇이든 만드는 신생 기업의 능력에 냉소적 태도를 보였다.

일론은 탁월합니다. 그는 모든 제작 과정을 이해하고 여기에 관여합니다. 누구든 일론의 질문에 직감적으로 대답해서는 안됩니다. 그가 물리학의 근본 법칙에 충실한 대답을 듣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일론은 로켓에 대한 물리학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내 귀를 의심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일론은 위성 발사에 대해 토론할 수 있고, 올바른 궤도에 진입하는 동시에 드래곤을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쟁할 수 있으며, 이 모든 방정식을 실시간으로 풀 수 있습니다. 일론이 몇 년에 걸쳐 쌓아온 지식의 양을 보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니 일론과 경쟁하는 자리에는 절대 서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사업을 접고 달리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편이 낫습니다. 일론은 상대방을 노련하게 압도하고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앞지를 테니까요.

NASA의 스토커는 이렇게 말했다. "일론은 항공 우주 산업의 사업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비용은 낮추면서도 안전율을 높였죠. 개방형 바닥에 사무실을 배치하고, 모든 직원에게 발언권을 주고, 인간적 상요작용을 권장하는 등 기술 산업의 장점을 도입했어요. 요구 사항 문서와 프로젝트 검토서를 작성하는 것이 관행인 대부분의 항공 우주 기업에서는 매우 색다른 방식이었습니다."

"전 세계 정부는 일론이 하고 있는 일을 하느라 수십 억 달러를 소비하면서 실패까지 합니다. 물론 정부가 있어야 하지만 정부가 밖으로 나가 기업들과 경쟁한다는 생각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많은 스페이스 엑스 직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언제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항상 궁금해한다. 그들이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흡족할 정도로 많지 않다. 직원 중에는 스페이스 엑스가 최초로 주식을 상장할 때 돈을 벌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조만간 주식을 상장할 의사가 머스크에게 없다는 것이다. 다른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사업 모델조차 명확하게 서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화성에 대한 전체 사업 계획을 투자가들에게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머스크가 주식 상장은 앞으로 몇해 후의 일이고 화성 탐사가 더욱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가능하다고 발표하자 직원들은 불평하기 시작했다.

2013년 6월 7일 주식 상장에 대하여(일론 이메일)

최근에 언급한 대로 나는 화성 수송 체계가 자리 잡기 전에 스페이스 엑스가 주식을 상장하는 계획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화성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스페이스 엑스의 흔들리지 않는 근본 목적입니다. 주식 상장 때문에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작아진다면 화성 탐사 계획이 궤도에 올라설 때까지 주식을 상장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다시 생각해볼 의사는 있지만 테슬라와 솔라시티에서 겪은 경험을 참고하고 특히 스페이스 엑스의 사명이 장기적 성격을 띈다는 점을 고려해 주식 상장을 더더욱 주저하고 있습니다.

상장 기업에서 일해본 적이 없는 직원을 주식 상장이 바람직한 절차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술이 급변하거나 내부 사정으로, 때로는 아무 원인 없이 순전히 경제 문제로 상장 기업의 주가는 극심하게 요동합니다. 그러면 직원들은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주가 변동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공개시장의 투자가 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스페이스 엑스의 주식을 '적당한 시기'에 팔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진정 대부분의 헤지 펀드 관리자 보다 낫다면 자신이 보유한 스페이스 엑스의 주식 가치에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다른 상장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 주식시장에서 수십 억 달러를 벌면 되지 않습니까?

본 홀츠하우젠은 GM에서 근무하면서 생산하는 자동차 제조사가 얼마나 진부해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 GM이 생산하는 자동차 중 단 하나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으므로 GM의 자동차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는 1000명으로 구성된 디자인 팀의 일원으로 일했고 GM은 직원의 흥미나 자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되는 대로 팀에 배정했다. 본 홀츠하우젠은 "GM은 내 영혼을 모두 빼냈습니다. 정말 그곳에서 죽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당시 심정을 털어놓았다.

테슬라 내부에서도 알루미늄 차체를 포기하자며 머스크를 거듭 설득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알루미늄이 유일하게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한 뒤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제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테슬라 팀의 몫으로 넘어갔다.

"직원들은 불을 켤 수 있는 용도로 빌어먹을 스위치나 버튼을 장착하고 싶어 했어요. 왜 꼭 스위치를 달아야 하나요? 날이 어두워 지면 저절로 불이 들어와야죠."

다음으로 엔지니어들은 자동차 문손잡이를 놓고 머스크의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머스크와 본 홀츠하우젠은 예비 디자인을 연구하다가 손잡이가 차체로 들어가면 자동차 외관이 정말 말끔해 보이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 두 사람은 승객이 자동차를 탈 때만 손잡이가 나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은 기술적으로 크게 문제가 있으리라 판단하고 그 아이디어를 무시한 상태로 시제품을 만들어 머스크와 본 홀츠하우젠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시 뒤에 도사리고 있는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테슬라가 모델 S를 시제품에서 판매 가능한 자동차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극히 낮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판매 가능한 제품을 제조할 기술적 노하우를 보유했고 그렇게 할 의지도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 수천명에게 자동차를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이 없었고 자금도 부족했다.

자비단은 이렇게 말했다. "너 나 할것 없이 팰컨 윙 도어를 달 수 없는 까닭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차고에 넣을 수 없어요, 스키 장비를 실을 때 적합하지 않아요 등등. 그러자 일론이 전시용 모델을 자기 집에 가져다가 차문을 열어도 별 문제가 없음을 입증해 보였죠. 그러자 모두 '물론 1500만 달러짜리 집이니까 당연히 문이 열리겠지.'라고 중얼거렸습니다.

테슬라스 슈퍼 충전소 개념은 가뜩이나 돈이 궁한 기업이 앞으로도 막대한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모델 S와 테슬라가 재정적으로 위험한 시기에 슈퍼 충전소 같은 시설에 돈을 쓰는 것이 어리석거나 미친 짓이라는 반론이 설득력을 발휘할 만했다. 머스크는 포드와 엑슨모빌이 한 해 사내 파티에 쓰는 비용 정도의 예산만으로 자동차 자체에 대한 계획을 수정하는 동시에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할 만큼 무모하지 않았다. 하지만 슈퍼 충전소 설치는 머스크가 애초부터 구상해온 계획이었다. 머스크와 스트라우벨을 비롯한 테슬라 내부 인사들은 오래전부터 무상 충전을 계획하고 모델 S를 제작할 때도 슈퍼 충전소 계획을 염두해 두고 특정 사양을 장착했다.

테슬라는 충전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법을 추가했다.

머스크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중에는 운전자가 자동차를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운전자가 있는 곳으로 자동차가 오는 것이죠. 내가 자동차에 구현하고 싶은 기술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선 마디마디 구부러지는 뱀처럼 생긴 충전용 플러그를 자동차에 직접 연결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테슬라가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차량 전체에 탑재한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주요 부품 다수를 자체 설계한 것도 테슬라가 지닌 장점이다. 자비단은 이렇게 설명했다. "다임러가 계기판 모양을 바꾸고 싶다면 지구 반바퀴 떨어져 있는 공급 업체에 연락하고 여러 단계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계기판에 있는 'P'의 글자 모양만 바꾸려 해도 1년이 걸릴 거에요. 하지만 테슬라에서는 머스크가 부활절을 맞아 계기판에 토끼 사진을 올리고 싶다고 결정하면 단 두 시간이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6개월은 마치 갈리폴리 전투 같을 겁니다. 포격을 가한 즉시 독격해야 해요. 두 시간 동안 우물쭈물하다가는 터키 군이 다시 참호로 숨어버릴 수 있거든요. 그만큼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타이밍을 놓치는 위험을 최대로 줄여야 합니다."

머스크는 자금이 넉넉한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이 테슬라와 비슷한 길을 걷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다. 최소한 테슬라는 소비자와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어 앞으로 전기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리라는 인식을 새겨 넣을 수 있었다. 머스크는 이렇게 주장했다. "나는 테슬라가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사를 위해 판을 짜놓았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에 고작 2만 2000대를 판매하고도 지속 가능한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어놓았어요."

티엘은 머스크가 추진력은 강하지만 미숙했던 페이팔의 CEO에서 수천 명을 호령하는 자신만만한 CEO로 성숙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는 "일론은 시간이 지나며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머스크에게 가장 인상적인 점은 총명하고 야심만만한 인재를 발굴해 자기 회사로 끌어오는 능력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약간 다르거나 괴팍한 사람에게 자폐증이나 아스퍼거 장애가 있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이 두 용어는 진단을 내리거나 단정하기가 본질적으로 애매한 심리 상태를 대충 일컫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러한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머스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동시에 지나치게 경솔한 처사이다.

머스크가 절친한 친구와 가족을 대하는 태도는 직원들 심지어 오랫동안 자기 곁에서 일해온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최측근 에게 머스크는 따뜻하고 재미있고 감정을 풍부하게 내보인다. 머스크는 친구들에게 자녀의 안부를 묻는 등 다른 사람처럼 대화하지는 않지만 친구의 자녀가 아프거나 곤란에 빠지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 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을 보호하고, 자신과 친구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어떻게든 응징할 방법을 찾는다.

머스크의 행동은 신경 심리학자들이 영재로 구분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가깝다. 이들은 어린 시절 탁월하게 깊은 지성을 나타내고 최고의 지능지수를 보인다. 흔히 세상을 들여다보고 결함, 즉 사회 시스템에 내재한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논리를 구축한다. 머스크가 여러 행성에 인류의 식민지를 건설하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던 것은 공상 과학 소설과 기술에 풍부하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덕분이기도 하다. 또한 어린 시절까지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머스크의 도덕적 의무인 동시에 그에게 주어진 영원한 권한이다.

머스크에게 삶은 온갖 정신을 갉아먹는 듯한 일종의 실존적 우울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도전일 수도 있다. 그는 인간이 스스로의 능력을 제한하는 위험한 존재라 생각하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 하므로, 회의 시간에 좋지 않은 아이디어를 내거나 업무 중에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은 머스크의 이러한 노력을 방해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저지르는 실수 때문에 인류가 그토록 오랫동안 위험에 빠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 것은 머스크가 자기 사명의 시급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자기뿐이라고 느끼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기 사명이 워낙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의 기분을 헤아리는 데 무디고 참을성도 없다. 그래서 직원들은 능력을 최대로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던지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스크는 자신의 이러한 성향을 미리 솔직하게 털어놓고, 자신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순간적 기회를 쫓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한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정신을 사로잡아온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4년 머스크가 테슬라의 특허를 전면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을 대 분석가들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시도인지, 이면에 동기나 함정이 숨어 있는지 알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의도는 간단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 자동차를 만들고 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인류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테슬라의 특허를 개방해 다른 기업이 더욱 손쉽게 전기 자동차를 제작할 수 있다면 인류에게 좋고 그러려면 전기 자동차 제작 관련 아이디어는 무료여야 한다. 냉소주의자들은 머스크의 이런 생각을 비웃을 테고 그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렇게 행동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고 자기 생각을 설명할 때는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다.

머스크의 이러한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머스크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걱정하기도 한다. 자신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강인한 힘과 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어렸을 때 고통을 감내한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업가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동시에 중요한 제조업의 상당량을 미국으로 다시 끌어온다. 티엘이 말했듯 머스크는 대중에게 희망을 안기고, 기술이 인류에게 혜택을 베풀 수 있다는 믿음을 일깨워줄 것이다.

이런 질문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몇 년 전 머스크가 친구에게 보낸 이메일의 내용을 상기한다. 일부 내용을 옮기면 이렇다. "나는 천성이 강박적이야. 비열한 작자가 되거나 일을 망치는 것에 관해서 개인적으로는 어느 누구 못지않게 죄책감을 느끼지. 하지만 흉터조직이 워낙 많아 낯이 두꺼운 편이야. 내게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것이고 그것도 째째한 방식으로 승리하면 안 돼. 그 이유를 누가 알겠어. ... 아마도 매우 혼란스러운 정신분석적 블랙홀이나 신경 계통의 합선 때문에 생겨났는지도 모르지."

이메일로 알 수 있듯 머스크가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CEO와 다르다. 머스크는 자신의 영혼과 얽혀 있고 정신에 깊이 주입된 개인적인 소명을 추구한다. 머스크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몇 년 동안 머스크를 연구해보니, 솔직히 그가 추구하는 동기의 깊이와 그가 품은 의지의 힘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확신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머스크의 사업적 결함과 개인적 약점을 알고 있지만, 머스크가 결국 성공하리라고 어느 때보다 확신한다. 실패라는 단어는 그의 사전에 애당초 없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엑스가 놓인 경제적 상황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올해 스페이스 엑스가 소요할 비용은 대략 8~9억 달러입니다.(나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F9를 발사할 때마다 들어올 수입은 6000만 달러이고 FH나 F-9 드레곤을 날리면 그 두 배 이므로 10퍼센트의 수익을 달성하려면 연간 발사 횟수가 12회는 되어야 하고 그중 4회는 드래곤이나 헤비를 발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산수의 생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