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은 왜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는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어떻게 그렇게 진취적이고 꿈을 향해 달려가면서 실용적일 수 있는지.. 그런 면모는 언제부터 보였는지..

다만.. 이번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평전이 나올 때 일론이 말하길 "이전의 전기들은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고 지루하다" 라고 평했던 만큼 본다면 월터 아이작슨의 이번 평전이 더 좋을 듯.

일론은 '세상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 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 우주 식민지를 개척해야겠네.'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것이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설득력 있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래리 페이지-

실현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에 태평하게 접근하는 태도 때문에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에서 신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래리 페이지 같은 동료 CEO들은 그에게 존경심을 품고 신참 사업가들이 과거에 스티브 잡스를 모방하려 애썼던 것처럼 '일론처럼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일종의 왜곡된 형태의 현실 안에서 움직이므로 함께 꿈꾸는 공상의 세계 밖에서 머스크는 훨씬 편향된 인물로 여겨지곤 한다. 현실에서 머스크는 거짓 희망을 선전하며 로켓,전기 자동차,태양 전지판 등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동료들처럼 두려움에 떨며 실리콘밸리를 맴돌지 않고 활동 무대를 로스앤젤레스로 옮겼다. 당시 사람들은 그에게 심호흡을 하고 적당한 때가 와서 큰 건을 터뜨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그 논리를 거부하고 스페이스엑스에 1억 달러, 테슬라에 7000만 달러, 솔라시티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실재로 돈을 분쇄하는 기계를 만들지 않는 한 그가 벌어들인 엄청난 재산을 없애기에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사업과 아이들에게 시간을 배분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데이트를 하는 데 좀 더 시간을 내고 싶습니다.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거든요. 일주일에 5~10시간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은 일주일에 몇 시간이나 애인을 만나고 싶어 하나요? 열 시간? 그것이 최소 수준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 이 형 정말... 여튼 시간배분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하고 그 시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트위터에 자기 시간의 몇프로 테슬라에 몇 프로.. 하는 식의 인터뷰를 봐도 시간관리를 어떻게 하는게 느껴짐.

국가가 포기한 듯 보이던 항공 우주 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선택해서 이를 새롭고 환상적인 사업으로 개조했다. 이렇게 사업을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머스크에게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이를 기계에 적용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론의 전 부인이자 다섯 아들의 어머니인 저스틴 머스크는 일론이 가정을 이끄는 우두머리 수컷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자신이 내리는 결정의 감정적 측면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론은 어떤 일에 마음이 꽂히면 남과 다른 수준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바로 일론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점이죠."

머스크는 이 논문으로 97점을 받았고 "탁월한 재정 계획"과 더불어 "매우 철저한 분석"이 돋보인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학 개념을 실질적인 사업 계획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당시에도 과학적 발전을 영리 목적의 사업에 연결하는 데 비상한 재주를 보여주었다.

"컴퓨터 게임을 정말 좋아하지만 설사 컴퓨터 게임 사업으로 성공한다 하더라도 세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겠어요?" - 머스크 -

미래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자신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는 인터넷,재생에너지,우주라고 생각했다.

그는 트렌드를 알아채는데 급급하지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집착하지도 않았다. 머릿속에서 늘 종합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한다. "나는 대학교 재학 시절에 이미 미래의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이 발생하고 나서 나중에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는 뒷북을 치거나 일시적 유행을 쫓는 사람이나 기회주의자로 보이기 싫습니다. 나는 투자가가 아닙니다. 스스로 미래에 중요하고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기술을 실현시키고 싶어요."

앰브라스가 말했다. "어떤 작업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고 일론에게 물으면 그의 사전에는 한 시간이 넘는다는 대답 자체가 없었어요. 우리는 일론이 한 시간이라고 말하면 실제로 1~2일 걸린다고 해석했습니다. 일론이 혹시라도 하루 걸린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1~2주일을 뜻하는 것이겠죠."

그때부터 머스크는 쭉 자신이 세운 회사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CEO로 남아 있기 위해 투쟁했다. 킴벌이 말했다.

"우리는 회사를 경영하기가 벅찼고 그 사람들은 경영에 대해 틀림없이 제대로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일단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비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투자자니까 우리는 그들과 사이좋게 지냈지만 그 순간부터 비전이 사라지고 말더군요."

몇 년이 지나 ZIP2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상황을 되짚어본 머스크는 자신이 직원들과 힘을 모아 일부 상황에 좀 더 잘 대처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스크가 말했다."나는 과거에 한 번도 팀을 이끌어본 적이 없습니다. 운동에서 주장을 해본 적도 없고 누구 하나 거느려본 경험이 없었어요. 그래서 팀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 분명하게 떠오르는 가정은 다른 사람이 나처럼 행동하리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그 가정은 옳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나처럼 행동하고 싶다 하더라도 내 마음속에 있는 정보나 가정을 모두 알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내가 특정 정보를 습득하고 내 복제 인간에게 그 정보의 반만 알려준다면 복제 인간이 나와 같은 결론을 내리리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아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이 말이 어떻게 들릴까?'라고 자문해야 합니다.

아침에 출근한 ZIP2 직원들은 머스크가 어떤 언질도 주지 않고 자신의 업무를 밤새 바꾸어놓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했다. 게다가 머스크의 공격적인 태도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머스크가 말했다.

"맞습니다. ZIP2에는 매우 유능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내 코딩 실력이 그들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나는 그저 뛰어들어 그들이 작성해놓은 망할 놈의 코드를 고쳐놓았을 뿐이에요. 나는 엔지니어들이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데 진저리가 나서 직접 코드를 수정했어요. 그랬더니 성능이 다섯 배나 빨라졌죠. 하루는 엔지니어 하나가 칠판에 양자역학 방정식을 잘못 써놓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저런 식으로 쓸 수 있느냐?'라고 묻고는 고쳐주었어요. 그때 이후로 그 엔지니어는 나를 끔찍이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깨달았죠. '내가 잘못을 바로잡았을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을 비생산적으로 만들고 말았구나.'라고 말입니다. 상황을 제대로 다루는 방법이 아니었던 겁니다."

머스크는 리더가 되기를 열망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가 CEO로서 제대로 일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ZIP2의 매각 사태를 겪으며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종류의 자신감을 얻었다. 좋아하는 비디오게임의 캐릭터처럼 레벨이 올라간 것이다.

그는 ZIP2를 매각해 벌어들인 재산의 대부분을 엑스닷컴에 투자했다. 여기에는 실용적 이유도 있었다. 뜻밖에 벌어들인 소득을 두 달 안에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면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ZIP2의 중역이었다가 엑스닷컴을 공동 설립한 에드 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것이 일론과 일반 중생이 다른 점입니다. 일론은 개인적으로 거의 미친 정도의 위험을 흔쾌히 무릅쓰거든요. 그렇게 사업하면 제대로 결실을 맺든지 쪽박을 차겠죠."

머스크가 엑스닷컴에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속사정을 알고 나면 훨씬 특이한 행보였다. 1999년 닷컴 사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능력을 증명해 획득한 돈을 몰래 숨겨두고 신용을 발판으로 투자가를 설득해 다음 사업에 투자하게 했다. 머스크도 계속 외부 투자가의 투자에 의존해 사업을 벌였지만 그는 자신의 돈도 집어넣었다. 따라서 머스크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아도취에 빠진 여느 닷컴 괴짜들처럼 말하더라도 행동만큼은 실리콘밸리 시절 초기에 인텔 같은 회사를 설립하고 그 미래에 전력 질주한 설립자들에 가까웠다.

이렇게 강인한 자아와 자신감으로 무장한 머스크를 보면서 영감을 받는 사람도 있었고, 거드름 피우고 제멋대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유일하게 그들을 가로막는 장벽은 현실이었다. 머스크가 은행업계에서 쌓은 경험은 미비했고 지식도 내부 작용을 파악하려고 관련 서적을 사서 읽은 정도였다. 공동 설립자들은 사업 계획을 세울수록 온라인 은행의 설립을 차단하는 규제의 장벽을 넘기 힘들다고 느꼈다. 에드 호는 "서너 달이 지나면서 양파가 껍질을 벗든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엑스닷컴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머스크가 은행업 전체의 운영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언론에 사변적 발언을 흘리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프릭커만 제품을 과대 선전하고 대중을 농락한다고 머스크를 비난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설사 그것이 머스크의 결점인지 훌륭한 사업가적 재능인지는 토론해볼 여지가 있더라도 말이다.

엑스닷컴 같은 회사가 생겨나지 못하게 막는 법이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론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어요. 그저 나를 보면서 사람들을 좀 더 채용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레브친이 이끄는 콘피니티 팀은 리눅스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머스크는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를 지지했다. 이러한 다툼은 외부인의 눈에는 시시해 보일 수 있지만 엔지니어에게는 종교전쟁과 같았다. 개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구시대의 사악한 제국으로 여기고 리눅스를 현대적 소프트웨어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론이 사태를 순조롭게 잘 처리하리라고 생각했어요." 한동안 머스크는 반격했고 이사회에 결정을 다시 생각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사회의 결정이 확고하자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나는 모리츠를 비롯해 몇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내가 CEO 자리에 앉고 싶은지 아닌지는 그리 대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과업들이 있는데 내가 CEO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과연 성사시킬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하지만 맥스와 피터에게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끝장은 아니라고 생각했죠."

2001년 6월에 접어들자 회사에서 머스크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미약해졌다. 피터 티엘은 엑스닷컴과 페이팔의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기 시작했다. 사소한 일이라도 응징하지 않고 넘기는 법이 없는 머스크도 당시 쓰라린 시련을 겪는 동안에는 엄청난 자제심을 발휘했다. 회사 고문 자리를 받아들이고 투자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페이팔의 최대 주주로 입지를 굳혔다. 보타는 이렇게 머스크를 두둔했다. "일론의 입장에 처하면 누구라도 앙심을 품으리라 예상하겠지만 일론은 그렇지 않았어요. 티엘을 지지했죠.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일론은 부정확한 발언을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선례를 남기면 안되니까요. 부정확한 말은 필사적으로 싸워 바로잡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일론은 모든 문제를 매우 감정적으로 받아들여 대부분 싸우자고 달려듭니다."

이 시기에 머스크에게 쏟아진 더욱 맹렬한 비판의 주요 내용은 자질을 갖추기도 전에 크게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저녁 7~8시나 되어야 귀가한다고 불평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일론은 밤 11시에 집에 오는 데다 그 후에도 일을 했습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려고 일론만큼 사생활을 희생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우리는 '저 괴짜는 이 상황에서 일이 손에 잡히나?'라고 생각했죠" 그때 머스크가 등을 돌리면서 여태껏 작성한 도표를 내보이며 말했다. "친구들! 우리가 로켓을 직접 만들 수 있겠어요."

머스크에게서 노트북 컴퓨터를 넘겨받은 그리핀과 캔트렐은 너무 놀란 나머지 말문이 막혔다. 문서에는 로켓을 만들고 조립하고 발사하는 데 필요한 재료와 비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머스크의 계산에 따르면 소형 위성과 연구 탑재물만 전문적으로 우주에 운반하는 시장을 겨냥한 아담한 크기의 로켓을 만들면 기존 로켓 발사 기업보다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다. 게다가 도표에는 로켓의 가상 성능까지 놀라울 정도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달랐다. 회의를 거듭하면서 습관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을 추려내고 총명하고 헌신적인 엔지니어로 팀을 꾸리는 등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반전되었다. 2월 들어 주식 상장을 기점으로 페이팔의 주가가 55퍼센트 치솟으면서 이베이가 인수 의사를 밝혀왔던 것이다. 로켓을 개발할 아이디어에 몰두하는 사이에 머스크의 순 자산은 천만 단위에서 억 단위로 불어났다. 2002년 4월 머스크는 떠들썩한 홍보를 자재하면서 산업용 우주개발 기업을 설립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회사에 출근한 첫 직원 10여 명은 '우주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로 부상하는 것이 스페이스 엑스의 사명이라는 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