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시장수익률을 이기지 못했는데(남은 3영업일동안 역전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나쁘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SK하이닉스와 클래시스의 공이 매우 컸다.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했던 SK하이닉스는 생각하지도 못한 이슈로 뜨면서 당초 나의 예상보다도 빠르게, 그리고 크게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일봉일지차트>
위 차트에는 8만원대에만 매수 표시가 찍혀있지만 실제 첫 매수는 작년 4월, 11만원일 때였다. 이후 하반기, 그리고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해서 매수했고 올해 4월 4일에 좀 더 비중을 실어 마지막 매수를 했다.
사실 반도체 업체에 비중실린 베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역대급 적자다, 반도체 한파가 지속된다, 고객사 재고가 아직도 엄청난 수준이다 라는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니 과연 이게 옳은 판단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엔비디아에서 AI 반도체니, HBM이니 하는 희소식이 들려왔고 그것이 SK하이닉스에 불을 지폈다. 대형주가 이렇게 뛰는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였고 마음속에 불안함이 어느정도 있었던 터라 조금 빠르게 매도를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와서 보니 첫 매도가 너무 빨라서 아쉬움이 있는데, 그런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더 오를 주가를 기다리지 못하고 전량 처분을 했으니 아직은 내 그릇이 그리 작은가 싶기도 하다. 24년, 25년 실적은 더 좋아질거고 천장은 그 때 무렵이 될테지만 개인적으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좀 되었다.
<클래시스 일봉일지차트>
이번에는 21년 말부터 담기 시작했던 클래시스다. 급등락이 꽤나 심해서 유혹도 참 많았고, 그런데 가격이 싸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 다른 종목보다 비중을 많이 싣지는 못했다.
<21.12.27 포스팅>
22년 한 차례 크게 상승할 때는 분할매도하면서 수익을 실현했고 이후에 빠질 때 다시 매수를 했었는데 다행히도 이 전략이 잘 먹혔던 것 같다.
<22.06.15 포스팅>
그런데 사실 이것도 지나고나서 보니 잘 풀린 케이스였지 지금의 뇌를 가지고 이 당시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너무 고평가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팔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저 때 안 팔지 않았을까?
과거에는 투자가 정말 쉽다고 생각했다. 수익률도 좋았고 기질때문에 위험한 종목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니 이것처럼 안전하고 재밌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나 싶었다. 주위에서 무엇을 사야하냐, 어떻게 시작하면 좋냐 물어볼 때면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 좋게 보고 있는 종목들을 추천해주기도 했고 조언도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참 뿌듯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꾸준하게 시장을 이기는 데는 엄청난 노력+뛰어난 통찰력+행운 이라는 3종 세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단 이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타인에게 종목을 추천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게 일단 나와 그 사람의 시간 지평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나 간(내장 말고)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 나와 같은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 3년을 잡고 들어가지만 일반인들은 보통 몇 달도 너무 긴 시간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1년동안 주가가 하락하든, 중간중간 급등락이 있어도 그냥 편안한데 상대는 그게 아닌 것이다. 어떤 이슈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가가 조금이라도 빠지면 겁을 낸다. 내 투자 아이디어가 옳은 것이라 할지라도 단기간내에 그게 반영되지 않아 주가는 다른 흐름을 보일 수 있고 이에 따라 일반인들은 믿음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런데 심지어 그 투자 아이디어가 잘못된 것이었다면 어떨까?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부끄럽다. 뭣도 아닌 내가 뭐라도 되는 것 마냥 조언해준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 무엇보다도 일이 잘못될 경우에 내가 책임질 수도 없기에...(물론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는 것만 말해줬던 것이지만 그마저도 불확실하므로) 그래서 이제는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대답할 수 없다는게 맞을 것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올 한 해 클래시스와 하이닉스를 빨리 판 것이 아쉬웠고, 레이크머티리얼즈를 빨리 판 것도 너무 아쉬웠고... 이를 통해 앞으로는 좀 더 장기보유에 힘을 실을 것 같다. 다음 타자는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