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급락은 7월 들어서 모조리 회복했습니다. '패닉의 역설' 아이디어는 종료됐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국면이고, 새로운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업사이드와 다운사이드를 계산해보면 어떨까요? 2200포인트를 회복한 시점에서 PBR은 0.91배입니다. PBR 1배까지는 9.9%의 상승 여력이 있습니다.
다시 전저점인 1457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운사이드는 27.1%가 되겠네요. 업사이드/다운사이드 비율을 보면 0.36(9.9/27.1)입니다. 대략 3배는 되어야 베팅할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렸었지요? 0.36배의 비율에서는 더는 베팅을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3월 말부터 시작된 강세장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무엇을 학습했을까요?
워런 버핏은 투자를 '장래에 더 많은 구매력을 받으리라는 합리적인 기대에 따라 현재의 구매력을 남에게 이전하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즉, '장래에 더 많이 소비하려고 현재 소비를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이런 정의에서 위험이란 '예정 보유 기간에 투자자에게 발생할 구매력 손실 확률'입니다. 현금은 확정적으로 구매력을 잃어버리는 아주 위험한 자산입니다.
6장에서 윌리엄 번스타인의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는 모든 성인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책에서는 자산배분과 관련한 아주 중요한 통찰 몇 가지를 제시하는데요. 그중 하나는 이러합니다. 아무리 위험 추구 성향이 낮은 사람이라도, 자산에 주식을 조금이라도 섞으면 위험은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 수익률은 유의미하게 높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위험 추구 성향이 높은 사람이라도, 자산에 채권을 조금이라도 섞으면 수익률은 크게 낮추지 않으면서 위험은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습니다.
초과수익, 즉 남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는 아닐 수 있습니다. 자산관리는 그저 '지지 않을 정도'라면 충분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에서 수많은 투자자는 남을 이기기 위해서 미래를 예측하고자 시도하지만, 그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갑니다. 평범한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남에게 뒤지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굳이 초과수익을 노리지 않는다면, 고민해야 할 사안은 예측이 아니라 노출입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주식으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이냐'가 아니라 '주식으로 남들이 다 돈을 벌 때 내가 상대적으로 가난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일 수 있습니다. 첫번 째 질문은 주식으로 무언가 큰일을 해보려는 소수의 공격적 투자자가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모두가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난 주식에 관심 없어"하고 가만히 있다가, 상승장이 지속되면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해졌음을 깨닫고 그제야 부랴부랴 주식시자에 뛰어들어서는 이른바 '막차'를 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고요.
파생상품에 대해 아주 간략히 설명해드렸는데요. 여기서 보듯이 파생상품은 과격한 매매를 통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생업을 영위하는데 불안정한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즉 인생을 더 안정적으로 꾸리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 거래 방식입니다.
방어적 투자자의 리스크는 나에게 주식이 없는데 주식시장이 다 같이 상승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주식에 대해 굳이 숏 포지션으로 헤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약간의 롱 포지션이면 됩니다.
현명한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합니다.
비트코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만약에 진짜로 옹호하는 쪽의 주장이 맞아서 세상이 바뀐다면, 그리고 코인의 가격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오른다면, 코인을 하나도 들고 있지 않은 나는 어떻게 되지? 그때 스트레스받지 않으려면 얼마의 현금을 코인으로 바꿔야 할까? 근데 만약에 반대하는 쪽의 주장이 맞아서, 진짜로 코인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코인의 가격이 0원이 될수도 있잖아? 그렇다면 코인으로 바꾸어놓을 돈은 0원이 되어서도 내 생계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금액이어야 하겠지?
이렇게 질문한 사람은 적당한 금액의 코인을 보유하고 이 논쟁에서 손을 뗄 수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중립 포지션입니다.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자 시도하는 일은 언제나 스트레스를 줍니다. 그리고 예측은 대부분 틀리기 때문에 고통도 안겨주죠. 노출 조절은 예측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나는 어떤 자산군에 대해 숏 포지션인지 고민하고, 그 자산군에 약간의 롱 포지션을 취하는 것으로 자산관리의 많은 스트레스를 덜 수 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1976년의 인터뷰에서 펀드매니저 집단이 절대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전체로서의 시장 전문가 집단이 시장을 이긴다는 것은 자신들끼리 서로 이긴다는 또는 자기가 자기를 이긴다는 말인데 이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원칙이 아닌 확률에 기반하며','자유도가 높은(선택의 폭이 넓은)' 영역에서는 전문가의 능력이 집단적 판단 대비 열위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대표 사례로 주식시장을 들면서 투자 전문가 대다수의 의견에 대해 '참고할 만한 가치도 없다'고 말합니다.
예측은 각자가 하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의 수많은 예측은 그저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그들의 '예측'을 따라갈 게 아니라 예측의 '근거'를 검토하고 자신만의 예측을 해야 합니다. 어차피 예측은 틀립니다. 자신만의 예측이 있어야 틀린 다음에 배울 점이 생깁니다.
우리가 흔히 '정보'라고 부르는 개념은 팩트,해석,전망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팩트는 참과 거짓만 구분하면 됩니다.
어떤 현상에 대해서 해석을 줄줄이 쏟아내는 장면이 전문가를 전문가다워 보이게 하지만, 그 또한 한 사람의 시장 참여자일 뿐입니다. '아 이 사람은 이걸 이렇게 해석하는구나'하고 참고하면 됩니다.
셋째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전망 도는 예측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게 가장 조심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확증 편향은 역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면 반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답을 정해놓고 그 근거를 찾아보고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한다면 상승했다고 일단 답을 정해놓고 그 근거를 찾아보는 방법이지요. 이 과정에서 상승론자와 하락론자의 근거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망은 타임라인과 진폭을 명확히 설정한다면 일단 누가 얼마나 맞혀쓴지는 드러납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어떤 전망을 했을 때 그 근거를 '내가' 기록해주지 않았다면 '나에게' 쌓이는 역량은 없습니다. 그저 다른 '예언가'를 계속 추종할 뿐이지요. 예언이 늘 맞을 수는 없습니다. 특정 예언가를 쫓아다니다가 그 사람이 틀리면 그 다음에는 어떡하실 건가요? 다른 예언가를 또 쫓아다니나요? 그런 식으로는 영원히 성장하지 못합니다.
운과 실력에 대해서 조금 연구한 분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실력은 '기댓값'이고 운은 '편차'라고 무슨 말인고 하니, 6개의 눈금이 있는 주사위를 생각해봅시다. 매번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1에서 6사이의 어떤 값이 나옵니다. 그 평균값은 3.5입니다만, 3.5가 나오는 경우는 없죠 언제나 3.5를 중심으로 덜 나오거나 더 나오거나 합니다. 눈금이
크게 나올수록 유리한 게임에서 만약 6이 나왔다면 '2.5만큼 운이 좋았다', 그리고 1이 나왔다면 '2.5만큼 운이 나빴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운의 영향을 줄이고 실력을 키운다는 말은 결과의 편차를 줄이고 기댓값을 높여야 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주식투자는 양궁보다 주사위 게임에 가깝습니다. 주사위 게임에서 운의 영향을 줄일 수 있나요? 운이 편차라면, 편차를 줄여봤자 기댓값은 3.5로 변하지 않습니다.
각 눈금이 나올 빈도가 동일하고, 바꿀 수도 없고, 우리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한다면 그저 운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뜻일까요?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운의 영향을 줄일 수 있을까?'나 '운이 좋아지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운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 실력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주사위 게임
운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 실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대답이 가능하면 '실력을 늘리는 방법'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의 몇 가지 주사위 게임을 살펴봅시다.
1.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당신이 숫자를 하나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눈금의 값보다 당신이 이야기한 숫자가 더 크면 1만원을 받는다고 해봅시다. 어떤 숫자를 부르시겠습니까? 아마도 '6'을 부르겠지요? 제가 '2'를 불렀다고 합시다 주사위를 던졌습니다. 눈금이 1 나왔습니다. 당신과 저는 둘 다 1만원씩을 받습니다. 같은 결과를 얻었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다릅니다.
무엇이 다르죠? 돈을 벌 확률이 달랐지요. 6을 부른 당신은 6분의 5의 확률로 돈을 벌 수 있고 2를 부른 저는 6분의 1의 확률로 즉 주사위 눈금 1이 나와야만 돈을 벌수 있었습니다.
2.새로운 게임입니다. 주사위를 일단 던집니다. 던져서 나온 눈금의 값이 1만원을 곱한 금액을 상금으로 받습니다. 1이 나오면 1만원 2가 나오면 2만원 6이 나오면 6만원을 받는 식입니다. 물론 공짜가 아닙니다. 게임을 할 때마다 참가비가 있습니다. 참가비가 얼마면 게임을 시도할 의사가 있으신가요? 참가비가 1000원이면 대부분 응할 것입니다. 참가비가 10만원이면 아무도 게임에 응하지 않겠지요. 참가비가 1만원이어도 누군가는 응할 테고 2만원 또는 3만원이어도 누군가는 여전히 게임을 시도할 것입니다.
참가비가 3.5만원 이상이라면 웬만한 사람은 게임을 시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가비가 3만원일 대와 4만원일때는 명백하게 무언가가 다릅니다. 무엇이 다르지요? 참가비가 3.5만원을 기점으로 이익의 기댓값이 마이너스로 변합니다. 참가비가 3만원일 때는 기댓값이 5천원, 3만 5000원일때는 기댓값이 0원 4만원일 때는 기댓값이 마이너스 5000원입니다.
3. 2와 유사한 게임 A와 B가 있습니다. 던져서 나오는 눈금의 값 1만원을 곱한 금액을 상금으로 받되, A는 참가비가 2만원, B는 참가비가 3만원 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A가 B보다 완전히 유리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A는 게임을 단 한 번만 할 수 있고, B는 백번 할 수 있다고 해봅시다.(물론 매번 참가비는 3만원을 내야 합니다.) A를 딱 한번만 하거나, B를 백번 하거나 둘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떨까요? B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더 불리한 게임인데도 B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참가비가 2만원인 A 게임은 이익의 기댓값이 1.5만원입니다. 돈을 버는 결과가 나올 확률은 3분의 2입니다. 참가비가 3만원인 B게임은 한 번만 한다면 기댓값 5000원, 돈을 버는 결과가 나올 확율은 2분의 1입니다만, 백번을 시도한다면 이 수치는 매우 달라집니다. 참가비 300만원을 내고 상금 350만원을 기대할 수 있으니 기댓값은 50만원입니다. 그리고 돈을 버는 결과가 나올 확률은 99% 이상입니다.(평균값 350,표준편차 17.08, 2.9274의 확률은 0.9966)
시행 횟수를 늘렸을 뿐인데, 더 불리한 B 게임의 기댓값이 A게임보다 더 상승했습니다. 신기하지요?
단순히 한 번의 시행에서 확률이 유리하다 해서 그 게임에 달려들면 안됩니다. 확률분포는 가상의 분포, 즉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예측입니다. 아무리 확률이 유리해도 한 번의 시행, 즉 '단일시행'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다수시행을 할 수 있는 구조여야 확률분포대로의 결과를 내 손에 쥘 가능성이 커집니다.
4. 다수시행을 할 수 있는 B 게임이 A 게임보다 완전히 우월할까요? 기댓값이 크고 이길 확률이 월등히 높은데도, B가 아닌 A를 선택한 사람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요? B 게임의 약점은 무엇일까요?
B는 최대손실 가능성이 A보다 큽니다. 0.17%의 확률로 B 게임에서도 손해를 봅니다. 이건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확률입니다. 2년 내내 게임을 한다면(730회 시도한다면) 하루 정도는 손해 보는 날이 있다는 뜻이지요. 정말정말 최악의 경우, 1이 백번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 참가비 300만원을 내고 상금 100만원을 받으니까 200만원 손해입니다. 만약 이 돈이 전재산이거나 빌린 돈이라면요? 인생을 사는데 애로사항이 생기겠지요.
다수시행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큰 그림에서는 백 번짜리 한번의 시행입니다. 우리는 어떤 게임을 하든 최대손실 금액을 고려해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가 발생했을 때 내 인생에 지장이 생긴다면, 즉 '다시는 게임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는다면' 그 게임에는 참여하지 말아야 합니다.
5. 그럼 B 게임을 어떻게 바꾸면 A 게임보다 완전히 우월한 게임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B 게임을 할 수 있는 횟수를 늘린다고요? 에이, 그럼 최대손실 금액도 그 횟수에 비례해서 커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문제점이 반복될 뿐입니다.
매번 베팅할 때마다 배팅 금액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요? 참가비 3만원일 때 '주사위 눈금 곱하기 1만원'을 상금을 받았는데요. 이 곱해지는 금액이 참가비에 비례해서 변한다고 해봅시다 예를 들어 참가비를 3000원만 베팅하면 눈금 X 1000원을 30만원 베팅하면 눈금 X 10만원을 상금으로 받는다면 어떨까요? 참가비와 배수의 비율이 일정하니까 플레이어에게 딱히 유리해진 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경우에는 게임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 즉 초반에 운이 나빠서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고 끝날 가능성이 점점 커질 때는 참가비를 줄어서 손실한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열번에 3만원 씩 베팅해서 30만원을 썼는데 1만 계속 나왔다면 남은 아흔 번당 손실 여력은 80만원 입니다. 그러면 열한 번째 시도부터는 1.5만원씩만 베팅해봅시다. 상금의 배수는 1만원에서 5천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일흔 번 동안 정말 운이 없어서 70만원을 추가로 손해봤습니다. 이제 손실 여력이 10만원밖에 안 남았습니다.
남은 스무 번의 게임은 3천원씩만 베팅해서 배수가 1000원이 되도록 조정합니다. 그랬는데 또 1이 스무 번 나왔습니다. 최악입니다. 참가비 6만원을 내고 상금 2만원을 받았으니 추가로 4만원 손실을 봤습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했지만 6만원이 남았네요 94만원을 잃은 건 가슴이 아프지만, 베팅 비율을 조정할 수 없어서 200만원의 빚을 진 4번 보다는 나은 상황입니다.
확률분포X다수시행
이 주사위 게임들을 통해 운과 실력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었으리라 믿습니다. 여러 종류의 게임을 말씀드렸지만, 어떤 게임에서도 '주사위의 각 눈금이 나올 확률이 동일하다'는 기본 전제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시행에서 여전히 무작위성의 지배를 받는 시스템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인위적으로 높은 눈금이 나오도록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의사결정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확률분포를 추론했는가? 확률분포를 추론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룰을 알아야 합니다.
다수시행을 할 수 있는가? 확률분포를 추론한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러번 시도를 할 수 있어야만 기댓값이라는 가상의 값을 '실제 결과'로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최대 손실한도를 고려하여 베팅 금액을 조절하는가? 베팅 금액을 조절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다수시행이 가능하니까요. 게임장에서 계속 발을 붙이고 있어야 이길 기회도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운과 실력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실력이 기댓값이고 운이 편차라는 정의는, 노력해서 단일시행의 기댓값과 편차를 바꿀 수 있는 경우에만 유효합니다. 의사가 병을 치료하고 농구선수가 골을 넣는 것등이 그런 영역입니다. 단일시행의 기댓값과 편차를 바꾸기 어려운 주식시장에서는 쉽사리 통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그다지 전문적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영역에서의 실력은 확률분포를 추론할 수 있느냐, 베팅 금액을 유연하게 조정하여 다수시행을 통해 확률분포대로의 기댓값을 실제 결과값으로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운은 여러 번의 시행으로 상쇄되어 사라집니다. 여기서 실력이란 운이 좋아지게 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운이 상쇄되는 구조를 짜는 일입니다.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이미 실력은 결정되어 있습니다. 내가 확률분포를 추론하고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주사위를 던진다면, 나는 실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확률분포를 고민하지도 않고 리스크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은, 이미 실력이 없는 사람입니다. 주사위 눈금이 1이 나오건 6이 나오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복잡계에서의 실력이란 결국 의사결정의 질을 의미합니다.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어떤 투자 대상에 대해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각 시나리오의 논리 고리를 세분화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각 시나리오의 논리 고리를 세분화해서 가능성,타당성,개연성을 따져봐야 합니다. 최종 단계인 개연성에서 확률을 정확히 숫자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만, 가능성과 타당성 단계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상대적으로 쉽게 걸러낼 수 있습니다. 가능성과 타당성이 부족한 의사결정만 걸러내도 의사결정의 질은 유의미하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추론하는 확률분포란 주관적 확신의 정도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나심 탈레브는 확률을 계산하는 것보다는 노출을 조절하는 것이 훨씬 더 승률 높은 포트폴리오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심탈레브는 <안티프레질>에서 바벨 전략을 통해 불확실성을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바벨 전략이란, 극단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선택과 극단적으로 위험을 추구하는 선택을 병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젠센 부등식은 쉽게 말해서 0을 넣었을 때의 함숫값이 10이고, 50을 넣었을 때의 함숫값이 20인데, 100을 넣었을 때의 함숫값이 30이 아니라 300이 되는 경우를 이야기합니다.
개인의 재산 분포가 대표적으로 볼록한 경우입니다. 우리나라 전 국민의 재산을 쭉 줄 세웠다고 했을 때, 가장 가난한 사람과 이건희 회자의 재산을 평균한 값은 상위 50%에 있는 사람의 재산보다 훨씬 많겠지요, 유투브 구독자 수,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의 소득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양극단에 있는 두사람의 평균값이 중간에 있는 사람의 값보다 훨씬 크겠지요.
어떤 시스템이 볼록한 경우에는 모호하게 중간 정도의 시도를 하는 것보다는, 시도를 둘로 쪼개서 양극단의 시도를 했을 때 결괏값이 더 좋게 나옵니다.
반대로 오목한 경우는 어떨까요?
젠센 부등식이 반대로 작동합니다. 입력값으로 양극단값을 취할 경우의 결괏값이 중간값을 취할 경우보다 낮게 나옵니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운 좋게 좋은 결과가 여러번 나왔더라도 한번의 나쁜 결과로 그동안의 성과를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시스템이 오목한 경우에는 어떤 위험한 시도도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흔히 '안전자산'이라고 부르는 자산은 시간의 변화에 따른 실제 형태는 그림과 같습니다.
나심 탈레브는 볼록한 시스템에서는 '옵션'을 보유하는 쪽이 되어야 한다고 늘 강조합니다 옵션 매수자는 초기에 비용을 지불하지만, 언젠가 한 번 크게 터질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옵션 매도자는 의무를 집니다. 옵션을 매도할 때마다 소소하게 용돈을 받지만 작은 이득에 취해 있다가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동안 번 돈을 모두 날립니다. 탈레브는 이와 더불어, 한번에 모든 재산을 날릴 베팅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확률이 유리해 보이더라도 패배했을 경우 다시는 게임에 참가할 수 없다면, 그 게임은 피해야 합니다.
건강은 오목한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노력을 쏟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건강을 해치는 행위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얻는 신뢰역시 오목한 시스템입니다.
교육은 볼록한 시스템입니다.
커뮤니티 활동은 대표적인 볼록한 시스템입니다.
여행도 볼록한 시스템입니다.
직장 생활은 어떨까요? 직장의 특징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편안하게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직장은 오목합니다.
탈레브의 전략을 곧이곧대로 따르자면, 최저생계만 보장받을 수 있는 수준에서 가능한 한 업사이드의 최대폭이 큰 직장을 선택하는 게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이 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 다음에 여가를 최대한 활용하여 업사이드가 큰 다른 취미 생활이나 부업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부업으로 발명과 창업에 나서는 것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다면, 리스크를 짊어지고 창업에 뛰어든 사람들에게 한 발 걸치는 것이 최선의 바벨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요? 아시다시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주식회사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창업가 또는 경영자의 능력과 정직함을 믿을 수 있다면, 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회사의 성장과 내 재산이 연동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