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규모 ELS 손실 관련 기사가 자주 올라온다. 21년부터 이어진 HSCEI 지수의 약세로 홍콩지수 HSCEI 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들이 손실권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 2238호>
손실을 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금융당국도 칼을 뽑아든 상태이다. 물론 불완전판매가 있었으면(실제로 있었다고 결과도 나오긴 했습니다. 우리 WM 부문 박정림 대표이사님 직무정지 되어버림) 잘못한거고 처벌받아야 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상품을 높은 이자 준다니까 덥석 산 것도 문제 아닌가?
결국 이것 역시 능력범위의 문제이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의 사업을 하는 기업의 주식을 오를 것 같다는 이유로 매수하는 것이나, 높은 이자가 나오고 웬만해선 원금손실날 일도 없다고 하니 상품구조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하는 것이나 본질적으로 똑같은 얘기다(고령층 피해자들도 많다고 하는데 부모님이 그런거 가입하지 못하게 하지 않은 자식들도 잘못. 금융교육 보편화를 위한 재단설립이 내 인생 최후의 목표인 이유이다).
시점의 문제가 좀 작용하긴 하지만(기초자산이 고점일 때 사면 손실을 입을 확률이 오르므로) ELS로 수익볼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원금손실이 날 가능성이 아주 낮은 것도 사실이다. 지수가 반토막 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드물지만 종종 일어난다)이니 말이다.
정말 문제는 손익비이다. 이길 때는 정해진 이자(예적금 금리보단 높지만 고정되어 있어 기초자산 가격이 얼마나 오르든 보상은 제한되어 있음)를 수취하지만 질 때는 수십%의 큰 손실을 본다. 풋옵션 매도(옵션 매도는 위험도가 매우 높다!) 포지션과 비슷한건데 프리미엄을 먼저 받는 것도 아니다보니 사실 장점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 ELS만 문제일까?
이것과 비슷한 것들이 바로 은행 예적금, 숏포지션, 현금이다. 숏포지션은 그렇다 쳐도 예적금은 왜?
은행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든 어쩌든, 우리는 정해진 이자를 받을 뿐이며 만약 뱅크런이라도 발생한다면 5천만원을 넘어가는 돈은 모두 손실이 되어버릴 수 있다. ELS와 비슷하지 않은가?
그럼 현금은 왜? 금융시장이 위험할 때 현금보유를 해야한다, Cash is king 이다 얘기하지 않나?
현금의 문제점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데 있다. 인플레이션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매년 물가가 3%씩 오르는데 모든 자산을 현금으로 들고 있다면 매년 -3%씩 손실을 보는 셈이다. 예적금으로도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며 장기국채 정도에 투자해야 겨우 구매력을 지키는 수준이다.
그래서 일정수준의 자산은 주식으로 보유해야 한다. 위험해보이는 자산군인 주식이 위험도가 오히려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서 확실하게 '낮다' 가 아니라 '낮을 수 있다' 라고 표현한 것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위험하게 하기 때문). 주식은 상방에 제한이 없다. 인플레이션을 헷지하고 싶다면 반드시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 정말 안전한 것은 없다. 특히나 '안전+고수익' 이라는 조합을 누가 이야기한다면 그냥 흘려듣는 것이 낫다. 그건 99.99% 사기이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안전하다는 것은 그 뒤에서 다른 누군가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소리다. 거기서 터지는 순간, 그 위험은 당신에게 전이될 것이다. 안전하다는 환상 속에 숨겨진 진짜 위험을 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