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순환주의 적당한 매도 시점은 회사가 돈을 잘 벌어서 성장주 투자자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할 때다. "이전과 다르다.","메가트렌드다""슈퍼 싸이클이다."라고 할 때는 반드시 매도해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을 깡통과 부자로 가른 것은 한끗 차이였다는 점이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부터 안전하게 투자했던 사람은 살아남았다. 금융위기 전 아슬아슬하게 투자했던 사람 중 하늘이 도와 주식시장의 저점을 통과한 사람들은 잃은 것 이상으로 벌었다.
'워런 버핏이 투자할 법한 기업, 이른바 스노볼 주식들에 많이 투자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이는 명확한 결론이었지만 그런 주식들을 굳이 저점에 살 필요는 없었던 것같다. 훌륭한 기업들은 많이 하락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많이 반등하지도 않는다. 위기가 지나고 난 뒤 <안전 마진>의 저자 세스 클라먼은 <2008년에 얻은 스무 가지 투자 교훈>이라는 글을 썼다. 그 글에는 "여덟째, 위기 중 에는 폭넓고 유연한 투자 접근이 필수다. 기회는 다양한 업종과 시장에 걸쳐 막대하게 나타나지만,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린다. 엄격한 잣대는 이 시기에 매우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라고 쓰여 있다.
클라우드화를 통해 구독 모델로 전환하려면 반드시 기저에 강력한 전환 비용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해당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의 품질과 기능이 독보적이어서 경쟁사 제품으로 바꾸기 어려워야만 한다.
더존비즈온의 클라우드 사업이 데스 밸리를 지났다고 판단한 계기는 평소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별 볼 일 없는 공시 때문이었다. 당시 더존비즈온은 계열사들과 연이어 합병을 하고 있었는데, 피합병인의 규모가 워낙 작아 합병법인인 상장회사의 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의무사항이라서 어쩔 수 없이 공시를 했다. 그러나 피합병법인의 기존 주인이 오너인 김용우 회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고 봤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일 뿐 개인에게 몇억, 몇십억 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김용우 회장이 더존비즈온에 합병시킬 회사들을 가지고 있을 때는 더존비즈온의 가치가 높으면 손해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가진 회사들의 가치가 높고 더존비즈온은 저평가돼 있어야 합병 대가로 받을 더존비즈온 주식의 수가 늘어난다. 그동안 더존비즈온의 신규 사업이 잘되면 안 된다. 본인이 가진 회사를 모두 후한 값에 합병시키고 난 후라도 늦지 않다.
그런데 마침내 김용우 회장이 가지고 있던 마지막 계열회사의 '소규모' 합병 공시가 난 것이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신규 사업에 마케팅 드라이브를 걸어도 된다. 더존비즈온의 주가가 오르면 김용우 회장도 같이 부자가 된다. 회사의 경영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최대 주주와 이해관계가 같아지는 것을 여의도에서는 '한배를 탔다.'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대주주의 마음을 예측할 수도 없을 뿐더러 나쁜 심보를 먹었다고 그것을 되돌리거나 저지할 수도 없다. 그래서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쪽에 베팅하는 것이 편하다.
더존디지털웨어에 투자하게 되는데 이 결정은 훗날 잠깐의 후회와 큰 교훈을 준다. 결국 잘나가던 회사를 더존비즈온과 합병해버린 것이다. 이때 더존비즈온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 탓에 김용우 회장을 포함한 더존비즈온 주주들은 큰 이익을 봤으나, 우리 회사를 포함한 더존디지털웨어 주주들은 엉겁결에 적은 수량만 가진 더존비즈온 주주로 바뀌면서 순식간에 손해를 봤다.
광주신세계는 매년 수백억원의 이익을 벌어들이면서도 PER이 4~5배에 불과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미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기업을 통째로 사면 지불한 금액(시가총액)은 곧바로 기업의 통장에 들어있는 돈으로 회수할 수 있고, 그 이후에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벌어들이는 돈도 내 것이 된다. 다시 말해 공짜로 광주신세계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북은행을 달랐다. 전라북도 지방 은행 중 유일하게 대출자산이 성장세를 보였다. 의아하게 여겨 어느 업종에 대출을 많이 해주고 있는지 찾아보니 기업 대출과 부동산 대출이 늘고 있었다. 운 좋게도 OCI,두산인프라코어,한국GM,현대중공업 군산소선소까지 군산국가산업단지와 새만금산업단지에 입주한 굵직한 제조업들이 협력 업체와 노동력을 빨아들였던 것이다.
바로 출장 가방을 챙겨 용산역으로 떠났다. 익산역에서 렌터카를 빌려 산업단지들을 돌아보는 와중에 계속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산업단지들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원룸 건물과 빌라들 그리고 바쁜 공사 현장이었다. 기업들이 채용하면서 노동자들이 거주할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전라북도로 일거리를 찾아 모인 노동자들은 당장 가족까지 데려와 이주하기는 부담스럽기에 일단은 주말부부를 할 요량으로 원룸이나 투룸부터 구한다. 시장은 항상 수요를 따라 움직이는 법 아닌다. 부동산 업자들과 여윳돈을 가진 투자자들이 초과 수익을 위해 대출을 일으켜 건물을 지었다. 바로 이것이 전북은행의 부동산 대출이 증가한 이유였다.
견실한 성장을 하는 주식은 그에 걸맞는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지방 은행이라는 이유로 낮은 PER을 부여받던 전북은행은 시간이 흘러 3배 정도의 수익을 안겨줬다.
우리파이낸셜/ 이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사업 자금을 빌리는 금리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7%의 금리로 할부금융을 제공한다고 해보자. 여전사의 조달금리가 3%라면 4%만큼의 이익을 취할 수 있지만 5%라면 이익은 2%로 줄어든다. 극단적으로 자금을 7%이상으로만 조달해야 한다면 사업을 더는 할 수 없다.
한미캐피달은 대형 금융그룹인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든든한 계열사가 생기면서 신용등급이 올라가 더 낮은 금리로 사업에 필요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들에게 과거와 같은 금리로 상품을 팔더라도 마진을 더 남길 수 있고, 전략적으로 고객에게 좀 더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한다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이때 우리은행에서 먼저 고객에게 우리파이낸셜을 소개하거나 합법적인 한도 내에서 고객의 정보를 우리파이낸셜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고객 입장에서 꼭 우리파이낸셜을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신뢰가 가고 우리파이낸셜이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할 수 있기에 영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정성적이고 매우 강력한 몇몇 경제적 해자를 제외하면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 더 오래간다. 특허를 내면 30년이지만, 특허를 내지 않으면 평생이라는 말도 있듯이 말이다.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시간을 더 들여 그 분야를 공부했다고 한들 뚝심있게 투자할 순 없었을 것 같다. 내 능력 범위 밖에 있는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잉크테크의 사업보고서에 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터치스크린 패널의 전극용 실버 잉크는 최근 시장의 포화에 따른 정체기를 맞고 있으나(...) 미세 패턴 인쇄가 가능한 신규제품 승인을 통해 점유율 확대를 위한 재도약을 추진 중입니다."
아직도 그대로다.
일반적으로 단결정 폴리실리콘으로 만든 태양전지가 발전 효율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나머지 조건이 같다면 단결정 폴리실리콘이 더 잘팔린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태양광 발전을 한국처럼 아파트 베란다나 농촌 주택의 지붕에 주로 설치한다면 당장의 설치 가격보다는 발전 효율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태양전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은 분산형 발전이 아니라 땅값이 매우 싸고 부지가 아주 넓은 곳이었다.
다결정 제품들이 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투자를 집행하기 전, 아니면 손실 보기 전 의심스러운 구석을 발견했다면 운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그것을 '설마'하는 마음으로 눈감는 순간 그 나쁜 일은 벌어질 것이고, 손실과 함께 덤으로 자책도 얻게 될 것이다.
거시경제나 주식시장 전망에는 젬병이지만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다 보니 몇 가지 나만의 팁은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와 PER이다.
그 다음은 OECD 경기선행지수와 환율이다. 한국은 경제구조상 수출입을 많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받으니 OECD의 자료를 차용한다. 환율은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에 좌우되는 한국 주식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지표다.
어차피 여의도 사람들은 브이아이피투자자문 사람들처럼 기업에 관해 깊이 연구하지 않는다. 누구를 만나도 "요즘 톱픽이 뭐에요?"만 묻는다.
"기업탐방을 가서는 딱 세 개를 알아 오는 거야. 첫째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분기의 실적. 둘째는 올해의 실적. 마지막은 3년 정도의 미래 실적. 최근 분기의 실적을 알기 위해서는 그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확히 이해해야 해. 올해의 실적을 알기 위해서는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요 변수의 움직임을 알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미래 실적이라는 것은 그 회사가 올해 실적을 기반으로 높은 PER을 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 다시 말해 회사의 경영 비전을 시장 참여자의 눈으로 점검하는 거야."
"이익률이 낮을 걸 보니 B2B비즈니스 하는 회산가 봐?", "자산이 이렇게 많으면 투자자본이익률이 낮다는 건데, 그럼 결국 다시 설비 투자를 하느라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것 아냐?"
주주나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을 하는 데 돈을 최대한 적게 들이면서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투자금을 적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할까? 아니면 이익률이 높은 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할까?
의외로 영업이익률과 주가의 상관관계는 낮다고 한다. 이익률의 높고 낮음은 산업이 가진 특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월급은 없고, 생활비는 필요하고, 타인에게 손을 벌릴 수 없으니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르바이트. 회사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가윗돈을 벌 방법을 찾았다. 차량공유서비스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다고 해서 1호 드라이버가 되고자 강남구에 있는 사무실에 찾아가서 면접도 봤다.
트루페니언/ 이런 기업은 현재 적자라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 나중에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것이므로. 더구나 회사에서 적자인 이유를 신규 반려동물을 유치하기 위해서라고 분명히 제시하고, 한 마리의 반려동물이 평균 몇 년동안 보험에 가입되며 그동안 수익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를 따져봤을 때 그 영업비용은 사실 별 것 아니라고 계산해준다면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술적으로 봐도 주식시장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헐값에 내버려 둔다. 그러다가 흑자로 전환하면 그제야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시작한다. 모호하게 순이익을 내는 기업보다 주당순이익으로 계산하면 달러가 아니라 센트 단위로 나올 작은 이익이라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기업의 주가 탄력이 더 크다. 이 얼마나 쉬운 투자법인가.
미국 온라인 가구 업체 웨이페어/ 그러나 이 회사 또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마케팅 비용을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비와 신규 가입 고객에게 제공하는 할인쿠폰 그리고 나머지로 나눠서 분석했다. 많은 부분이 신규 가입 고객에게 제공하는 프로모션에 할당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