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투자자 서한 다시 한번 읽어야 하는데.. 이제 읽으면 좀 이해되지 않을까?

투자 철학은 각 투자자의 삶과 경험, 가치관, 취향이 반영된 총체적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명 투자자의 투자서를 읽어 보면 비단 투자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노마드 투자자 서한>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마드, 곧 슬립과 자카리아의 투자 철학이 진화한다는 점입니다.

슬립과 자카리아는 영국의 유명 투자회사인 마라톤 애셋 매니지먼트 출신입니다. 마라톤은 자본 사이클과 분산투자를 강조하는데, 그래서 노마드 투자조합 출범 초기에는 전통적인 가치 투자로 볼 수 있는 투자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재투자 위험에 대해 인식한 후 "참을 수 없는" 담배꽁초식 투자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는 과도기를 거쳤습니다. 이는 2009년 경 '가치 투자' 로 볼 수 있는 투자 비중이 30% 수준으로 줄어든 것에서 잘 드러납니다.


슬립과 자카리아는 두 사람이 확실히 그 미래 '목적지'와 성공 가능성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고퀄리티 기업에 집중하면서 투자 철학과 포트폴리오를 진화시켜 나갔습니다. 2013년 말에는 이 기업들이 포트폴리오의 100%를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을 읽다 보면, 이것이 투자서인지 기업가의 자서전인지 혼동될 만큼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투자와 좋은 기업적 의사결정은 동의어입니다." 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노마드는 마치 기업가처럼 투자했습니다.

노마드가 말하는 장기 투자의 성공 비결은 기업이 성공을 거두는 원천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 입니다. 즉 투자수익의 원천은 "투자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근본적인 경제성 향상"이지, 주가 시세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성공,예측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에 높은 비중을 실어 투자했죠.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100년 전 포드 제국을 건설할 수 있게 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1970년대 샘 월튼의 월마트와 1990년대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의 사우스웨스트 항공, 오늘날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 제국을 있게 만든 비즈니스 모델과 같다는 사실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이 모델은 미래에 다른 제국도 건설하겠죠.

〈2012년 반기 서한〉

많은 투자자가 자신이 주장하는 투자 철학, 스타일과는 상이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은 쉽지만 내재화는 어렵습니다.”

창업자 중심 경영진

노마드는 창업자나 소유주가 중심이 된 경영진이 운영하는 기업을 선호했습니다.

우선 이들의 동기가 고용된 경영자와 다르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즉 “최고의 기업가”들은 개

인 재산의 증가뿐 아니라 “일의 도전과 정체성, 창의성, 품위 등에서 의미를 얻습니다.”

경영진의 자본 배분 역량

노마드는 출범 초기부터 투자 기업을 고르는 기준 중 하나로 “경영진의 퀄리티”, 구체적으로 그 자본 배분 역량에 큰 가중치를 부여했습니다.

노마드는 훌륭한 투자 기업이 “회사가 자본 배분을 잘하리라 믿어서 주주 스스로 자본을 배분하는 것, 즉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를 포기할 수 있는 주주로 구성된 회사”라고 했습니다.

‘규모의 경제 공유’는 전통적인 유통기업뿐 아니라 인터넷 기업의 잠재성을 포착할 수 있게 해준, 노마드의 상징적인 비즈니스·투자 모델입니다.

이는 “비용과 이익률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성장하는 규모의 효율성을 고객과 공유할 때 형성되는 선순환의 고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노마드가 집중투자한 기업들의 “심층 현실”입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이 그렇게 강력한 이유는 ‘공유’ 때문인데, ‘고객의 보답’ 을 장려하기 때문입니다.

장기적 관점

“군중의 일부가 되는 것은 안전하고 편안하며, 매혹적이고 때로 흥미진진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장기적 관점을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 투자의) ‘숙제’를

끝낸 장기 투자자에게 경쟁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목적지에 집중

많은 투자자가 장기 투자에 대해 오해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지는 않

더라도 조금씩 꾸준히 상승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 투자라는 생각입니다. 이는 노마

드의 투자 철학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선 그 잣대가 주가라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이를 ‘사업

실적’이라는 기준으로 변경하더라도 절반의 오해는 남아 있습니다. 노마드가 관심 있는 것은

투자 기업의 최종 목적지이지, 경로의 안전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명하는 사실과 데이터 지점을 빈번하게 재구분하는 일이 진짜 투자처럼 보이는 이유는 자

만심 때문”이라고 지적할 만큼 정보의 차등적 가치에 확고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정보는 식품과 마찬가지로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통기한이 짧은 정보, 가령 다

음 분기 이익 같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치가 사라집니다.

더불어 소음을 구분할 수 있는 지적 능력 못지 않게 환경의 구축도 중요합니다. 《돈의 공

식》을 보면 노마드의 사무실에 주가를 확인할 수 있는 블룸버그 단말기를

배치한 환경에 관한 설명이 등장합니다. 의자도 없고 낮은 테이블에 쪼그려 앉아서만 주가를

확인할 수 있게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인데, 투자수익을 결정하는 것은 단기적인 주가 시세가

아니라는 철학을 사무실 환경에도 구현한 것이죠.

올바른 정보의 인식과 가중치 부여

오해를 넘어 투자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가 무엇인지 알고 합당한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

어야 합니다. 여기서 ‘올바름’이란, 노마드같이 장기 투자하는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점에 유

의하세요. 즉 ‘올바른 정보’란 유통기한이 긴 정보, 그래서 투자의 시간 지평이 긴 장기 투자

자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말합니다.

비활동성Inactivity

워런 버핏에 대한 세스 클라만의 생각을 인용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적극적인 의사결

정이라는 노마드의 견해가 드러납니다. 현대인을 압박하는, 항상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그래

야 자신의 존재 가치가 입증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죠.

〈2009년 연간 서한〉을 보면 일반적인 투자자 행동을 두 가지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즉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며 저렴한 것을 산 뒤 이익을 보며 파는 과정을 반복”하거나, “훌

륭한 기업의 주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고 기업이 성장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기업이 성장하도록 내버려두는 후자의 장기 투자는 인내심을 필요로 하기에 행동에 옮기

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찰리 멍거의 말처럼, “진짜 돈을 벌려면 자산을 깔고 앉아 있어야 합니

다!” 그것이 바로 비활동성의 장점입니다.

오판을 낳는 심리적 실수

사회적 증거/집단 심리

두 번째는 가용성으로, “생생하거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증거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경향입

니다.” 당면한 일에 집중하고 큰 그림을 놓치며, 투자에서는 측정 가능한 것에 집착하게 만들

죠.

세 번째는 확률 기반 사고 능력의 부재입니다.

“우리 정신은 확률 기반 질문에 올바르게 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지 않습니다. 확률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노마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마지막 심리적 장애물은 인내심, 또는 인내심의 부족입니다

올바른 투자는 비인기 스포츠와 같습니다Good investing is a minority sport. 즉 다른 사람보다 좋은 투자 실적을 내려면 군중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군중에게는 없는 것이 바로 인내심입니다.

〈2006년 연간 서한〉

실수의 가치

실수 자체보다는 거기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미래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마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투자뿐 아니라 세상과 삶에 관해 계속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삶과 투자를 분리했습니다. 마치 둘이 서로 다른 세계인 것처럼 말이죠.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또 실수를 저질렀군요. 가정 생활에서 배운 교훈 덕분에 우리는 더 좋은 투자자가 되었고, 투자자로서 배운 교훈을 통해 또 더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었습니다. 결국 모든 현실은 다른 모든 현실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겠죠.

〈2007년 연간 서한〉

단순함

단순하게 투자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투자 실적의 최대화를 위해서는 레버리지나 각종 금융파생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업계의 당연한 관행이지만, 노마드는 현금으로기업의 보통주나 우선주, 회사채를 매수하는 구식 방법을 택했습니다. 노마드 투자조합 단 하나의 펀드만 운용했고, 투자 기회가 커 보일 때만 출자를 받는 단순함을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업계 표준과는 거리가 먼 운용보수와 성과보수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고, 운용자산을 불리려는 목적의 마케팅 활동에 구속될 필요도 없었습니다.

포트폴리오 구성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위 방법과 정반대로, 즉 100% 비중에서 시작해 축소하는 것이죠! 펀드 매니저가 이 방법을 택한다면 기존과 완전히 다른 포트폴리오를 갖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좋은 투자와 좋은 기업적 의사결정은 동의어”라는 생각이 옳다면, 훌륭한 기업가들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좋은 투자 방법일 수 있습니다. 노마드가 투자한 훌륭한 기업의 창업자들은“자산을 다각화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닙니다.”

확신의 정도와 포트폴리오 비중의 비례 관계는 노마드에서 볼 수 있는, 다른 펀드나 투자자와 차별화되는 주요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