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어떤 글을 읽다가 공감되지 않는 내용을 발견하여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의 주장은 이제 사람들이 너무 똑똑해졌고 정보가 많이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가지 말라는 격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게 되었고 좋은 것에만 돈이 몰리니 좋은 것을 사는게 이제 맞지 않냐 라는 요지인 것 같은데요.
음... 작년과 올해를 겪으며 많은 가치투자자(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는)들이 이런 회의감에 빠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위의 말씀들에는 상당한 오류가 있고, 모두 반박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일단 주식시장은 패리 뮤추얼 베팅과도 같다고 이야기한 찰리멍거의 말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끝인데요.
패리 뮤추얼의 핵심은 모두가 우승할 것으로 예상하여 우승마로 베팅한 말의 배당률은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 높은 성공확률로 인해 보상이 매우 작아지게 되죠. 그러면 많은 보상을 위해 모두가 외면하는 꼴찌 말에 베팅하면 될까요? 그게 정말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피하라는 격언의 참뜻일까요?
우리는 기대가치 사고체계를 가져야 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과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얻게 될 보상, 그리고 손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 때 주머니에 손을 넣든 빼든 우리가 넘어질 확률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손을 빼고 걷다가 넘어졌을 때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계단에서 넘어졌을 때의 피해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에이, 주머니에 손을 넣으나 안 넣으나 안 넘어져.'
가 아니라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가 만약에라도 넘어진다면 죽을 수도 있어.'
가 올바른 사고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대가치 사고체계입니다(그러니 계단에서는 꼭 손을 빼시길 바랍니다. 무조건 이득이니까요).
<찰리멍거 바이블>
찰리멍거는 확률이 반반이지만 보상은 3배에 이르는 말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보상이 3배라면 이길 확률이 3분의 1이어야 정상이지만 이길 확률이 그보다 높은 2분의 1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오해에 의해 가격이 잘못 책정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가치투자자들이 가야할 길은, 우리가 해야할 일은 단순히 나쁜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나쁘다고 알고 있지만(모두가 나쁜 것을 알고 있기에 주가에 이미 반영된) 사실 나쁘지 않은 것, 또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은 것을 찾는 것입니다.
단순히 '이건 사람들이 많이 사는 주식이니 피해야해.' , '주가가 엄청 떨어졌네? 나는 역발상으로 매수해야지!' 처럼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독자적으로 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주식이라도, 그래서 주가가 이미 오르고 있더라도 살 수 있을 것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죠.
역발상투자를 해야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중과 반대로 가는 것이 역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대중이 되는 것일뿐입니다. 시계에서 12시의 반대는 6시이지만 정답은 2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켄피셔).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사고와 행동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린 해야만 합니다.
어떻게요?
어떤 기업이나 산업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죠. 많은 공부가 필요한 일입니다. 확실히 이해하고 있어야 사람들의 행동에, 주가의 변동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습관처럼 이야기했던 '능력범위 안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 가 바로 이것 때문인거죠.
그럼 저도 이만 공부를 하러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