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고전의 정의를 멋드러지게 했는데 "모두가 읽었다고 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은 책"이라고 했다.. 1984는 모두가 알고 풀이해주는 컨텐츠가 너무 많아서 대략의 줄거리와 해석은 다 아는데 실제로 읽은 사람은 잘 없음. 나 역시 마찬가지..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는 꽤 다른 부분들도 있었는데 어떤 부분은 주식시장과 닮아있는 곳도 있음. 빅브라더로 대표되는 독재권력은 모두의 모든 걸 지켜보고 있고 진정 감화되고 미치지 않으면 소위 '개조'되지 않으면 놓아주지 않음. 이 더러운 시장도 마찬가지..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고 나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며 내가 진정 개조 되기 전까지는 놓아주지 않음. 쥐죽은 듯이 살자.. 시장이 나를 모르게..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구속

무지는 힘

2분 증오 시간은 참여하도록 강요당해서가 아니라 정반대로 참여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기 때문에 끔찍했다. 참여하는 '척'가장하던 사람들도 30초면 그 가장이 아무 소용없게 되었다.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는 아직 추상적이고 대상이 뚜렷하지 않은 감정이어서 블로램프(용접이나 납땜에 쓰는 도구)의 불꽃처럼 어떤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바뀔 수 있었다. 따라서 어느 순간, 윈스턴의 증오의 대상은 반대로 골드스타인이 아니라 빅브라더와 당, 사상경찰이 되었고, 그 순간 화면 위의 조롱받는 고독한 이단자, 바로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서 진실과 공정함의 유일한 수호자인 그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주위 사람들과 한패가 되어 골드스타인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되자 윈스턴이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있던 빅브라더에 대한 혐오감은 숭배로 바뀌었으며, 빅브라더와 아시아 유목민 무리 앞에 바위처럼 우뚝 서 있는 무적의, 두려움이 없는 수호자인 것만 같았다.

"섹스를 하면 힘을 소모하게 되고 다음엔 행복감에 젖어서 어떤 것에도 욕을 하지 않게 돼요. 그들은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걸 견딜 수가 없는 거에요. 그들은 사람들이 언제나 발산할 에너지로 꽉차 있길 바라죠. 행진을 하고 함성을 지르고 깃발을 흔드는 것들은 모두 섹스가 변질된 거라고요. 자신이 내적으로 행복한데 왜 빅브라더나 3개년 계획, 2분 증오, 그리고 그 밖의 지랄 같은 것들에 열광하겠어요?"

모두 맞는 말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순결과 정치적 정통성 사이에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강력한 본능의 힘을 축적하여 그것을 추진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당이 당원들에게 요구하는 공포와 증오, 광적인 맹신을 어떻게 적절한 선으로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와 캐서린이 결혼한 지 삼사 개월 지났을 무렵이었다. 둘은 켄트지방에서 단체 행군을 하던 중에 길을 잃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불과 2분정도 뒤쳐졌을 뿐이었는데 그만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곧 오래된 석회 채석장 끝에 멈춰 서게 되었다. 그곳은 10미터 내지 20미터쯤 되는 깎아지른 절벽으로, 그 아래는 바위투성이었다. 주위에는 길을 물어볼 만한 사람도 없었다. 캐서린은 길을 잃었다는 걸 깨닫자 안절부절 못했다. 왁자지껄한 행군 무리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있는 것 뿐인데도 마치 범법 행위라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급히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다른 길을 찾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때 윈스턴은 자기 아래쪽 절벽 틈에서 좁쌀풀 다발을 발견했다. 그것은 분명히 같은 뿌리에서 나온 한 포기의 풀인데도 자홍색과 붉은 벽돌색 두 가지 꽃망울을 달고 있었다. 그는 그런 좁쌀풀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와서 보라고 급히 캐서린을 불렀다.

"캐서린, 이것 좀 봐! 이리 와서 꽃 좀 봐. 절벽 거의 밑에 있는 건데, 한 포기에 두 가지 색깔의 꽃이 피었어. 보여?"

"사실 그렇게 했더라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가 말했다.

"그럼 밀지 못한 걸 왜 지금에 와서 후회하는 거죠?"

"그거야 단지 소극적인 것보다는 적극적인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이 게임에서 우리는 이길 수 없어요. 패배를 하더라도 더 나은 패배가 있다는 것, 그뿐이에요."

반대한다는 듯 그녀가 어깨를 움찔하는 것 같았다. 그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녀는 늘 반대했다. 개인은 결국 패배하고 만다는 자연의 법칙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만간 사상경찰이 자기를 붙잡아 처형할 것이며 그걸로 자기는 끝장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선택한 방식대로 살 수 있는 은밀한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웬만큼은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다. 필요한 것은 행운과 술책 그리고 대담성이었다. 그녀는 이 세상에 행복같은 것은 있지도 않으며, 승리란 먼 훗날, 자신들이 죽고 나서도 한참 후에야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당에 선전포고를 한 순간부터 자신은 이미 산송장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죽은 목숨이야."

윈스턴이 말했다.

"우리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줄리아가 무심히 응수했다.

"육체적으로는 안 죽었지요. 6개월, 1년... 아마도 5년 후까지는 죽지 않을 거에요. 나도 죽음이 두려워요. 당신은 젊으니까 나보다 더 두려울 거예요. 분명히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죽음을 연기시킬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렇게 해 봤자 큰 차이는 없을 거예요. 사람이 사람으로 남아 있는 한 죽음과 삶은 똑같은 거예요."

윈스턴과 줄리아 둘 다 어느 정도는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런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죽음이 임박했다는 사실이 누워 있는 침대처럼 손에 만져질 듯한 때가 있었다. 그러면 그 둘은 함께 시계 종이 울리기 5분 전에 쾌락의 마지막 한조각이라도 움켜쥐려는 지옥에 떨어진 영혼처럼 절망적인 육욕에 매달렸다. 하지만 자신들이 안전할 뿐만 아니라 이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거라는 환상에 빠질 때도 있었다. 그들은 이 방 안에 있는 한 자기들에게는 그 어떤 재난도 닥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곳에 오려면 어려움과 위험이 따랐지만 방 그 자체는 성역이었다. 그것은 마치 윈스턴이 문진의 한가운데를 들여다보며 자신이 그 유리 세계 속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일단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시간도 멈출 수 있으리라고 느끼는 것과 같았다. 이따금 그들은 둘이서 도망가는 꿈에 빠지기도 했다. 행운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남은 생애 동안도 지금처럼 둘의 이 은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캐서린이 죽으면 둘이서 묘안을 짜내 성공적으로 결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둘이 함께 자살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둘이 감쪽같이 사라져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위장한 뒤에 노동자들의 말투를 배우고 공장에 취직해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뒷골목에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둘 다 알고 있듯이 모두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현실에서는 피할 데가 없었다. 현실성은 있지만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단 한가지 계획은 자살이었다.

그가 오브라인언에게 이야기를 하던 동안에 그 말의 의미가 또렷해지면서 섬뜩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왠지 습습한 무덤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무덤이 거기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당신은 저걸 끌 수 있군요!" - 대책없이 오브라이언이 빅브라더에 대항하는 형제단일거라는 추측으로 오브라이언을 찾아가 본인의 속내를 털어놓던 윈스턴이 오브라이언이 텔레스크린을 끄는 모습을 보며 경악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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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두적 집단 이기주의의 이론과 실제-

임마누엘 골드스타인 지음

맨 처음 기계가 등장했을 때, 사상가들은 기계가 인간의 단조로우면서도 고된 노동을 맡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불평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기계가 그 목적에 따라 신중하게 사용되었다면 기아,과로,불결함,문맹,질병 등은 몇 세대 안에 모두 근절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기계가 그런 목적에 사용되지 않았지만 일종의 자동화 공정에 사용되어 가끔 분배하지 않을 수 없는 부를 생산하기 때분에 그 부산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50년 간 일반 국민의 생활수준이 상당히 향상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식의 일률적인 부의 증가는 계측 사회의 파괴(어떤 의미로는 정말 파괴였다.)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적게 일하고 배불리 먹으며 목욕탕과 냉장고가 있는 집에서 자동차와 심지어는 비행기까지 소유하고 산다면, 가장 명백하면서도 가장 불평등한 형태는 이미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부가 일단 일반적인 것이 되면 특별할 것이 없다. 물론 개인적 소유와 사치라는 의미에서 부가 공평히 분배되지만 한편으로는 소수 특권 계급이 권력을 장악하는 사회를 상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회는 오랫동안 안정을 유지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시간적 여유와 함께 경제적 안정을 똑같이 누리게 되면 빈곤에 허덕이느라 사회에 무관심했던 대중이 지식인이 되어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게 될 것이며, 곧 소수의 특권층이 존재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을 깨닫고 그들을 몰아내려 할 것이다. 결국 계층 사회는 가난과 무지를 기반으로 할 때만 가능한 것이었다. 20세기 초에 몇몇 사상가들이 꿈꾸었던 과거 농경 사회로의 회귀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의 전 세계에 걸쳐 거의 본능이 되다시피 한 기계화 경향과 상충하거니와 공업에서 낙후된 국가는 군사적으로 무력해지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공업 선진국가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세계의 부를 실질적으로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공업의 바퀴를 계속 굴러가게 할 수 있느냐에 있었다. 재화는 생산되어야 하지만 분배되어서는 안됐다. 따라서 실제로 이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끝없는 전쟁뿐이었다.

뒤에서 서술하겠지만 전쟁은 필요한 파괴를 완수하되 심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법으로 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사원이나 피라미드를 건설하고 땅에 구멍을 팠다가 다시 메우고 방대한 재화를 생산했다가 불을 질러 버리는 데에 세계의 잉여 노동력을 소비하면 아주 간단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계층 사회에 경제적 기반만을 제공해 줄 뿐, 감정적 기반을 마련해 주지는 않는다. 여기에 관계되는 것은 대중의 사기가 아니라 당 자체의 사기다. 꾸준히 일하는 한 대중의 태도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밑바닥인 말단 당원도 유능하고 근면하면서도 어떤 한정된 범위 안에서는 지적이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포,증오,과찬,승리의 도취감에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잘속고 무지한 광신자여야 한다.

전쟁은 이제 지배 집단이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이며, 전쟁의 목적은 영토의 정복이나 방어가 아니라 사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전쟁'이란 단어는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

진실로 영원한 평화는 영원한 전쟁과 똑같을 것이다. 대부분의 당원들은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이해하겠지만 이것이 바로 당의 표어 '전쟁은 평화'에 담긴 참뜻이다.

이중사고란 한 사람이 두 가지 상반된 신념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그 두가지 신념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당의 지식층은 자신들의 기억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할지를 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이 현실을 농락하고 있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이중사고의 훈련에 의해서 현실을 침범하지는 않았다며 스스로 만족해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의식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정확하게 수행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무의식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정확하게 수행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무의식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날조를 한다는 느낌이 들어 죄의식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당의 본질적인 행위는 한 점 부끄러움도 없이 정직하게 수행된다는 의도를 단단히 유지하면서 기만을 의식적으로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중사고는 '영사'의 핵심이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그 거짓을 진실로 믿고 곤란해질 사안은 잊어버렸다가, 그것이 다시 필요해졌을 때 망각 속에서 끄집어내며 객과적인 현실의 존재를 부인하는 한편, 그동안 내내 부인해 왔던 현실을 고려하는 등, 이 모든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중사고란 말을 사용할 때조차도 이중사고르 해야 한다. 이 말을 사용하면 현실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다시 이중사고를 하면 바로 인정한 것을 지워 버리는 것이 되니, 이렇게 무한히 계속하면 언제나 거짓말이 진실보다 앞서게 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당이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이중사고에 의해서였는데,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이런 일은 앞으로도 수천 년 동안 계속될지도 모른다.

'이중사고'를 가장 교묘하게 이용하는 전문가들이 바로 이중사고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며 이중사고가 방대한 정신 기만 체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사회에서 현재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 또한 가장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이해력이 더 좋을수록 망상에 더 잘 빠지고 지적일수록 정신이 더 온전치 못하다.

이들 세 계급의 목표는 그야말로 차이가 너무 커서 아예 타협할 수가 없었다. 상층 계급의 목표는 현재 위치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고, 중간 계급의 목표는 상층 계급과 자리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하층 계급은 고되고 단조로운 일에 너무 짓눌려 일상생활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의식하지 못한다는 변치 않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하층 계급에게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는 모든 차별의 폐지와 인간 모두가 평등한 사회의 건설일 것이다.

만약 인간 평등을 영원히 저지하려면, 다른 말로 소위 상층 계급이 자신들의 지위를 영원히 지키려면, 온전치 않은 정신의 지배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이 순간까지도 우리가 거의 무시해 온 문제가 하나 있다. 왜 인간 평등은 저지되어야 하는가? 그 과정의 기법이 제대로 설명되었다고 가정한다면 그처럼 치밀하게 계획하여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서 어느 특정 순간에 역사를 동결시키려고 하는 동기가 무엇일까?

우리는 핵심적인 비밀에 도달했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당, 특히 핵심 당의 신비로움은 이중사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곳에 권력의 장악과 이중사고, 사상경찰, 끊임없는 전쟁 그리고 그 밖에 부수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생기게 한, 근원적인 동기,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본능이 있다.

실제로 이 동기를 구성하는.....

이 뒤는 생략되어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의미일게다. 내 생각은? 우리 스스로가 원하기 때문일게다. 우리는 평등을 원하지 않고 짜여진 세계관을 강력한 권력에게 '부여받는' 안정감을 우리는 알게모르게 원한다. 그리고 우리 밑의 사람들을 보면서 안도받길 원한다. 더러운 시장이 내 생각대로 움직여서 나에게 안도감을 줄 사람들을 내 밑에 한명이라도 늘어가게 해주길 바란다. 그 뿐인가 우리는 누군가를 믿고 숭배하고 또 그들이 나락까지 추락하기를 바라는 '이중사고'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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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녀한테 정신을 집중하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고 배신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연산 법칙을 알고 있듯이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일 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가 몸을 뒤트는 것을 바라보며 간수가 비웃었다. 어쨌든 한 가지의 의문은 풀린 셈이었다. 무슨 수를 쓰든 결코 고통이 더 심해지길 바랄 수는 없었다. 고통을 받으면 바랄 수 있는 단 한가지는 고통이 멈추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없었다. 고통 앞에 영웅은 없었다. 영웅은 있을 수 없었다.

윈스턴은 어렴풋이 오브라이언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널빤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윈스턴의 심문을 받는 동안 오브라이언을 한 번도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윈스턴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곳, 바로 윈스턴의 옆, 바로 팔꿈치께에 있다고 확신했다. 모든 것을 지시하는 사람은 바로 오브라이언이었고 윈스턴에게 언제 고통을 주고 휴식을 주며 밥을 먹이고 잠을 재울 것인지, 또한 언제 팔에 주사를 놓는지를 결정하는 사람도 오브라인언이었다. 또 질문을 하고 답변을 제시하는 사람도 오브라이언이었다. 그는 박해자이자 보호자이며, 심문자이자 친구였다. 약에 취해 잠든 것인지, 정상적으로 잠든 것인지, 혹은 깨어 있는 순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한 번은 누군가가 윈스턴의 귀에 대고 다음과 같이 속삭였다. "걱정하지 말게, 윈스턴. 내가 자네를 보호하고 있으니까. 나는 7년 동안 자네를 지켜봐 왔네. 이제 때가 온 걸세. 내가 자네를 구하겠네. 자네를 완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네." - 오브라인언을 '시장'으로 바꾸면?

윈스턴, 오직 수양을 한 사람만이 실재를 볼 수 있는 거라네. 자네는 실재란 객관적이고 외적이며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또한 실재는 본질을 스스로 증명한다고 믿고 있어. 자네는 자신이 뭔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속이면서 다른 사람들도 자네가 보는 것과 똑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짐작하는 거란 말이네.

그러나 윈스턴, 분명히 말해 두지만 실재는 겉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 아닐세. 실재는 어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있네. 그것도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때로는 곧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한 개인의 마음속이 아니라 집단적이고 불멸하는 당의 정신 속에 있는 거라네. 당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건 무엇이든 다 진실일세. 당의 눈을 통해 보지 않고는 실재를 볼 수 없어.

윈스턴, 이것이 바로 자네가 다시 배워야 할 사실이네. 여기에는 자기 파괴의 행위, 즉 의지적 노력이 필요하지. 자네가 온전한 정신 상태로 돌아오려면 먼저 스스로 겸손해져야 하네."

"혹시 기억하고 있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기에도 '2 더하기 2는 4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이것이 자유다.'라고 쓴 걸 말이야."

"네."

윈스턴이 대답했다.

오브라이언이 왼손을 들어 손등을 윈스턴에게 보이고 엄지손가락을 감춘 채 네 손가락을 펴 보였다.

"윈스턴, 내가 지금 손가락 몇 개를 펴고 있나?"

"네 개입니다."

"그럼 당이 네 개가 아니라 다섯 개라고 말하면 몇 개가 되지?"

"네 개입니다."

"윈스턴, 손가락이 몇 개인가?"

"다섯! 다섯! 다섯 개입니다!"

"아니네, 윈스턴. 소용없네. 자네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여전히 네 개라고 생각하고 있단 말일세. 자, 손가락이 몇 개인가?"

"이보게 윈스턴. 때로는 그게 5일 수도 있고, 3일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한꺼번에 3도,4도,5도 될 수 있다네. 자네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어.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다네."

"윈스턴, 내가 지금 손가락을 몇 개 펴고 있는가?"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다시 물어 보실 거라면 차라리 저를 죽이세요. 네 개인지, 다섯 개인지, 여섯 개인지, 솔직히 정말 모르겠으니까요."

"좀 나아졌군."

"사람들을 왜 이리 데려오는지 알겠나?"

"자백을 받아 내기 위해서입니다."

"아닐세. 그 때문이 아니야. 다시 생각해 보게."

"벌을 주기 위해서 입니다."

"아니야!"

오브라인언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별안간 변했다. 얼굴도 갑자기 흥분해 단호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란 말이네! 자백을 받아 내기 위해서도, 벌을 주기 위해서도 아니야. 왜 자네를 이리 데려왔는지 말해 줄까? 치료하기 위해서야! 자네를 온전한 정신을 지닌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윈스턴, 여기 들어온 사람치고 치료되지 않은 자가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겠나? 우리는 자네가 저지른 어리석은 범죄에는 관심도 없네. 당은 겉으로 드러난 행위에 관심이 없단 말이네. 우리가 신경 쓰는 건 사상뿐이란 말일세. 우리는 단순히 적을 말살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개조시키고 있네.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나?"

"자네가 첫 번째로 알아 두어야 할 건 여기선 순교가 없는 점이네. 자네는 과거의 종교 박해 사건에 관해 읽어 봤을 걸세. 자네도 알다시피 중세에는 종교재판이 있었네. 그런데 그건 실패했지. 이단자를 뿌리 뽑기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엔 이단을 영구화시키고 말았네. 이단자를 화형에 처할 때마다 다른 수천 명의 이단자들이 들고 일어났어. 왜 그랬겠는가? 그것은 종교재판이 그들이 적을 공개적으로, 회개를 받아 내지도 못한 채 죽였기 때문이야. 사실은 그들이 회개하지 않는다고 죽인 거란 말이네. 그들은 저마다 가진 진정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어 갔던 게야. 그러니 당연히 모든 영광은 그 희생자들에게 돌아갔고 그들을 화형에 처한 종교재판관들은 비난을 면치 못했던 거지.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나? 첫째로 그들의 자백이 명백히 강제에 의한 것이었고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일세. 우리는 그런 식의 실수는 저지르지 않아. 여기서 얻은 자백은 모두 진실이네. 우리가 진실로 만드는 거지. 무엇보다 우리는 죽은 자들이 다시 우리에게 반항하지 못하다록 하고 있다네."

"옛날, 전제 군주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였고 전제주의자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렇게 해야 한다.' 였지. 그런데 우리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러이러하다.'이네. 우리가 이곳에 끌고 온 사람 가운데 우리에게 끝까지 맞선 자는 아무도 없었네. 모두 깨끗이 치료되었네. 자네가 한 떄 무죄라고 믿었던 존스와 에런슨, 러더퍼드, 이 불쌍한 세 반역자들도 결국은 굴복하고 말았네."

<책 마지막 파트에서 윈스턴의 심리 변화가 재미있어서 필요한 핵심구절만 옮김. 화살표>

"언제 저를 총살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윈스턴이 말했다.

"시간이 오래 걸릴걸세. 자네는 힘든 사례야.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는 말게. 조만간 완치될 걸세. 결국에는 자네를 총살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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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줄리아! 내 사랑, 줄리아!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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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은 그의 머리통을 산산이 부숴 버릴 수는 있겠지만 증오심으로 불타는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단적인 사상은 영원히 그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어서 벌을 받지도, 회개를 강요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그들의 완벽성에 하나의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그들을 증오하면서 죽는 것, 이것이 바로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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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말해 보게. 빅브라더에 대한 자네의 진심은 뭔가?"

"그를 증오합니다."

"그를 증오한다고? 좋아. 결국 자네가 마지막으로 밟아야 할 단계가 왔군. 윈스턴, 자네는 빅브라더를 사랑해야만 하네. 그에게 복종하는 걸로는 부족하단 말일세. 반드시 그를 사랑해야 하네."

그는 윈스턴을 놓아 주며 간수들 쪽으로 밀었다.

"101호실로!"

그가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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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사람마다 다 다르지."

"자네의 경우에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게 쥐일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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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구원, 아니 구원이 아니라 희망, 아주 작은 희망 한 조각이 나타났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너무 늦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이 세상에서 자기 대신 형벌을 받을 수 있는 오직 '한 사람', 자기와 쥐 사이에 밀어 넣을 수 있는 '한 몸뚱이'가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는 미친 듯이 마구 외쳐 댔다.

"줄리아한테 하세요! 줄리아한테요! 제게 하지 말고 줄리아한테 하라고요! 그 여자한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어요.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도, 살갗을 벗겨 뼈를 발라내도 말예요. 저는 안 돼요! 줄리아한테 하세요! 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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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밤나무 아래

나 그대를 팔고, 그대 나를 팔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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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밑에 있는 윈스턴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는 자리에서 웁직이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펄적 뛰면서 바깥의 군중과 한패가 되어 귀가 먹먹해지도록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윈스턴은 빅브라더의 거대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그 검은 콧수염 속에 숨겨진 미소의 의미를 알아내기까지 4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오, 잔인하고 부질없는 오해여! 오, 저 사랑이 가득한 품을 떠나 고집을 부리며 지내 온 유랑의 삶이여! 진 냄새가 밴 두 줄기 눈물이 그의 코 양옆으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괜찮았다. 모든 것이 다 잘되었다. 투쟁은 드디어 끝이 났다. 그는 자신과의 투쟁에서 승리했다.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