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변동성은 리스크로 여겨진다. 각종 리포트에서도, 리딩멘트로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니 주식비중을 줄여라, 보수적으로 접근하라.' 라는 식의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위험(risk)의 크기를 의미하는 VaR을 계산하는 공식에도 변동성이 들어간다. 이론적으로는 변동성이 리스크 요인 중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에게는 변동성이 리스크일 수 없다. 변동성은 주식시장의 특성 중 하나로서 양방향으로 작용(주가상승 위험과 주가하락 위험)하며 오히려 기회를 제공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버핏은 자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학계에서는 변동성을 리스크로 표현하는데 왜 버핏은 변동성이 리스크가 아니라 하고, 오히려 선호했을까.



첫 번째, 과한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보험사업에서 발생하는 플로트를 투자자금으로 사용하였으며 사채발행이나 차입도 활용했으므로 레버리지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총자산 대비 미미한 수준이었고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을 만큼의 레버리지였다.



대출 받지말고 자기 돈으로만 투자하라는 이야기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기 자본 1억과 대출금 1억을 합해 총 2억으로 투자를 하다가 반토막 손실이 나면 빈털터리가 된다(물론 그 전에 반대매매로 대출금을 회수해가면서 전액손실을 막아주겠지만). 어떤 주식이든 -50%의 손실은 심심찮게 맞게 되는데 이럴 때 높은 비율의 레버리지를 이용하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 증시에서 퇴출되고 만다. 이후에 주가가 반등하는데 지켜보기만 해야하니 심리적 고통은 2배다.



그런데 100% 자기자본, 또는 저비율의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웬만한 하락을 맞아도 죽지 않을 수 있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회복된다. 현금이 남아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니체가 말하기를,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두번째, 만기가 아주 길거나 영구자금을 가지고 투자했기 때문이다. 보험사 플로트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까지는 마음껏 운용할 수 있다. 애초에 사고확률과 금리 등을 고려하여 보험료를 책정(보험 영업이익이 나게끔 설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는 시기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인 것이다.



당장 내년, 내후년에 사용해야할 돈이라면 절대 투자해서는 안 된다. 단기간의 주가 움직임은 기업의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기업의 주가도 크게 빠질 때가 존재하는데 이럴 때 돈을 빼야하는 것만큼 최악인 상황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실 정말 건전한 투자자라면 변동성을 리스크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변동성을 적으로 만드느냐, 친구로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투자자 자신에게 달려있다.



나는 변동성을 친구라고 굳게 믿는다(그렇다고 해서 내가 건전한 투자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의 가치는 단기간내에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주가가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다면 주가는 매우 지루하게 움직일 것이다. 이런 주식에 관심을 가질 투자자는 많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주가는 가치를 중심으로 크게 변동한다(때론 꽤 오랜기간 가치와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1년동안 기업의 가치가 그대로였다고 하자. 2023년 1월 2일의 종가와 2024년 1월 2일의 종가도 동일했다고 해보자. 이 주식을 사서 1년동안 가만히 있었다면 수익률은 0%였을 것이다(세금이나 수수료 제외). 하지만 그 사이에 주가는 변동했고 그 변동성을 활용해 주가가 싸다고 생각될 때마다 추가매수를 했다면 2024년 1월 2일 수익률은 +였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기막힌 시점에만 매수할 수는 없다. 최초 매수가보다 비싼 가격에 더 살 때도 있을 것(내재가치보다 싼 주가이므로)이고 수량도 그때그때 다를 수 있다. 중간에 매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는 장기 주가변동이 없는 상황에서도 변동성을 충분히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한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아 손실을 감내할 수 있고, 중간에 출금해야할 자금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변동성이야말로 초과수익을 안겨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는 정말 훌륭한 종목이 아니더라도 변동성 덕분에 시장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