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시즌, 파두의 충격적인 실적이 발표되면서 한동안 시끌시끌했었죠. 말도 안되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실적이 없는걸 알면서도 그걸 눈 감아줬다 등등. 두 증권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2236호 중>



이번 일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측이 제시하는 가이던스가 앞으로의 실적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그게 안 지켜졌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사전에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성장성 특례 상장의 경우에는 증권사의 추천만으로 상장이 가능(거래소가 받아들인다면)합니다. 그런데 상장을 시키면 그 상장을 주선한 주관사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위해서 아무것도 아닌 기업을 성장성 높은 기업인 양 포장해 상장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죠. 상장사와 증권사는 win-win이 되고, 이 때 발생하게 될 피해는 순전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이 됩니다.



따라서 이번 파두 사태가 재발되지 않게 하려면 분명히 구조를 고치긴 해야합니다. 증권사 추천만으로도 가능했던 방식을 바꾸거나 증권사 의무 인수분에 장기간의 락업을 걸거나, 수수료 체계를 바꾸거나...



그런데 일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 개인투자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상장은 말이 좋아 상장이지 사실상 블록딜, 유상증자와 같은 말입니다. 기존 투자자들의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사주는, 신주 대량발행으로 희석된 주식을 사는 행위입니다. 가격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힘겨루기로 형성되는데, 당연히 매수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비싼 가격에 상장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매번 비싼 가격에도 사주니까 비싸게 판다는 것이죠.



한 정육점에서 고기를 매우 비싸게 판매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오랜 기간 그 가게가 잘 버틴다면 그렇게 비싼 가격에도 장사가 잘 된다는 뜻이겠죠. 왜 그렇게 비싸게 파는지에 대해선 비난할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가격은 철저히 시장에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가게를 비난할 수 있는 경우는 위생이 엉망이라거나 상한 고기를 판매한다거나,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다든가 할 때 뿐이죠.



가격이 불만이면 안 사면 그만입니다. 삼프로TV 상장 관련해서도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것도 그냥 안사면 됩니다. 괜히 비싸게 사놓고 나중에 손실보면 고평가 상장이라느니, 여의도 카르텔이라느니 욕할게 아니라요.



웬만하면 신규상장주는 거릅시다. 안 그래도 위험한 주식시장인데 굳이 검증도 되지 않은, 리스크가 잔뜩 숨어있는 주식 사서 그 리스크를 내 것으로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거 말고도 좋은 주식은 널리고 널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