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과는 관계없이 내재가치 대비 크게 할인되어있는 주식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렸던 벤자민 그레이엄의 방식, 일명 담배꽁초투자.
훌륭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어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기업이라면 그리 싸지 않은 가격에 사더라도 훌륭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던 필립피셔와 찰리멍거의 방식.
워런버핏은 초기에 스승이었던 벤자민 그레이엄의 방식만을 고수했지만 멍거와 함께한 씨즈캔디 투자사례를 통해 후자의 방식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씨즈캔디,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애플이 매우 잘 알려진 사례.
내재가치 대비 싸게 사야한다는 공식에는 이견이 없는 가치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버핏을 따라해서는 안된다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버핏은 기업인수와 주식투자라는 2가지의 선택지를 가지고 있으며 보험사의 플로트를 활용하여 투자를 하기 때문에 우리같은 일반 개인투자자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라는게 근거이다.
물론 이 근거에는 일리가 있다. 우리는 기업인수를 할만한 자금도 없고 보험사 주식을 매수한다고 해서 플로트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그저 그런 기업을 정말 싼 가격에 사거나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 중 무엇이 옳다 라고 이야기할 근거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버핏이니까 후자가 나은거지 우리들에겐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라는 말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전자는 멀티플 리레이팅을 노리는 방식이고 후자는 BPS의 상승을 향유하는 방식이다. 즉, 그저 그런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가격과 가치의 괴리가 줄어든 시점에는 매도해야 하고, 훌륭한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기에 장기보유를 통해 EPS, BPS의 증가분을 먹어야 한다.
사실 나도 후자에 해당하는 기업에 투자해서 커다란 복리수익을 얻고 싶어 가치투자에 정착했던 것 같다. 10%, 20% 수익에 감지덕지했던 나는 하나의 종목에서 100%, 200% 수익을 낸 사람들이 몹시 부러웠기 때문이다(지금은 잘 모르겠다. 오르는 종목을 장기보유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에).
하지만 아직까지도 내가 투자했었거나, 투자하고 있는 기업 중 그런 기업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아직 투자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단순히 주가의 등락만을 놓고 훌륭한 기업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 훌륭한 기업이지만 일시적으로 부진을 겪는 것인지, 이제 더이상 훌륭한 기업이 아니게 된건지를 분간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ex.LG생활건강, 이건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내 딴에는 그래도 만족스러운 수익을 안겨줬던 종목들을 생각해보면 레이크머티리얼즈(매수 당시 PER 90배), 클래시스(매수 당시 PER 20배), 플리토(매수 당시 적자), 에치에프알(매수 당시 PER 300배, 이 때는 PER 개념 잘 몰랐을 때)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싼 주식을 좋아하는 나에게 정작 큰 수익을 줬던 주식들은 고PER주들이었다는게 아이러니하긴 하다.
<레이크머티리얼즈, 클래시스, 플리토, 에치에프알 주봉차트>
반대로 현재 실망스러운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종목들 다수는 PER이 5배도 되지 않는다. 지금으로썬 무엇이 더 나은 투자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내게 수익을 줬던 종목들을 하나하나 보면 이것이 정말 훌륭한 기업이라고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손실중인 종목들이 나쁜 주식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 내에서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종목이 더 훌륭한 종목인지, 어떤게 더 크게 오를지, 그리고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 아이디어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온전히 계속해서 보유하든지, 일정 수준 오르면 매도할 것인지 하나만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크게 오를 종목은 미리 팔아버리고 등락을 반복하는 종목은 장기보유하여(이렇게 엇박자가 날 수 있다) 계좌 수익률이 지수도 따라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어떤 방식이 더 낫다 라는 것을 이야기하기에 지금의 나는 경험이 짧아서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확실한 한 가지는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간에 자기성향에 맞는 대응방식을 일관되게 적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