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북으로 1.5배속으로 듣다가 이 책을 빨리감기로 보는게 양심에 찔려서 전자책으로 읽음.

예전 친구들과 미학적으로 같은 의미나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좀더 축약되고 상징적인 예술들이 미학적으로 더 고차원적인 것이다라며 설겆이하면서 화면을 보지 않아도 대사만으로 내용을 알 수 있는 드라마는 클로즈업 샷으로 인물의 감정을 대사없이 표현하는 영화에 한참 못 미친다. 돈을 지불하는 상품들이 확실히 수준이 높다며 그런 의미에서 웹툰도 만화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며 잘모르는 꼬맹이들 소리하곤 했는데, 일정 부분 사실이라고는 생각함. (전화통화를 하면서 대사가 "뭐? 어머니가 쓰러지셔?" .... 이걸 작품이라 할 수 있냐..) 그런데 이제 더이상 그런 시대가 아님. 소비자들이 더 쉽고 편한 작품들을 원하고 있음. 이제 더 이상 티비 드라마나 작품에서 배드 앤딩은 걱정할 필요가 없음. 소비자들이 그걸 원하는데.. 문제는 감상자들이 아니라 말 그대로 '소비'자들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

임팩트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데 한국 작품인 <이태원 클라스>를 예로 드는 것도 재미있다.

빨간 색 - 필자 생각

파란 색 - 강조 표시​


아오야마 가쿠인대학의 조사 결과에서는 빨리 감기로 보려는 영상 콘텐츠 중 1위가 대학 강의(57.2%), 2위가 유투브 자체 콘텐츠(50.8%), 3위가 드라마(23.4%), 4위가 애니메이션(22.6%), 5위가 보도/다큐멘터리(19.5%), 6위가 영화(17.2%) 였다.

첫 번째로, 봐야 할 작품이 너무 많다.

두 번째 배경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 낭비는 악이다. 가성비야말로 정의다.

작품과 콘텐츠, 감상과 소비 - 패스트푸드처럼 '배만 채우는' 콘텐츠

세 번째 배경은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영상 작품이 늘어났다. - 귀멸의 칼날 제 1회 주인공 탄지로가 눈속을 달리면서 "숨이 차다, 얼어 있던 공기 때문에 폐가 아프다"라고 말한다. 눈이 쏟아지는 가운데 절벽에서 낙하하고는 "눈 덕분에 살았군" 이라고 말한다.

물론 예술에서는 만든 이가 예상하지 않은 감상법도 허용된다. 프랑스의 비평가 롤랑 바르트 등이 제창한 '텍스트론', 즉 "문장은 만든 이의 의도에 지배당하지 않고 문장 그 자체로 읽어야 한다" 라는 사상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일단 쓰인 문장은 만든 이로부터 떠나 자율적인 것(텍스트) 이 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읽힌다는 주장이다. 이를 영상 작품에 적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 등장하는 빨리 감기 시청자가 그렇게 능동적인 태도로 빨리 감기를 선택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같은 콘텐츠를 계속 반복해서 보는 소비자들

"새로운 걸 보는 데는 체력이 필요해요. 처음 접한 작품을 빨리 감기로 본 탓에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해서 자꾸 생각하게 된느 게 귀찮고 피곤해요. 그럴 바에야 잘 알고 있는 걸 반복해서 보는 편이 더 기분 좋죠."

  • 공감함. 나도 집중해서 뭔가를 할 때 틀어놓는 컨텐츠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내가 가장 재미있게 봤던 작품인 것들은 아님. 재미있었고 부담없었고 느낌이 예뻤던 작품들이 많음.

'감상 모드' 와 '정보 수집 모드'

예술 - 감상 - 감상 모드

오락 - 소비 - 정보 수집 모드

  • 이것도 공감.. 이 둘을 분리해서 소비함. 아무래도 리들리 스콧이나 마틴 스콜세이지 영화를 그냥 딴 짓하면서 볼 수는 없잖아.. 그러다 보니 그런 작품들이 쌓일 때가 있음. 공부 하는 것들도 그렇고.. 각 잡고 봐야지 각 잡고 해야지 하는 것들은 자꾸 쌓임.

월정액으로 영상을 감상하는 서비스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단적으로 말하면 작품 하나하나의 가치가 줄었다.

'이해하기 쉬운 것' 이 대접받는 세상이다. 극단적이고 선정적인 의견을 짧고 시원하게 외치는 사람이 인터넷에서 팔로워를 모으기 쉽다.

"더 과격한 언행으로 조회 수를 올리는 자가 이기는 게임으로 팬 문화를 넘어 일종의 종교와 비슷하다."

"책이나 학설에서 그럴 듯한 지식을 주워 담아 시청자 눈높이로 알기 쉽게 말해줌으로써 신자를 끌어모읍니다. 신자들은 운영자가 다루는 주제에 대해 잘 몰라도 돼요. 필요한 건 알기 쉽게 딱 잘라 말해주니 잘 몰라도 알고 있다는 느낌,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죠. 그때부터는 운영자가 '의문을 품지 말고 나만 믿고 따르라' 고 하게 되는 거에요."

  • 편하고 쉬운게 대접받는다. 사람들이 그런 걸 원하고 누구도 깊게 알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간단하게 쉽게 말해주고 강하게 이야기 하면 맞는 건가보다 한다. 그리고 자기도 안다고 생각하고 주변을 가르치려 한다. 나도 반성하게 되지만 대한민국 배터리 주주들 생각나지 않은가?

베스트셀러 도서의 내용을 요약해주는 서비스도 인기를 끈다. "책 내용을 한 장으로 요약해드립니다." "5분 만에 읽는 요약", "바쁜 직장인을 위한" 이라는 홍보 문구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저는 관객이 유치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점점 더 편한 것만 추구하죠. 세계적인 경향인 걸요. 그냥 분명하게 보여달라는 겁니다. 이해를 못하는 게 자기 탓은 아니길 바라는 거죠. 그러니 이해하지 못하면 불친절한 작품 탓으로 돌려요."

"작품을 칭찬하는 쪽보다 비판하는 쪽이 우위를 차지하죠.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 작품을 만들다니' 하고 분노하면 피해자가 되는 거니까. 게다가 피해 사례는 온라인에서 동조자를 구하기도 쉬워요."

SNS의 탄생으로 사실상 아무런 비용 없이 간단하게 '피해 사례'를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의견을 막고, "잘 모르겠다" 라는 리뷰를 피하는 방법은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뿐이다.

'샤레이드' 라는 시나리오 용어가 있다. 오드리 햅번 주연의 영화 <샤레이드>에 등장하는 제스처 게임에서 유래한 말로 '간접 표현'을 의미한다.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일일이 대사로 설명할 필요가 없고,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결과적으로 방송국 종사자들은 어떤 사실을 깨닫는다. 시청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 채널을 바꿔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과다한 설며이 될지라도 늘 자막을 표시해두어야 좋다는 것을 말이다.

유투브 영상은 대체로 지상파 방송보다 편집 속도가 빠르다. 중간 중간 쉴 만한 시간이 아예 없고 자극적인 발언이 연달아 나온다. 즉 , '정보 밀도가 높다'. 그런 정보 밀도와 속도에 익숙해져서 긴 장면이나 대사가 없는 장면을 못 견디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 거기다 이제 더 어린 친구들은 숏츠가 유행이다.

다마 높은 가성비를 누릴 수 있는 건 그 콘텐츠가 화제에 오르는 동안만이다.

다음 날, 다음 해까지 그 이야기를 한다고 주위에 사람이 모이지는 않는다.

악품이 유행할 때 봐두어야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가성비가 좋다는 말이다. 영화가 개봉하면 티켓 사진이나 영화관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빨리 가서 봤다고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게시물을 본 다른 사람들도 '이때를 놓치면 안 돼' 라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빨리 감기를 활용한다.

"발레를 배웠다고 해봐야 이야깃거리가 없어요."

요컨대 그것에 대해 아는 사람, 익숙한 사람이 적은 개성은 개성으로서의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말이다. 발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적은 탓에 화제로 발전하기 어렵다.

"아이돌 그룹 누구를 좋아한다거나 영화,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 화제로 삼기에는 훨씬 낫지요."

너무 개성적인 개성은 개성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10대 초반부터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는 메신저나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친숙한 세대다.

1.SNS를 잘 활용한다.

2.돈을 많이 쓰는 데는 소극적이다.

3.물질 소비보다 경험 소비를 중시한다.

4.학교나 회사와의 관계보다 친구 등 개인 간의 관계를 중시한다.

5.기업이 계획한 트렌드나 브랜드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들이 추천하는' 것을 우선한다.

6.안정, 현상 유지를 지향하며 출세욕이 적다.

7.사회공헌을 지향한다.

8.다양성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한다.

밀레이얼 세대는 'SNS에서 비난받고 싶지 않다는 '동조압력'과 '방어의식' 이 강했던 반면, Z세대는 주위로부터 나쁘게 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 SNS상에 자신을 어필하려는 '동조지향'과 '표현의식'이 강하다 라고 분석했다.

"우리 세대가 사용하던 페이스북은 '사람들과의 연결'을 중시하는 미디어였어요. 하지만 사람들과 지나치게 연결되어 'SNS 피로' 를 느끼는 사용자가 속출했지요. 그 반동으로 Z세대는 연결보다도 '표현' 중심인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많이 이용하게 된 거에요."

"'보통'을 잃어버렸죠. 결과적으로 개성이 없으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매우 불안합니다. 그런 불안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취미를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애써요."

밀레니얼 세대나 그 위 세대가 '라이벌'로 삼은 것은 교실이나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뿐이었다. 하지만 Z세대에게는 SNS에서 유명한 또래들이 모두 라이벌이 된다.

소속되는 것만으로 안심하던 다수파가 사라진 상황에서 그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다. 속하기만 해도 즐거운 곳 말이다. "그게 오타쿠의 속성입니다. 오타쿠는 멀리서 보면 굉장히 즐거워 보이잖아요."

이것이 바로 오타쿠 문화, 특히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혹은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는 오타쿠들이 유명해지는 이유다.

"한 분야를 계속 파면서 자신도 '개성'을 갖게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불안을 해소하고 개성도손에 넣으니 일석이조다. 다만 목적과 과정이 뒤바뀐 것은 아닌가? 옛날 오타쿠는 특정 주제에서 시작해 다른 장르로 관심사를 확대하며 그것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즐겼다. SF작품을 계기로 물리학에 관심을 두거나 판타지 작품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종교나 신화에 관한 공부로 이어졌다. 그렇게 충실한 오타쿠 생활을 만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깊이 알고 싶은 마음보다는 안식처를 얻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정확히 말하면 '안식처가 될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자신을 개성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어 실리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좋아하는' 정도로는 'oo오타쿠'라는 말을 쓸 수 없다. "Z세대 사이에서는 오타쿠라고 말할 수 있는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살짝 관심있는 정도로는 오타쿠라고 할 수 없죠."

그런 위축된 마음을 잘 파고든 것이 바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한다'는 뜻인 '최애'라는 말이다.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금세 발견하게 되는 지옥

SNS에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금세 발견하니까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면 금방 포기합니다.

SNS는 한 분야의 최강자를 '바로 곁에 있는 존재'로 직면하게 만들었다.

\'정답' 이 아니면 두드려 맞는 세상

SNS에서 누구나 동의하는 '정답' 만 말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작품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기가 꺼려진다.

제 1장에 나온 고바야시 씨의 이야기릴 빌리자면 각본가에게는 각본을 통해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다. 그런가 하면, 제 2장에서 마키 시가 "보는 이에게는 작품을 오독할 자유가 있다."라고 말했듯이 수용하는 자에게는 해석의 자유가 있다. 그러니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유메메 씨나 다른 Z세대들처럼 인터넷을 많이 사용할수록 '틀리는 것'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한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로부터 엄격하게 비판받거나 비웃음을 사는 참상을 지겹도록 봐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상도 하기 전에 리뷰 사이트를 읽고 범인을 알아둔가. '정답' 을 알고 싶어서. "그들은 빠른 정답만 원한다" 라고 젊은이들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누구든 상처받기를 꺼린다.

요즘에는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트를 지향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이기에 힘든 일이라도 참고 견디라고 말할 수가 없다. Z세대가 자라온 시대를 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자신의 커리어가 언제 어떻게 위협받을지 모른다. 비즈니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내년부터는 완전히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자신만의 특별한 개성으로 눈에 띄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

Z세대는 기댈 곳이 필요하다. 개성 있는 존재가 되려면 더 많은 작품을 봐야만 한다. 그들은 이 과정을 '가성비 좋게 해결' 하길 원한다. 그래서 "봐야만 하는 중요한 작품을 적어달라" 고 한다.

그들은 재미없는 작품 때문에 낭비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 한다. 수많은 졸작을 거친 끝에 자신만의 걸작을 만나는 희열을 알지 못한다. 가급적 힘을 덜 들이고 돌아가는 길을 피하고 싶어한다.

"재미있어진다는 확신 없이 30분을 견디는 건 상당한 스트레스에요."

최근에는 '이 상품을 사용하면 어떤 기분을 느낄지', '이 상품은 어떤 기분일 때 사용하는지' 알기 쉬운 이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요컨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상품'은 환영받지 못한다.

  • 내가 듣기에는 시간도 돈도 없는 시대라는 소리로 들린다. 젊은 세대로 갈 수록 그런 경향이 짙어진다. 돈도 시간도 없는데 할 것은 많으니까. 정치도 경제도 산업도 다 보수적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속편들과 리메이크들이 범람하는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극우화 되는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요즘 영화 예고편은 가장 멋진 장면을 아낌없이 보여주어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인트로부터 갑자기 후렴구가 흘러나오는 노래가 많아졌다.

Z세대의 부모는 2022년 현재 40~50대가 많다. 이들의 육아 트렌드는 '엄격함' 보다 '상냥함'이다.

나이 많은 선배가 배려하는 뜻에서 "실패해도 괜찮으니 일단은 해보라"고 하는 말이 그들에게는 '괴롭힘'에 가깝게 느껴진다. 괜히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부족한 점을 지적받으면 '그런 소리를 할 거면 처음부터 정답을 알려주지..'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실패 자체에 큰 상처를 입는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적은 노력으로 최대 보상을 얻고자 한다.

"스마트폰 게임에 비유하면 치트키를 써서 최고가 되는, 라이트 노벨에서 유행하는 방식 그 자체잖아요. 다른 세계로 흘러가보니 능력자였다는 식. 그러려면 건너뛰기도 빨리감기도 그만둘 수 없다는 거죠."

실제로 시간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람은 치트를 좋아한다. '이것만 해두면 부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정보, '이것만 읽어두면 되는' 자기계발서 리스트, 최소 노력으로 최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편한 방법.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요즘 대학생에게는 시간과 돈이 없다.

"부모님이 대학생이던 때에 비해 출석이 매우 엄해졌어요. 그런데다 금전적인 문제로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할애하는 친구들이 늘어났고, 인턴이나 봉사 등 구직 활동에 시간을 쓰는 친구도 적지 않아요. 그런 경우가 대다수에요. 예전보다 해야할 것이 늘고, 작품을 음미할 여유 시간이 줄어든 것이 영화와 드라마를 빨리 감기로 보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에 사는 1인 가구가 월 2만엔 정도로 식비,수도광열비,통신비,피복비,교제비,오락비 등을 모두 충당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당연히 취미에 돈을 쓸 수가 없다. 오늘날 대학생들에겐 한창 경제에 거품이 껴 있던 1990년의 대학생처럼 스키를 타러 다니거나 여행을 다닐 여유가 없다.

불쾌함을 견디지 못한다.

이러한 경향은 애니메이션 작품이 원작인 라이트 노벨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타임슬립물에서 자주 보이는 테마가 있다. '현대를 사는 일반인이 다른 세계로 굴러 들어가 현대의 지식,경험,기술을 살려 그 세계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선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남성이 무언가 노력해서 그 지위를 얻어낸 것이 아니라 어떤 사정으로 이미 그 상황에 '있는'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즉 '시작부터 모든 것이 갖추어진 설정'이 점점 발전하여 현재의 타임슬립물에 이르게 되었다.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작품이나 판타지성이 잇는 작품에서 주인공이 가장 강하다는 건 불변입니다. 독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이거면 끝입니다."

하지만 X시에 따르면 독자는 한순간도 '진흙탕'을 맛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감상'이란 그 행위 자체가 목적이고 '소비'는 실리적인 목적을 위해 하는 행위다.

'리퀴드 소비'로 설명된느 빨리 감기

이는 2000년에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발표한 [액체 현대]를 기초로 한 것이다.

바우만은 사회 전체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시스템에 따라 형성된 고체(솔리드) 상태에서 특정한 형태를 갖추지 않고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는 액체(리퀴드) 상태로 변화해왔다고 지적했는데 버디와 에커트는 소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과거 주류였던 안정적인 소비를 '솔리드 소비' 라고 한다면 오늘날 보이는 유동적인 소비를 '리퀴드 소비'라고 할 수 있다.

리퀴드 소비의 특징

1.단명 - 주기가 짧다. 단시간에 다음 소비로 '이동' 한다.

2.엑세스 베이스 - 물건을 구입해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사용 또는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구입한다.

3.탈물질적 - 같은 정도의 기능을 얻을 때 물질을 덜 사용한다.

'팬이 아닌 소비자' 가 중시된다.

영화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가진 오페라나 가부키 등의 공연 시간은 대개 영화보다도 길다. 3시간,4시간 때론 6시간이 넘는 오페라도 있다. 하지만 현재 오페라나 가부키 관람 인구는 영화 관람 인구만큼 많지 않다. '특별한 취미' 라고 할 수 있다. 이대로 큰 변화가 없다면 영화도 언젠가 '특별한 취미' 가 되지 않을까?

유투브 편집 영상을 보는 이가 많은 것도 짧은 영상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2시간씩 들여서 소비해야 한다면 부담스러운 게 요즘 세대의 감각이다.

'임팩트 있는 도입부' 로 시청자 붙들기

회차 단위로 크게 완급을 주면 시청자는 '완'에서 이탈해버린다. 그런 면에서 제 1회에서 시청자를 '사로잡는 임팩트'가 중요하다.

시대를 막론하고 새로운 방법이란 출현 후 얼마간은 비바람을 맞기 마련이다. 지금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라는 새로운 방법은 제작자로부터 쉬이 환영받지 못한다. 기존의 지식인들로부터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