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투자마인드를 다듬는 글을 적습니다. 이 글은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제 글을 종종 보시는 모든 이웃님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경어체로 적겠습니다.



요즘 시장이 많이 혼란스럽다고들 이야기합니다. 특정 종목군으로의 극단적인 쏠림현상, 각종 금융범죄, 총선을 의식한 정부의 시장개입(공매도 금지조치나 대주주 요건 완화 논의, 은행 때리기, 카카오 규제 등), 너무나 빨라진 정보의 이동과 이로인한 변동성 확대, 부풀리기 상장 논란, 막무가내식 청원, 컨센서스 미스 종목들의 폭락 등등.



제가 미처 적지 못한 내용들도 정말 많을 겁니다. 혹은 공감이 안되는 항목들도 있겠죠. 저의 생각과 여러분의 생각은 분명 다를테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비단 지금뿐인 것은 아닙니다. 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금융시장이란게 생겨나고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혼란과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져왔습니다. 금융시스템이라는게 더 이상 존속될 수 없다고 생각되었던 시기도 있었으니까요. 제가 2018년 긴 하락장 끝 무렵에 시장에 들어왔으니 주식시장을 그리 오래 경험한 것도 아니지만 지금 시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보면 사실 혼란의 축에도 끼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요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이유가 크게 1) 시장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아서(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시장의 행태) 2) 남들과의 비교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번째로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시장흐름입니다. 이건 사실 경험이 짧기 때문입니다. 수십년 투자를 해오신 분들은 고금리와 저금리, 강세장과 약세장, 대형주의 시기와 소형주의 시기 등 싸이클과 그 극단을 모두 경험한 분들입니다. 그러니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으며 향후 미래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실겁니다. 당연하게도 시장흐름에 불평불만을 하지 않고 그냥 그러려니 하며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죠.



그러나 경험이 짧으면 이전과 달라진 시장의 모습에 당황하게 됩니다. 적도 지방에 태어나 살던 사람이 극지방에 간다면 난생 처음 겪는 추위와 비 대신 눈이라는게 내린다는 사실이 얼마나 충격적일까요.



저도 2018년 말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에 시장이 횡보하는 모습만 경험했었습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폭락장을 겪게 되었고, 미리 현금화를 해둔 덕에 손실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이후에 이어진 강세장을 상당 기간 놓치게 되었습니다. 제 머릿속에 주식시장이 그렇게 연속적으로 상승하는 기억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제 포스팅을 보면 계속해서 고점이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한다 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그렇다고 찾아보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창피하거든요..).



지금도 저는 여전히 못 겪어본 일이 많은 초보투자자이고 계속해서 배워나가고 있는 단계이지만 이제는 시장에 별로 휘둘리지 않습니다. 경험이 조금 쌓인 것도 있지만 투자고전들을 읽으며 주식시장이 원래 그런 곳이라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찰리멍거는 직접 실패함으로써 배울 수도 있지만 남의 실패로부터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했죠.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사람들이 주식으로 성공하려면 몇 번 깡통을 차봐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왜 직접 깡통을 차야만 하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앞서 간 사람들이 걸려 넘어진 돌부리를 보고 피하면 됩니다. 굳이 나도 거기에 걸려 넘어져볼 필요는 없죠. 직접 해보기에 우리의 돈은 너무 아깝고 인생은 짧습니다.



두 번째로 남들과의 비교입니다. 비교와 열등감, 질투심이라는 게 세상이 이토록 발전하는 데엔 중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투자에 있어서, 그리고 자신의 행복에 있어서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수익률, 타인이 어디에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자신의 투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 누군가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조급함을 불러올 뿐이고 결국 감정이 개입되어 악수를 두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저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는 겁니다. 42.195km 마라톤을 하는데 누군가가 초반에 나보다 앞서간다고 해서 무리를 하게 되면 내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완주에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평소에 훈련했던대로 해야겠죠.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어마어마한 돈이 걸린 일이고 누구나 많은 돈을 벌기 원하기 때문에 비교를 하지 않는다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성공을 위해선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남들에게 별 관심이 없고 비교도 하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 저는 참 행운아입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시장은 단기적으로 인기투표소지만 장기적으로 체중계와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가는 단기적으로 투심과 수급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따라간다는 말이죠. 저는 이렇게도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무엇이 옳은 것인지 주가를 보고는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구요. 아무리 좋은 기업도 투자자들의 심리가 나쁜 시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가가 떨어질 수 있고, 아무리 나쁜 기업이라도 투자자들이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면 매우 비싸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 오해가 해소되면서 좋은 기업은 좋은 주가를, 나쁜 기업은 나쁜 주가를 형성하게 됩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투자를 하고 계신가요? 좋은 종목을 들고서도 시장의 단기적인 평가에 의해 힘들어하고 계신가요? 다른 사람보다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힘드신가요?



  투자의 결실이 맺어지기까지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립니다. 조급함 때문에 괜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는 시장의 변동성에 일희일비하면서 나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되돌아보는 주말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워런버핏 바이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