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라면 시대를 초월한 울림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필리 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시대가 변하고 투자 지도가 바뀌고 성장주가 가치주가 되었어도 변치 않는 깨달음을 주는 책입니다. 워렌 버핏은 자신을 "85%의 벤자민 그레이엄과 15%의 필립 피셔" 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죠. 담배 꽁초 투자를 하고 방직 공장이었던 버크셔 헤서웨이를 인수하던 버핏은 몰라도 그 이후 버크셔 헤서웨이를 지금의 투자회사로 만들어 내는 동안은 필립 피셔의 비중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필립 피셔가 쓴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스탠포드 대학교 및 여러 MBA 과정에서 교과서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위대한 성장주 투자자이자 장기 투자로 유명한 필립 피셔가 강조한 것은 '사실 수집' 입니다. 사실 수집은 어떤 기업이 강한지, 혹은 약한지 에 대해 "현실 세계의 사람들" 로  부터 답을 구하는 것이라고 필립 피셔의 아들 '켄 피셔'는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그저 떠도는 루머에 몸이 달거나, 자신들에게 뭔가를 팔고자 하는 월 스트리트의 온갖 추측 들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거죠.


실제로 회사의 임직원과 퇴사자들 혹은 경쟁 업체 직원이나 연구원 등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사실을 수집하라는 겁니다. 물론 현실에서 일반 개인 투자자가 필립 피셔 같은 거물이 아닌 이상 그런 기회를 얻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사실 수집'의 방식은 다양해 졌습니다. IR 담당자와 통화가 개인 투자자도 가능하고, 절차를 거치면 탐방도 가능하죠. 온갖 자료나 홍보 자료 등도 구글링을 통해 수집할 수 있습니다. 


이 '사실 수집' 을 통해 15가지 포인트로 '위대한 기업' 을 찾아냅니다. 이 15가지 포인트를 요약하면 넓은 시장과 강력한 제품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재의 제품 영역을 훨씬 뛰어넘는 잠재력을 끊임없이 개발하고자 하는 결단력 있는 경영진이 이끌어가는 회사입니다. 이런 기업은 미래의 신제품을 창출해낼 수 있는 생산적인 연구개발 부서를 가지고 있고, 또 효율적이며 규모를 갖춘 강력한 판매 조직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제품이 시장에서 부딪칠 수 있는 모든 장애물들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업은 판매 마진율이 상당히 높죠.


<필립 피셔의 투자 대상을 찾는 15가지 포인트>


포인트 1. 적어도 향후 몇 년간 매출액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갖고 있는가?


포인트 2. 최고 경영진은 현재의 매력적인 성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 생산라인이 더 이상 확대되기 어려워졌을 때에도 회사의 전체 매출액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있는가?


포인트 3. 기업의 연구 개발 노력은 회사 규모를 감안할 때 얼마나 생산적인가?

포인트 4. 평균 수준 이상의 영업 조직을 가지고 있는가?

포인트 5. 영업 이익률은 충분히 거두고 있는가?

포인트 6. 영업 이익률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포인트 7. 돋보이는 노사 관계를 갖고 있는가?

포인트 8. 임원들간에 훌륭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가?

포인트 9. 두터운 기업 경영진을 갖고 있는가?

포인트 10. 원가 분석과 회계 관리 능력은 얼마나 우수한가?

포인트 11. 해당 업종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별도의 사업 부문을 갖고 있으며, 이는 경쟁업체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 기업인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가?


포인트 12. 이익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기적인가 아니면 장기적인가?

포인트 13. 성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가까운 장래에 증자를 할 계획이 있으며, 이로 인해 현재의 주주가 누리는 이익이 상당 부분 희석될 가능성은 없는가?


포인트 14. 경영진은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는 투자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지만 문제가 발생하거나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는 "입을 꾹 다물어 버리지" 않는가?

포인트 15.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최고 경영진을 갖고 있는가?.




투자를 집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사실 수집이 수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필립 피셔의 성장주 발굴법에 이의를 제기할지 모릅니다. 너무 개인 투자자가 하기에는 어렵거나 힘들고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당시에도 그런 불평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책의 마지막을 할애에서 필립 피셔는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거장이 때리는 회초리에 뼈 한번 맞아보시죠.


"몇몇 사람들은 나의 이런 성장주 발굴법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사실 이런 말은 수없이 들었다. 평범한 투자자라면 고작 투자 대상 기업을 하나 찾아내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혹은 투자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어떤 종목을 매수해야 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한번 주위를 둘러보라고 묻고 싶다. 1만 달러를 투자해서 10년 뒤 적게는 4만 달러에서 많게는 15만 달러까지 재산을 불릴 수 있는 분야가 어디 있느냐고.(물론 뛰어난 경영진이 이 기간 동안 게속 최고 의사 결정권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성장주를 정확하게 선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이 정도다. 일주일에 몇 시간 소파에 편히 앉은 채로 증권 회사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리포트를 읽는 정도로, 그리 힘들이지 않고 이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면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증권 회사에 소액의 거래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증권 회사 직원이 알려주는 종목으로 이 같은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겠는가? 내가 알기에 이런 엄청난 보상을 해주는 분야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주식시장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그만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마땅히 투입해야 하는 노력을 해야 비로소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능력과 함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판단력과 앞날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자세를 갖추고, 또 이 책에서 설명한 원칙을 기초로 15가지 포인트를 충족시키고 있지만 아직 증권가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낸다면 틀림없이 엄청난 투자 수익을 안겨줄 성장주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기록이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러나 이런 성장주는 부단한 노력 없이는 발굴할 수 없고, 또 매일같이 찾아낼 수도 없다."


우리는 수많은 영화,드라마,만화,소설을 보면서 선역과 악역, 중심 인물과 엑스트라를 보자마자 짚어낼 수 있습니다. 흔히 요즘 자주 나오는 용어인 '메타 인지' 를 해봐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 자신을 돌아봤을 때 자신은 인생이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일까요? 내가 써나가는 이야기는 내 희망과 부합되고 재미있나요?


서평에는 적지 않았지만 책에는 투자자가 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를 적으며 최근의 전쟁이나 심리를 요동치게 하는 지표 등에 대한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들도 적혀있습니다.

투자의 기초와 핵심. 또 심화 과정과 충고까지 아끼지 않는 책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한번 일독하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