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5개월간 치뤄진 9회차 DB GAPS 투자대회가 마무리되었다. 내일 최종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 팀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우리의 대회는 8월에 이미 끝났던거였다.





<9회차 DB GAPS 투자대회 수익률>



우리는 단 한 차례도 시장수익률(대회참가자 수익률)을 이기지 못했다.



대회 초기 미국, 유럽, 일본 증시가 매수하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하여 현금비중을 43%로 설정하였다. 해외 중에서는 중국에 그나마 가장 높은 비중을 할애했고 조정이 나오기를 차분히 기다려보자는 생각이었다. 다른 팀원들은 유럽과 일본 지수를 사고 싶어했지만 내가 막았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고점이라 판단했던 해외 지수는 일본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했고 다른 팀들과의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자 우리는 점차 동요되기 시작했다. 상승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더 오르지 않겠느냐는 팀원들과 많이 올랐으니 이제는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내가 대치하는 상황이었는데 나도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릴 순 없었다. 단기적인 주가는 원래 예측할 수 없는 일이고, 그동안 내가 틀렸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내 주장을 밀어붙일 근거가 약해진 것이다. 우리는 회의 끝에 일본과 유럽 지수를 신규매수(그마저도 내 의견을 반영해줘서 비중을 조금만 넣었다)했고 미국 역시 비중을 확대했다. 여기까지가 6월 말의 상황이다.



7월에 들어서면서 해외증시는 조정이 나왔고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2차전지 폭등으로 인한 코스닥의 대폭등과 원유의 상승랠리가 펼쳐졌다. 우리는 이번에도 이 랠리에서 소외되었다. 코스닥과 원유는 내가 담당하는 파트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6월말 회의에서 파트를 나누기로 하여(매주 모든 자산군의 전망 및 전략수립을 하는 것이 꽤나 힘들었다) 내가 국내주식(코스피, 코스닥)과 원자재(원유, 금), (달러인덱스)을 담당하기로 했고 팀장님이 해외주식(S&P500, EUROSTOXX50, NIKKEI225, CSI300)을, 다른 팀원이 채권(국고채 10년물, 우량회사채, 단기선진 하이일드)을 담당하기로 했다.



나는 계속해서 2차전지의 과열을 주장하며 코스닥의 비중을 3%로 유지하다가 7월 20일 전량매도를 하였고, 원유 역시 비중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결국 본선까지 약 1달이 남은 상황에서 도저히 뒤집기 힘든 수익률 격차가 벌어졌고 모험을 하기로 했다.



코스피의 비중을 최대치(25%)로 확대하고 가격이 많이 떨어진 중국 증시의 비중을 2배로 확대(10%)하였으며 유가의 돌파 자리에서 비중을 최대치(15%)로 부여하였다. 운이 좋게도 유가는 고공행진을 하며 우리의 수익률에 기여했지만 중간에 조금씩 비중을 축소했고, 코스피의 비중을 최대치로 늘린 날이 바로 최고점이었다.



증시가 급격하게 무너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상승장에서 상승폭을 놓치며 뒤처져버렸고, 단기간에 시장수익률을 넘어서기 위해서 고베타 전략으로 선회했지만 뒤따른 하락장에서 포트폴리오는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수상은 어렵더라도 본선에는 당연하게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수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실적으로 인해 고통받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벤치마크 지수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올려야하며 다른 펀드매니저들과도 경쟁해야 하기에,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지는 순간 고객들은 돈을 갖고 떠날 것이기 때문에 단기 수익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나는 장기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올릴 수 있다면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증권사나 헤지펀드 운용사 입사를 포기했다. 내 철학과 도저히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운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큰 것을 볼 수 없게 되고, 정작 이루고자 하는 큰 일을 이루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 세상은 너무 단기적인 것에,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고 SNS를 통해 남들의 화려한 모습에 시선이 끌리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능력이 약해지고 있으며 남들과의 끝없는 비교를 통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불행으로 밀어넣는다. 그렇게 자신의 장기적인 발전에 시간과 노력을 쏟기보다는 지금 당장의 행복을 위해, 당장 SNS에 자랑할거리를 올리기 위해 시간과 돈을 허비한다. 결국 남는 것은 일시적인 관심과 허무함 뿐이다.



너무나 다행히도 나는 타인의 시선을 그리 의식하지 않는 편이고 유행을 따르는 것도 싫어한다. 남들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건간에 나 스스로가 진실되고 내 장래를 위해 자기발전을 시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면의 점수판을 따라 사는 것이다.



투자를 하면서 인생에 대해 많이 배우는 것 같다. 그 안에 인생의 섭리가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내게 정말 큰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