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하다보면 자신만의 투자철학과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투자자이건 트레이더건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원칙에서 벗어나는 순간 내 자산을 갉아먹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미스터마켓에게 치명적인 약점, 급소를 드러내는 꼴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한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아니, 자신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해놓고 유연한 사고라니?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말인가?



  유연한 사고는 우유부단함과 다른 말이다. 줏대없이 흔들리는 것과는 다른 의미라는 것이다.



  가끔 시장에서는 극단적인 쏠림현상이 일어난다. 어떤 산업에 대해, 어떤 기업에 대해 무한한 성장의 그림을 그리며 세 자릿수에 달하는 멀티플을 주는 경우도 있고, 앞으로 사라질 산업, 기업인 것 마냥 아주 싼 가격인데도 외면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일은 동시간대에 시장 안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시장 자체가 과매수 또는 과매도 상태가 되기도 한다.



  바로 시장 참여자들, 즉 대중들의 우유부단함에 기인한다.



  주식시장은 온갖 성향과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안전하게 배당금 정도의 수익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 1년에 2배씩 성장하는 회사를 찾는 사람, 오직 차트만을 이용해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 적자에서 흑자로 턴어라운드하는 회사를 좋아하는 사람, 누군가가 좋다고 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사람, 증권사의 보고서에 의지하여 투자하는 사람, 자산가치에 중점을 두는 사람, 회사의 숨겨진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 등등.



  너무 많아 다 적지 못했지만 수백, 수천가지 이상의 유형에 해당하는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모두 '인간' 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남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또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 종종 자신의 원칙에서 벗어난 행동도 하게 된다. 누군가가 주식을 팔아 주가가 떨어지게 되면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기업이라도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매도를 해야하나 싶은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된다. 어떤 기업의 주가가 연일 상승하면 무언가 내가 알지 못하는 대형호재가 있는게 아닐까, 내일도 또 오르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며 매수행렬에 동참하게 된다.



  이러한 것은 유연한 사고가 아니다. 터무니없는 욕심과 감정에 지배당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줏대없는 사람일 뿐이다. 아쉽게도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며, 이러한 본능을 통제할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그래서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돈을 잃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연한 사고는 무엇이란 말인가?



  내 철학과 원칙대로 투자하되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정보만 취사선택하여 편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도 그 근거와 함께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A회사의 성장성에 깊이 감명받아 주식을 매수했다고 해보자. 이 회사는 해외에 공장을 적극적으로 증설하고 있고 2년 뒤 완공이 되면 해외 수출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매출이 지금보다 3배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지금 조금 비싼 주식이지만 더 오를 것이 확실해보인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투자자들도 A라는 회사에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좋은 뉴스들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틀림없이 투자 아이디어의 상당 부분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이런 뉴스가 나온다.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고 있어 A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성공했지만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출 성장 속도는 예상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지금의 높은 주가는 정당화하기 어렵다.'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뉴스를 읽더라도 금세 기억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지금 A회사가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는데... 지금껏 2배씩 성장해왔잖아? 증권사에서도 2배씩 성장한다는데 앞으로도 잘 할거야!'



  그러나 유연한 사고를 가진 투자자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틀릴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뉴스에 나온 것처럼 실제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지 발품을 팔아 확인하고 해외시장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된다면 주식을 계속 보유할 것이고, 실제로 성장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자신이 주식을 비싸게 샀음을 인정한다면 비중을 줄일 것이다.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사람과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눈에 보이는가? 전자는 태풍 속에서 부러져버리는 크고 단단한 나무와도 같다. 반면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은 태풍속에도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할 뿐 금방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갈대와 같다.



  언제든 틀릴수도 있다는 생각,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즉 유연함과 결을 함께하는 겸손은 투자자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다.




<가치투자는 옳다 - 장마리 에베이야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