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시장은 항상 옳다' 라는 말을 듣게 된다. 투자자든 트레이더든 관계없이 하는 말이지만 트레이더들에게서 훨씬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선 이런 말을 하는 이유 또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오를거라고 생각하고 산 종목이 오르지 않는 경우, 그래서 내 포인트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나는 경우,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치고 올라가면서 FOMO를 느낄 때, 그리고 정확히 반대일 때 정도에 사용하는 것 같다.
시장은 시장참여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오르내린다. 그렇다면 시장은 항상 옳다 라는 말은 시장참여자들의 움직임, 시장참여자들의 투자결정은 항상 옳다 라는 말과 동의어가 된다. 그러나 시장참여자들의 움직임은 항상 옳지 않기 때문에 '시장은 항상 옳다' 라는 말은 틀렸다.
이 말이 논리적으로 옳냐, 그르냐를 따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 문장의 의미는
'투자는 결국 수익을 위한 행위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수익이 났다면 옳은 것이고 수익이 나지 않았다면 틀린 것이다. 네가 그 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시장이 어떻게 반응했든지간에 손실이 났으면 무조건 네가 틀린 것이니 시장의 흐름을 따라라.'
이다. 물론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다. 내가 세운 가설이 맞았음을 증명하는 학술적 활동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수익을 추구해야하는 것이 맞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장이 항상 옳지는 않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인기 투표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라고 이야기했던 벤자민 그레이엄의 말대로 시장은 단기적으로 틀린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잘못 매겨져있는 가격을 찾아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이 항상 옳다면, 모든 기업의 가치와 뉴스 등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것(효율적 시장가설)이므로 초과수익을 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즉, 초과수익을 노리고자 직접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시장은 항상 옳다' 라는 말을 한다면 스스로 자신의 행위가 논리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첫번째, 시장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니 주가의 변화에 따라 내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내가 맞은 것도,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내가 틀린 것도 아니다. 맞고 틀리고의 기준은 철저히 매수포인트에 근거해야 한다(매수포인트가 '내일 주가 상승 예정' 뭐 이런거라면 할 말은 없다).
두번째로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단기적으로 시장수익률을 하회했다고 해서 무조건 내가 틀렸으니 종목을 교체해야 한다거나 투자방식을 바꿔야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시장은 사람들의 심리의 영향을 받으므로 틀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자기의 방식에 객관적인 확신이 있다면 그냥 Keep Going 하는게 장기적으로 더 좋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고, 정신건강에도 더 이로울 것이다.
이제 당신이 누군가 '시장은 항상 옳다' 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는다면,
'지금 나는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일까?'
정도로만 생각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시장은 옳을수도, 틀릴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옳으냐 하는 것이다. 나만 옳다면 시장이 틀렸을 때 그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10월 반대매매 규모>
어제와 그제 2006년 이후 역대급 반대매매가 나왔다고 한다. 이런 시장 속에서 내가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좋겠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지금이 바닥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 투자자들의 모습을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사이클의 하단부에 위치해있다는 정도는 추론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오른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사이클의 하단부에서는 어떻게 될 확률이 높겠는가?
남들과 똑같이 두려움에 빠져야할 타이밍이 아니다. 우리에겐 시간이라는 무기가 있다. 내재가치보다 싼 가격이라면 계속 매수하면 된다. 바닥에서 매수해야겠다는 욕심을 버리자. 바닥은 아무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상승 후에야 알 수 있으며 설령 바닥을 찍고 상승한다 해도 그것이 정말 바닥이었는지 알 수 없다.
어려운 시장일 수 있다. 하지만 살아남는다면, 남들이 다 어렵다고 할 때 공격적으로 임한다면 초과수익은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