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Schrödinger, SDGR)가 11월 4일에 3분기 실적을 발표했음. 총매출은 6,45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9퍼센트 늘었고 시장 예상 약 4,77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음. 조정 전 주당 손실은 0.50달러로 예상 0.67달러보다 나았음. 헤드라인은 좋은데, 이 회사의 숫자는 뜯어봐야 읽히는 구조라서 하나씩 풀어보겠음.


먼저 이 회사가 하는 일을 짚자. 슈뢰딩거는 양자역학과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약물 후보 분자와 신소재의 특성을 컴퓨터로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제약사에 팔고, 한편으로는 직접 신약 파이프라인을 키우거나 공동 연구로 마일스톤을 받는 사업도 함. 그래서 매출이 두 갈래로 나뉨. 소프트웨어 매출은 3,820만 달러로 6퍼센트 늘었고 신약 발굴(drug discovery) 매출은 2,420만 달러로 1년 전 1,300만 달러에서 86퍼센트 늘었음.


여기서 첫 번째 디테일이 나옴. 신약 발굴 매출 증가의 주범은 스트럭처 테라퓨틱스(Structure Therapeutics)가 개발 중인 경구 아밀린 비만 치료제 후보 ACCG-2671의 1/2a상에서 다회 투여 부분의 첫 투약이 이뤄지면서 받은 마일스톤 약 1,200만 달러였음. 슈뢰딩거가 공동 창업한 회사에서 나온 돈이고, 이 때문에 올해 신약 발굴 매출 가이던스가 6,500만~7,500만 달러에서 7,500만~8,500만 달러로 올라갔음. 마일스톤은 예측하기 어려운 수입이라서 한 분기 성장률을 그대로 이어서 읽으면 안 됨. 재무 책임자 리치 제인(Richie Jain)은 앞으로 3년 동안 신약 발굴 매출이 합계 1억 5,000만 달러, 해마다 약 5,000만 달러가 기본선이라고 설명했음.


두 번째 디테일이 이 글의 제목임. 소프트웨어 매출이 6퍼센트만 늘었는데 계약 가치(ACV)는 17퍼센트 늘어 4,470만 달러가 됐음. 계약 가치는 한 해 동안 고객이 약정한 금액이라서 매출보다 먼저 움직이는 선행 지표인데, 기여 매출(contribution)을 뺀 기준으로는 24퍼센트 성장이었음. 둘의 간극은 라이선스 방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나옴. 슈뢰딩거는 고객이 자기 서버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던 방식(온프레미스)에서 슈뢰딩거가 호스팅하는 클라우드 방식(호스티드)으로 고객을 옮기고 있는데, 온프레미스 계약은 시작할 때 매출을 한꺼번에 인식하는 반면 호스티드는 계약 기간 동안 나눠서 인식함. 그래서 전환이 일어나는 동안은 계약은 늘어도 보고 매출이 눌림. 호스티드 소프트웨어 매출은 1,720만 달러로 49퍼센트 늘어 소프트웨어 매출의 45퍼센트(1년 전 32퍼센트)까지 올랐고, 최근 4개 분기로 보면 32퍼센트임(1년 전 23퍼센트). 대신 소프트웨어 매출총이익률은 77퍼센트에서 75퍼센트로 내려갔음. 클라우드를 직접 돌리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회사가 설명했음. 연간 ACV 가이던스는 2억 2,200만~2억 3,200만 달러(12~17퍼센트 성장)로 올렸음.


손익계산서에서도 읽을 대목이 있음. 순손실은 3,770만 달러로 1년 전 3,280만 달러보다 커졌는데, 영업비용은 6,400만 달러로 13퍼센트 줄었음(임상 CRO 비용과 인력 관련 비용 감소). 이 둘이 동시에 성립하는 이유는 순손실 증가의 상당 부분이 공개 상장 지분의 평가손익 때문이라고 경영진이 설명했기 때문임. 슈뢰딩거는 공동 창업하거나 투자한 회사들의 지분을 갖고 있어서, 그 주가가 흔들리면 장부 이익이 영업과 무관하게 움직임. 분기 말 현금과 시장성 증권은 3억 7,300만 달러이고 희석 후 주식 수는 7,490만 주였음.


파이프라인 쪽 뉴스는 조용했음. 자체 신약 후보 SGR-1505(MALT1 억제제)에 대해 회사는 병용 시험을 시작하지 않았고 전략적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음. 자체 임상 개발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신호로 읽는 분석이 있었음. 반면 협력 파이프라인은 진전이 있었는데, 다케다(Takeda)의 zasocitinib 신약 허가 신청이 우선 심사로 접수됐고, 슈뢰딩거가 공동 설립한 새 회사 텍토라(Tectora)가 5,500만 달러를 조달했음. UBS는 10월 20일에 목표주가를 19달러에서 21달러로 올렸지만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음.


제인이 말한 3년 1억 5,000만 달러가 맞다면 신약 발굴 쪽 수입은 해마다 약 5,000만 달러가 기본선이고, 올해의 7,500만~8,500만 달러는 마일스톤이 얹힌 숫자라는 뜻임. 내년 가이던스에서 이 기본선 위에 마일스톤을 얼마나 얹는지가 이 회사의 숫자를 읽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보정 값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