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해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안정적인 전력 확보입니다.
AI 반도체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를 가동할 충분한 전력이 없다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특히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시설인 만큼 앞으로 전력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의외의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보급 수준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는 것입니다.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1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에는 태양광발전시설의 이격거리 규제까지 완화했는데요.
문제는 법이 바뀐 지 한 달이 지나도록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지역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기존 조례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법이 시행됐는데도 발전소를 설치하려는 지역에 따라 허가 기준이 달라지는 상황인 것이죠.
도대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걸까요?
오늘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보급 현황부터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완화, 그리고 실제 지자체의 인허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세계는 지금 재생에너지 확보 경쟁 중
최근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앞으로 필요한 전력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인 IRENA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러한 변화가 숫자로도 나타납니다.
2025년 전 세계에서 새롭게 증가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약 692GW에 달했습니다.
GW는 기가와트라는 전력 설비용량 단위인데요.
1GW는 100만kW에 해당합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가 6억9,200만kW가량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분의 약 74.2%가 아시아에 집중됐습니다.
아시아에서만 약 513GW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추가된 것입니다.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설비를 빠르게 확대하며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역시 2025년 약 11.3GW의 신규 설비를 확보하면서 전년 대비 15.9%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한국 재생에너지 비중, OECD 최하위 수준인 이유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입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처럼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보급 수준은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뒤처져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약 23%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49.4%에 달했습니다.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차이는 더욱 뚜렷합니다.
노르웨이는 풍부한 수력발전 자원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독일 역시 풍력과 태양광 발전설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일본도 한국보다 높은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발전설비 비중과 실제 발전량 비중은 서로 다른 지표라는 것입니다.
발전설비 비중은 전체 발전소의 설비용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설비가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반면 발전량 비중은 실제 생산된 전기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죠.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두 비율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가별 재생에너지 수준을 비교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계산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쨌든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국내 제조업체들은 해외 고객사의 탄소배출 감축 요구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재생에너지 확보가 단순히 환경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수출 경쟁력과도 연결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목표로 잡은 이유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26년 5월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100GW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2035년에는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담았습니다.
태양광과 풍력을 확대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인 ESS 활용도 늘리겠다는 방향입니다.
특히 정부는 공장 지붕과 유휴부지, 농업과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 등 다양한 설치 공간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목표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부지 확보입니다.
태양광 모듈 가격이 낮아지고 발전 효율이 개선되더라도 실제 설치할 땅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부지 확보를 어렵게 만들었던 대표적인 규제 중 하나가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였습니다.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란 무엇일까?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라는 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태양광발전시설을 주택이나 도로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뜨려 설치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서는 주택에서 100m 이상 떨어진 곳에만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300m나 500m 이상의 거리를 요구하기도 했죠.
일부 지역은 도로를 기준으로도 이격거리를 설정했습니다.
이러한 규제가 만들어진 이유도 있습니다.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고 경관 훼손이나 반사광, 시설 안전 등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역마다 적용하는 기준이 크게 달랐다는 점입니다.
2026년 8월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자체 가운데 129곳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대한 이격거리 규제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태양광 이격거리 기준은 지역에 따라 100m에서 1,000m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같은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이라도 어떤 지자체에서는 허가받을 수 있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는 설치가 어려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었겠죠.
부지 매입이나 임대계약을 준비했더라도 해당 지역의 이격거리 기준에 따라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2026년 9월 18일,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가 달라졌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6년 9월 18일부터 개정 재생에너지 관련 법령을 시행했습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이격거리 규제에 국가 차원의 상한선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도로 이격거리입니다.
기존에는 일부 지역에서 도로로부터 수백 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만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개정 법령에서는 일반적인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도로 이격거리 규제를 허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주거지에 대한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태양광발전시설의 주거지 이격거리는 최소 5호 이상의 주택이 모여 있는 지역을 기준으로 최대 200m 범위에서만 설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자체가 주거지에서 100m 이내의 설치를 제한하는 기준을 두는 것은 가능하지만, 300m나 500m처럼 국가 상한을 초과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주거지에서 무조건 200m를 떨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200m는 지자체가 정할 수 있는 규제의 최대 범위입니다.
또한 법령에서 정한 주민참여형 사업 등은 예외 적용 여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기준을 마련하면 과도한 규제로 제한됐던 태양광 설치 부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법은 바뀌었지만 실제 허가를 담당하는 지자체들의 판단이 서로 달랐던 것입니다.
규제 완화 한 달, 129개 지자체에서 나타난 문제
2026년 10월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후솔루션은 기존에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운영하던 전국 129개 기초지자체를 조사했습니다.
이 가운데 114곳으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아 실제 인허가 처리 방침을 분석했는데요.
결과는 예상보다 복잡했습니다.
114곳 가운데 71곳은 상위법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이격거리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9곳은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기존 조례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 다른 10곳은 조례가 정비되기 전까지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24곳은 답변이 명확하지 않거나 서로 상충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분류됐습니다.
숫자로 정리하면 71곳은 상위법 범위 내 기준 적용, 9곳은 기존 조례 적용, 10곳은 이격거리 미적용, 24곳은 기준 불명확 또는 상충입니다.
같은 국가 법령이 시행됐는데도 네 가지로 다른 반응이 나타난 셈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지자체에 신청하느냐에 따라 인허가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안내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법 시행 이후에도 기존 조례를 적용하겠다고 답한 9곳은 상위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을 개정한 효과가 실제 현장에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겠죠.
장흥군은 여전히 도로에서 1,000m를 떨어져야 한다?
조사 결과에서 특히 눈길을 끈 지역은 전남 장흥군입니다.
기후솔루션 조사에 따르면 장흥군은 기존 조례에 따라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1,000m, 지방도와 군도에서 500m의 이격거리를 적용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개정 법령에서는 일반적인 태양광발전시설의 도로 이격거리 규제를 허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장흥군의 답변대로 기존 기준을 신규 허가에 적용한다면 상위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이외에도 충북 보은군과 증평군, 충남 홍성군, 전북 순창군과 김제시, 부안군과 진안군, 전남 진도군 등이 기존 조례 적용 방침을 밝힌 지역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김제시는 조례 개정 시점을 2027년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경기 이천시와 포천시, 경북 경산시, 경남 함안군과 거창군 등 10곳은 조례를 정비하기 전까지 상위법 상한을 초과하는 기존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중앙정부가 같은 안내문을 보냈는데도 해석이 달랐다는 점입니다.
음성군은 상위법 범위 안에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답한 반면, 함안군은 이격거리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합천군에서는 하나의 답변에 기존 조례를 적용한다는 내용과 적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함께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발전사업자 입장에서 어느 기준을 믿고 사업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2026년 10월 조사 당시 각 지자체의 답변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실제 개별 허가의 적법성은 적용 법령과 허가 시점, 사업 조건 등을 확인해 판단해야 합니다.
조례 정비 완료는 7곳, 왜 이렇게 늦어질까?
그렇다면 법이 시행됐는데도 지자체별 기준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조례 정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후솔루션이 2026년 10월 16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전체 129곳 가운데 관련 조례 정비를 완료한 지자체는 7곳에 불과했습니다.
42곳은 조례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75곳은 입법예고 등 개정 절차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5곳은 정비가 불필요하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곳으로 분류됐습니다.
특히 조사 대상 129곳 중 118곳은 상위법과 충돌하는 조항을 하나 이상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비율로 계산하면 약 91.5%입니다.
대다수 지자체의 조례가 아직 새로운 법령에 맞춰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셈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조례를 개정하려면 입법예고와 지방의회 심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필요할 수 있고요.
또한 조례가 개정되기 전까지 어떤 기준으로 인허가 업무를 처리할지에 대한 해석이 지자체마다 달랐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결국 중앙정부에서 법을 개정했다고 해서 지방정부의 실무까지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는 태양광발전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상당한 불확실성을 줄 수 있습니다.
태양광 규제 완화, 실제 효과를 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번 사례를 살펴보면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법이 실제 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우선 중앙정부는 조례 개정 이전에 적용해야 할 인허가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지 않도록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제시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또한 조례 개정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상위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기존 조례가 실제 신규 허가에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지방정부와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태양광발전시설을 확대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태양광 설치 과정에서는 경관과 농업 활동, 주민 생활환경 등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격거리 규제 완화 과정에서는 발전설비로 인한 그림자와 소음 등의 영향을 걱정하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따라서 발전시설을 확대하되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규제를 무조건 없애거나 강화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법령에 맞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사업자와 주민 모두가 그 기준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태양광발전시설이 실제로 설치 가능한 부지가 늘어나야 규제 완화의 효과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국내 기업 경쟁력과 연결되는 이유
개인적으로 이번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문제를 단순한 환경정책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철강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입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RE100입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인 국제 이니셔티브입니다.
여기에 참여한 기업들은 자체 사업장뿐 아니라 공급망의 전력 사용과 탄소배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하려면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해집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대하기 어렵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전력 조달에 추가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태양광발전시설을 많이 설치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태양광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력망 확충과 ESS, 전력시장 제도 개선도 함께 필요합니다.
또한 발전시설이 설치되는 지역과 실제 전기를 사용하는 지역이 다르다면 송전망 확보도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는 발전소 설치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할 것인지와 연결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완화 사례를 살펴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정책 발표와 실제 현장 적용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2026년 9월 18일부터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도로 이격거리 규제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주거지 이격거리도 최소 5호 이상 주택을 기준으로 최대 200m 범위에서만 설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시행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조사한 결과,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기존 조례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례 정비를 완료한 지자체도 129곳 가운데 7곳에 불과했습니다.
법령이 바뀌었음에도 현장에서는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태양광발전사업자의 불편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전력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산업 경쟁력과도 연결됩니다.
물론 발전시설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과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법이 바뀌었는데도 지역마다 인허가 기준이 다르다면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규제 완화를 얼마나 크게 발표했느냐가 아닙니다.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일관된 기준으로 적용되고, 발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얼마나 개선됐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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