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보면 정말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가 조정을 받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종목이 함께 오른 게 아니라는 점인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동안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는 종목도 적지 않았습니다.


보유한 주식은 몇 달째 움직이지 않는데 지수만 오르는 모습을 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이런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국거래소가 새로운 조치를 내놨습니다.


바로 오랫동안 저평가된 기업들의 이름을 공개하기로 한 겁니다.


취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다고 정말 주가가 오를지는 또 다른 문제겠죠.


오늘은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저PBR 기업 151곳과 앞으로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설마 내 종목도? 저PBR 기업 151곳 공개


한국거래소가 11월 1일 저PBR 기업 151곳의 명단을 처음 발표했습니다.


코스피에서 96곳, 코스닥에서 55곳이 선정됐는데요.


생각보다 익숙한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현대제철을 비롯해 한화생명,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이마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들이죠.


그런데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오랫동안 자산가치에 비해 주식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것입니다.


PBR은 주가순자산비율을 뜻합니다.


쉽게 말하면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에 비해 주식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숫자인데요.


예를 들어 순자산이 1조원인 회사의 시가총액이 5,000억원이라면 PBR은 0.5배가 됩니다.


장부상 순자산의 절반 가격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뜻이죠.


이번에 공개된 151개 기업의 평균 PBR은 약 0.25배였습니다.


순자산이 1조원인 기업을 주식시장에서는 평균적으로 2,5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저평가된 우량주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적이 나쁘거나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왜 저PBR 명단에 없을까?


여기서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얼마 전까지 PBR이 낮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 명단에는 없을까요?


실제로 삼성전자의 2024년 PBR은 0.92배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저PBR 기업 선정은 단순히 PBR이 1배 미만이라는 이유로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업종별 상대적인 PBR 수준과 저평가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를 함께 살펴봤는데요.


코스피 기업은 같은 업종에서 PBR 하위 25%, 코스닥 기업은 하위 10%에 해당해야 합니다.


여기에 최근 6개 반기 연속 또는 7개 반기 중 6개 반기 동안 해당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즉, 잠깐 주가가 떨어져 PBR이 낮아졌다고 해서 바로 저PBR 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기간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온 곳을 골라내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명단을 단순히 '싼 주식 목록'이 아니라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 목록'으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PBR 기업 185곳 중 34곳이 제외된 이유


한국거래소는 처음부터 151개 기업만 선정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0월 22일을 기준으로 총 2,431개 상장사를 평가했는데요.


이 가운데 저PBR 기준을 충족한 기업은 185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종 발표 명단에는 151곳만 남았습니다.


나머지 34곳은 어디로 간 걸까요?


바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해 제외 요건을 충족한 기업들입니다.


한국거래소는 기업들이 스스로 저평가 문제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기업에 공표 유예 혜택을 부여했습니다.


최초 시행인 점을 고려해 1년간 공개를 면제하는 방식인데요.


단순히 주가가 낮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직접 개선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고 모든 기업이 무조건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간 저평가가 지속되는 등 별도 기준에 해당하면 공개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명단은 11월 2일부터 한국거래소 KIND와 증권사 거래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매년 5월과 11월에 저PBR 기업 명단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저PBR 꼬리표가 붙으면 주가가 오를까?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결국 이 부분일 겁니다.


저PBR 기업으로 공개되면 주가가 오를까요?


아쉽지만 명단 공개만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증권사 거래 화면에 저PBR이라는 표시가 붙는다고 해서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배당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이번 조치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기업의 저평가 문제는 투자자들이 각자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거래소가 장기간 낮은 평가를 받아온 기업들을 공식적으로 공개한 것입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기업에 변화를 요구할 근거가 하나 더 생긴 셈이죠.


왜 자산은 많은데 주가는 계속 낮은지,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확대할 계획은 없는지 질문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저평가 상태를 계속 방치하기보다는 개선 방안을 검토할 유인이 커질 수 있겠죠.


한국거래소 역시 공개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이름이 공개됐다는 사실보다 그 이후 기업이 어떤 행동을 보여주느냐입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실제 변화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저PBR 기업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표적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주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여력도 커집니다.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죠.


특히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 비율과 주당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거나 보유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기업가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저PBR 기업이 이런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금이 충분한 회사와 빚을 갚기에도 바쁜 회사는 상황이 다르니까요.


당장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데 무리하게 배당을 늘린다면 오히려 재무구조가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을 실제로 실행할 여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PBR이 낮은 기업은 다 이유가 있다


저PBR 투자를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낮은 가격을 무조건 투자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PBR이 낮은 기업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습니다.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하거나, 산업 자체가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보유한 자산이 많아도 실제로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겠죠.


지배구조가 복잡하거나 주주환원 정책이 부족해 낮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거래소가 명단을 공개했다고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PBR이라는 이유만으로 매수했다가 주가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 상황을 겪을 수도 있는데요.


주식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가치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PBR 기업을 볼 때는 PBR 숫자뿐 아니라 ROE와 실적 흐름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ROE는 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내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같은 PBR 0.5배라도 ROE가 꾸준히 높은 회사와 적자를 반복하는 회사의 투자 매력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싸게 거래되고 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기업가치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지입니다.







저PBR 기업 공개, 이번에는 달라질까?


한국거래소가 저PBR 기업 151곳의 명단을 공개한 것은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명단 공개가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실제로 수익성을 높이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며,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이번 조치가 저평가된 기업들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PBR이 낮았지만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앞으로 어떤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지 살펴볼 만합니다.


반대로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개선 계획도 없는 회사라면 저PBR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할 필요는 없겠죠.


혹시 이번 명단에 보유 종목이 포함돼 있다면 무조건 실망하거나 반대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왜 지금까지 저평가를 받아왔는지, 그리고 회사가 그 이유를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건 저PBR이라는 꼬리표가 아니라 기업의 실제 변화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