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이 됐습니다.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80개 이상의 제작사와 협업했고, 200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제작하거나 공동 제작했습니다. 제작진과 출연진 2만5천명 이상, 보조출연자와 일일 고용 인력까지 합치면 9만5천명 이상이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촬영지는 전국 100개 이상의 도시와 지역으로 퍼졌습니다. 

숫자만 보면 콘텐츠 산업의 성장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더 흥미로운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한국 기업가치의 중심이 점점 공장과 기계 같은 유형자산에서 콘텐츠와 브랜드, 캐릭터, 포맷, 데이터 같은 무형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큰 공장과 생산설비가 있는 기업이 강한 기업이었습니다. 지금은 공장이 없어도 하나의 IP가 수천억원, 수조원의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한국 진출 10년은 바로 이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 10명 중 8명이 한국 콘텐츠를 봤습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전 세계 회원의 약 80%가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습니다.

2021년 글로벌 톱10 집계가 시작된 이후 한국 작품 200편 이상이 글로벌 톱10에 진입했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은 글로벌 톱10에 32주 연속 머물렀고, 9주간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 콘텐츠의 시장이 더 이상 한국 인구 5천만명에 묶여 있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국 드라마의 주요 시장은 국내와 일부 아시아 국가였습니다.

지금은 작품 하나가 공개되는 순간 미국과 유럽, 중남미, 중동까지 동시에 소비됩니다.

시장 크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

콘텐츠는 한 번 만들고 여러 번 팔 수 있습니다

제조업과 콘텐츠 산업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 한 대를 더 팔려면 자동차 한 대를 더 만들어야 합니다.

철강 1톤을 더 팔려면 1톤을 추가로 생산해야 합니다.

원재료와 공장, 인력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콘텐츠는 다릅니다.

드라마 한 편을 한번 제작하면 한국에서 100만명이 보든 전 세계에서 1억명이 보든 작품 자체를 다시 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스트리밍 비용과 현지화 비용은 발생하지만 추가 소비자 한 명당 비용은 제조업보다 훨씬 낮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확장성이 매우 높은 산업입니다.

⠀

오징어 게임이 좋은 예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에서 제작된 작품입니다.

하지만 가치는 한국 시장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배우와 감독이 알려졌고, 촬영장과 게임, 의상까지 글로벌 소비자가 기억하는 IP가 됐습니다.

이후 시즌2와 시즌3가 제작되고 관련 이벤트와 게임, 상품으로 확장됐습니다.

작품 하나가 여러 형태의 경제적 가치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IP의 힘입니다.

⠀

IP는 콘텐츠가 끝나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자체의 흥행만 생각하면 IP의 가치를 절반만 보는 것입니다.

잘 만들어진 IP는 이후에도 계속 확장될 수 있습니다.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웹툰이나 소설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공연과 전시, 테마파크 콘텐츠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와 협업해 제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산업에서 반복적으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IP 확보에 막대한 돈을 쓰는 것입니다.

⠀

공장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집니다

유형자산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선명합니다.

공장은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됩니다.

기계를 교체해야 하고 유지보수 비용도 들어갑니다.

감가상각도 발생합니다.

반면 좋은 IP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올라갈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나 마블, 디즈니 캐릭터처럼 수십 년 동안 수익을 만드는 IP도 있습니다.

잘 만든 콘텐츠는 감가상각되는 자산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반복적으로 수익을 만드는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글로벌 기업가치도 무형자산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과거 세계 최대 기업은 석유회사와 자동차회사, 철강기업이었습니다.

대규모 공장과 자원을 보유한 기업이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같은 기업의 가치는 공장보다 브랜드와 소프트웨어, 데이터, 플랫폼에서 나옵니다.

콘텐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넷플릭스의 핵심 자산은 건물이 아니라 콘텐츠와 가입자, 추천 데이터, 글로벌 유통망입니다.

기업의 가치평가 기준이 달라진 것입니다.

⠀

넷플릭스는 한국에 공장을 지은 것이 아닙니다

넷플릭스가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한 일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반도체 기업처럼 대규모 생산공장을 건설한 것이 아닙니다.

대신 제작사와 감독, 작가, 배우, VFX 기업, 자막·더빙 업체와 연결됐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10년간 국내 80개 이상의 제작사와 협업했고 200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물리적인 공장 대신 콘텐츠 생산 생태계를 확장한 것입니다.

⠀

그런데 고용은 실제로 만들어졌습니다

무형산업이라고 해서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넷플릭스 한국 작품 제작에는 2만5천명 이상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참여했고, 보조출연자와 일일 고용까지 포함하면 7만명 이상이 추가로 참여했습니다. 

촬영이 늘면 카메라와 조명, 미술, 의상, 분장, VFX, 음향, 번역, 자막 같은 수많은 직업이 함께 움직입니다.

콘텐츠 산업은 전형적인 노동집약형 서비스 산업이면서 동시에 기술산업입니다.

⠀

VFX와 후반작업 기술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넷플릭스 진출 이후 한국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VFX와 색보정 등 후반작업 기술도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과거에는 촬영이 끝난 뒤 VFX 작업을 붙이는 방식이 많았다면 지금은 제작 초기부터 VFX 전문가가 참여하는 방식이 확대됐습니다. 

콘텐츠 투자 증가가 기술인력과 제작방식까지 바꾼 것입니다.

결국 콘텐츠 산업도 단순 연예산업이 아니라 고급 기술산업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

6,500명 이상이 제작 관련 교육을 받았습니다

넷플릭스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의 프로덕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6,500명 이상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VFX와 촬영, 제작 등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늘어나면 이들은 넷플릭스 작품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영화와 드라마, 광고, 게임 콘텐츠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한 기업의 투자가 산업 전체의 기술 수준을 높이는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콘텐츠 산업에도 공급망이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는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이 있습니다.

콘텐츠에도 비슷한 구조가 있습니다.

제작사가 있고 촬영업체가 있습니다.

미술과 의상업체가 있고 VFX와 음향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촬영장 주변의 숙박과 식당, 운송업체도 필요합니다.

폭싹 속았수다 한 작품에 참여한 협력업체가 4천개 이상이었다는 넷플릭스의 설명은 이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콘텐츠 하나가 생각보다 넓은 산업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

촬영장소도 지역경제에 영향을 줍니다

지난 10년 동안 넷플릭스 한국 작품은 전국 100개 이상의 도시와 마을에서 촬영됐습니다. 

촬영팀 수십명 또는 수백명이 지역에 머무르면 숙박과 음식, 교통 소비가 발생합니다.

작품이 흥행한 뒤 촬영지가 관광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이 서울의 제작사 매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로도 확산될 수 있는 것입니다.

⠀

폭싹 속았수다가 제주 관광까지 움직였습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본 회원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폭싹 속았수다가 공개된 2025년 제주 외국인 방문객은 약 224만명으로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작품 촬영지인 김녕해변 방문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물론 관광객 증가 전체를 드라마 하나의 효과로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콘텐츠 IP가 관광산업까지 확장되는 것입니다.

⠀

흑백요리사는 실제 식당 예약을 움직였습니다

넷플릭스는 흑백요리사 시즌1 이후 출연 셰프의 식당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시즌2 참가자의 식당 예약 역시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이 콘텐츠 경제의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시청자가 드라마나 예능을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소비를 합니다.

식당을 예약합니다.

여행을 갑니다.

상품을 구매합니다.

콘텐츠가 현실경제의 수요를 만들어냅니다.

⠀

한국어 학습까지 늘어납니다

오징어 게임과 K콘텐츠 흥행은 언어교육 시장에도 영향을 줍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 당시 미국에서 듀오링고의 신규 한국어 학습자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콘텐츠 하나가 외국인의 언어 학습 행동까지 바꾼 것입니다.

이런 효과는 전통 제조업 수출에서는 보기 어렵습니다.

자동차를 많이 판매한다고 해당 국가의 언어를 배우는 사람이 크게 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화상품은 소비자의 행동과 취향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

K콘텐츠의 경제효과가 큰 이유입니다

콘텐츠 산업은 직접수출보다 간접효과가 큽니다.

드라마를 판매해 얻는 매출이 있습니다.

그다음 관광이 증가합니다.

한국 음식에 관심이 생깁니다.

한국 화장품과 패션을 찾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K팝과 다른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하나의 콘텐츠가 여러 산업의 수요를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시간에서도 한국은 이미 강합니다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120억시간 이상 시청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작국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수준입니다. 

한국의 인구와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상당히 큰 수치입니다.

한국 콘텐츠의 시장이 국내 시청률이라는 기준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뜻입니다.

⠀

예전에는 시청률 20%가 성공 기준이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산업은 오랫동안 국내 시청률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방송사가 광고를 판매하고 시청률이 높으면 광고단가도 올라갔습니다.

따라서 작품은 최대한 많은 한국 시청자가 좋아할 소재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넷플릭스와 글로벌 OTT 등장 이후에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소수 취향이어도 전 세계에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합치면 거대한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니치 콘텐츠도 경제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

한국 인구 5천만명의 한계를 넘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가장 큰 구조적 한계 중 하나는 내수시장 규모였습니다.

미국 콘텐츠는 처음부터 3억명이 넘는 시장을 대상으로 합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 차이를 크게 줄였습니다.

제작은 한국에서 하지만 소비자는 전 세계에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처음으로 글로벌 규모의 시장을 직접 상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그래서 제작비도 커졌습니다

시장이 커지면 투자할 수 있는 금액도 늘어납니다.

한국 시청자에게만 판매할 작품이라면 회수할 수 있는 제작비에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면 더 큰 제작비를 투입할 수 있습니다.

킹덤이나 오징어 게임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제작비 확대는 다시 VFX와 세트, 인력의 질을 높이고 작품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여기서 한국 제작사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넷플릭스 덕분에 시장은 커졌지만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흥행한 IP를 누가 소유하느냐입니다.

제작사가 작품 제작비와 일정한 마진을 받고 플랫폼에 IP 권리를 넘기는 구조라면 작품이 세계적인 성공을 해도 추가 수익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대표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사례입니다.

작품의 글로벌 성공으로 넷플릭스는 큰 가치를 얻었지만 제작사가 동일한 비율로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는 아닙니다.

⠀

제작비보다 IP 소유권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

예를 들어 한 제작사가 100억원을 들여 드라마를 만들고 110억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제작사는 10억원의 이익을 얻습니다.

사업은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그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어 게임과 시즌2, 굿즈, 광고로 수천억원의 가치를 만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IP를 누가 보유하느냐에 따라 이후 경제적 가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당장 제작마진보다 미래의 권리가 훨씬 큰 돈이 될 수 있습니다.

⠀

한국 콘텐츠 산업이 다음 10년 동안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지난 10년의 핵심은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이야기를 세계에 보여주는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됐습니다.

다음 10년의 문제는 다릅니다.

글로벌 성공으로 만들어지는 경제적 가치를 한국 제작사와 창작자가 얼마나 보유할 수 있느냐입니다.

단순 하청 제작만으로는 글로벌 콘텐츠 강국의 경제적 과실을 충분히 가져오기 어렵습니다.

⠀

한국 제작사도 IP 기업이 돼야 합니다

앞으로 강한 콘텐츠 기업은 촬영을 잘하는 회사만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자체 IP를 보유한 회사가 중요합니다.

웹툰과 웹소설 원작을 확보하고 드라마와 영화, 게임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캐릭터와 굿즈, 공연까지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제작 매출을 한번 받는 회사에서 IP를 반복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만드는 기업으로 변해야 합니다.

⠀

웹툰과 웹소설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은 웹툰과 웹소설 분야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원천 IP입니다.

인기 웹툰이 드라마가 되고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원천 IP를 먼저 가지고 있으면 가치사슬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산업에서 이야기의 원재료를 누가 보유하느냐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

콘텐츠 IP는 한국의 새로운 수출품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을 수출해 성장했습니다.

이 산업들은 앞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콘텐츠는 전혀 다른 방식의 수출입니다.

무거운 제품을 배에 실을 필요가 없습니다.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할 필요도 적습니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즉시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한국처럼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특히 매력적인 산업입니다.

⠀

무형자산은 원재료 수입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자동차를 만들려면 철강과 배터리 소재가 필요합니다.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웨이퍼와 장비, 막대한 전력이 필요합니다.

콘텐츠에도 제작비가 필요하지만 원자재 수입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재료는 사람의 아이디어와 기술입니다.

인재와 IP가 핵심 생산요소입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수출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

대신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공장 대신 사람이 핵심 자산이기 때문에 인재투자가 중요합니다.

작가와 감독, 배우뿐 아니라 촬영과 VFX, 음향, 편집, 번역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넷플릭스가 지난 10년 동안 제작 인력 교육을 확대해온 것도 이와 연결됩니다. 

콘텐츠 산업에서는 사람의 기술 수준이 곧 생산능력입니다.

⠀

자막과 더빙도 하나의 산업이 됐습니다

한국 작품이 전 세계에서 소비되려면 언어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넷플릭스는 현재 더빙 스튜디오 119개와 자막 전문 파트너 3개 등 122개의 현지화 파트너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세계화되면서 번역과 더빙, 화면해설 같은 분야에도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전에는 부가적인 업무였던 현지화가 이제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의 핵심 인프라가 된 것입니다.

⠀

AI가 이 산업도 다시 바꿀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AI 더빙과 번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작품을 수십 개 언어로 현지화하는 비용이 크게 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작은 작품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번역의 품질과 문화적인 뉘앙스를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는지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AI와 사람의 역할이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

넷플릭스에게 한국은 이제 단순한 시장이 아닙니다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는 한국 10주년을 맞아 한국을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곳이자 중요한 파트너라고 표현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한국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작비로 글로벌 히트작을 만들 수 있는 시장이었습니다.

창작자와 제작기술, 배우층도 두껍습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글로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콘텐츠 공급기지입니다.

⠀

한국에게도 넷플릭스는 단순 OTT가 아니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도 넷플릭스는 단순히 드라마를 보는 앱 이상의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 작품의 글로벌 유통망을 제공했습니다.

제작비 규모를 키웠습니다.

글로벌 시청자의 취향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했습니다.

국내 제작인력의 경험을 확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의 시장 자체가 커졌습니다.

⠀

하지만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새로운 위험입니다

넷플릭스가 강해질수록 반대쪽 문제도 생깁니다.

한국 제작사가 글로벌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몇몇 대형 플랫폼에 의존한다면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제작비와 공개방식, 데이터 접근권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흥행 데이터를 제작사가 충분히 알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에서 대형 유통업체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

그래서 자체 플랫폼보다 IP가 더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글로벌 OTT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막대한 기술과 콘텐츠 투자, 글로벌 가입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좋은 IP를 보유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플랫폼은 바뀌어도 좋은 이야기는 여러 곳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장기적으로 중요한 경쟁력은 글로벌 플랫폼 자체보다 IP 소유권일 수도 있습니다.

⠀

콘텐츠 기업의 가치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콘텐츠 제작사를 단순 매출과 영업이익만으로 보면 가치가 낮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기 IP를 여러 개 보유한 회사라면 미래에 만들어낼 수익이 다릅니다.

시즌제 드라마와 게임, 캐릭터, 해외 리메이크까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가진 IP 라이브러리 자체가 자산이 됩니다.

기업가치 평가에서도 이런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

제조업에서도 사실 IP는 이미 중요합니다

IP 경제가 콘텐츠 산업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애플의 가치는 아이폰 공장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브랜드와 운영체제, 특허, 생태계가 더 중요합니다.

나이키 역시 운동화 공장보다 브랜드 가치가 핵심입니다.

제조기업에서도 점점 물리적 생산보다 디자인과 브랜드, 소프트웨어 같은 무형자산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한국 진출 10년은 이 변화를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

앞으로 한국 기업가치의 핵심은 무엇을 소유했느냐가 될 수 있습니다

공장과 건물을 소유한 회사가 반드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는 아닙니다.

어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기술 특허가 있는지,

어떤 캐릭터와 이야기를 소유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기업의 자산이 눈에 보이는 것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

넷플릭스의 10년도 결국 IP 경제의 10년입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 2016년만 해도 한국 콘텐츠가 지금처럼 세계적인 산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10년 뒤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 10명 가운데 8명이 한국 콘텐츠를 경험했고, 200편 이상의 한국 작품이 글로벌 톱10에 올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제작기술과 인력도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질문은 다음 단계입니다.

한국 콘텐츠가 얼마나 많이 팔렸느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콘텐츠가 만들어낸 IP의 경제적 가치를 누가 가져가느냐를 봐야 합니다.

⠀

다음 10년은 제작보다 소유권의 경쟁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은 글로벌 유통의 장벽을 허무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10년은 IP를 누가 소유할 것인지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제작사가 글로벌 플랫폼의 좋은 공급자로만 남을 것인지, 아니면 세계적으로 통하는 IP를 직접 보유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콘텐츠 기업이 제작비에 일정 마진을 붙여 받는 사업에 머무르면 성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대로 IP를 보유하고 작품 하나에서 여러 수익원을 만들어낸다면 기업가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결국 공장보다 비싼 것은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공장을 잘 짓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능력으로 성장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은 앞으로도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한국 진출 10년이 보여준 또 하나의 가능성은 분명합니다.

공장이 없어도 글로벌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원재료를 많이 수입하지 않아도 수출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좋은 이야기가 수십개 국가에서 동시에 소비되고 여행과 음식, 패션, 언어교육까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IP를 보유하고 있다면 한번의 성공이 오랫동안 반복적인 수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기업가치를 볼 때도 공장이 몇 개 있는지만 볼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IP와 브랜드, 기술,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 지난 10년은 단순히 OTT 하나가 성장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경제가 제조업의 나라에서 무형자산으로도 세계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나라로 이동하기 시작한 10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음 10년의 질문은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얼마나 더 많이 보일지가 아닙니다.

그 성공으로 만들어지는 거대한 IP 가치 가운데 한국 기업과 창작자가 얼마나 많이 소유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코리아 #넷플릭스10년 #K콘텐츠 #오징어게임 #콘텐츠IP #IP산업 #무형자산 #한국경제 #콘텐츠산업 #OTT #K드라마 #제작사 #기업가치 #웹툰 #웹소설 #한류 #문화수출 #콘텐츠수출 #경제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