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버핏은 자신의 능력범위를 아는 것과 그 안에서 머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지금의 버크셔 제국은 버핏과 멍거의 능력범위에 입각한 투자와 기업인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표현은 달랐지만 피터린치 역시 이야기했던 것이기도 하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잘 아는 것, 자신의 강점이 있는 곳에서 투자기회를 찾으라는 것.




나는 투자대상을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에 앞서 해당 기업을 꼭 분석한다. 이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마음편히 돈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내 능력범위 안에 있는 기업들이었나?



반도체, 2차전지, 보안, 폐기물 처리, 마케팅, 농업, 건설 등 이 중 내가 남들보다 잘 알고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무엇이란 말인가?




엄밀하게 따지면 내게는 능력범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내 주전공은 지질학이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경제학을 복수전공하며 오래도록 손을 놓았던 탓에 학부 1학년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주로 집에만 있었고 공부나 게임 말고는 해본 것이 없어서 어떤 분야든 남들에 비해 경험도 없다. 연예인이든 미용-화장품이든, 옷이든, 새로운 기기든 소비에 별로 관심이 없고 물욕이 없어서 사람들의 소비심리도 잘 알지 못한다.




오직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투자에 임하고 있으니, 어떤 분야에서든 강점을 가지고 있는 남들과는 다르게 나는 공부를 통해서 이를 극복해야만 했다. 책을 통해서 구루들의 가르침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했고, 날마다 기업과 산업을 공부하면서 사업모델을 글자로라도 익혀야했다. 다행히도 이 과정이 즐겁다는 것이 행운인 것 같다.




찰리멍거는 다양한 학문의 핵심 개념을 공부하여 어떤 한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격자틀 인식 모형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책을 아예 안 읽어본 사람보다 책을 딱 1권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고 이야기하지 않던가. 딱 이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한 가지만 알고 있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해석할 때 그 한 가지 방식으로만 해석할 수 있다. 즉,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튀어나온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망치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공구를 갖추는 것이다.




매일 공부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을 주신 워런버핏과 찰리멍거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행운이자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워런버핏의 능력범위의 절반을 따라잡는 데만 평생을 바쳐도 모자랄 수 있겠지만 오늘 하루도 잠에서 깨어났을 때보다 0.1% 더 현명해진 삶을 만들 수 있었다는 데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