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증시와 환율이 월요일에 역사적인 하락을 기록했음.
일요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보베스파(Ibovespa) 지수는 13.88퍼센트 내린 17만 6,608로 마감했고 브라질 헤알은 달러 대비 약 8퍼센트 약세가 됐음. 시장은 3주 전만 해도 반대 결과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훨씬 컸음.
먼저 선거 결과부터 정리하겠음. 룰라는 51.79퍼센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Flávio Bolsonaro) 상원의원은 48.21퍼센트를 얻어 약 440만 표 차이로 룰라가 이겼음. 10월 4일 1차 투표에서는 보우소나루가 47.03퍼센트로 룰라 45.16퍼센트를 앞서 있었고, 이후 3주 동안 브라질 증시는 올랐음. 보우소나루가 더 시장 친화적이고 재정 긴축에 우호적인 후보로 여겨졌기 때문임.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보베스파는 1차 투표 전보다 약 7퍼센트 높았고 헤알은 약 5퍼센트 강했음.
칼시(Kalshi)와 폴리마켓(Polymarket) 같은 예측시장은 보우소나루가 이길 확률을 80퍼센트 넘게 봤고, 개표 직전에도 룰라의 승리 확률은 20퍼센트 안팎이었음. 결과가 뒤집히자 이 베팅을 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포지션을 정리했음.
낙폭을 보자. 보베스파는 장중 17.34퍼센트까지 빠졌고 B3 거래소는 2020년 코로나 충격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서 30분 동안 거래를 멈췄음. 종가 기준 13.88퍼센트 하락도 1998년 이후 가장 큰 일간 낙폭으로 보도된 구간에 가까움. 환율은 장중 달러당 5.60헤알까지 올랐다가 5.40헤알 수준에서 마감했음(전날 약 4.99헤알).
미국에 상장된 브라질 ETF인 EWZ는 20퍼센트 안팎 하락했고 일부 시점에는 20퍼센트를 훨씬 넘겼음. 종목별로는 페트로브라스(Petrobras)가 약 15퍼센트, 음료 업체 암베프(Ambev)가 약 16퍼센트, 이타우 우니방쿠(Itaú Unibanco)가 약 20퍼센트, 브라데스쿠(Bradesco)가 약 30퍼센트 내렸고, 증권사 XP는 거의 절반인 48퍼센트 빠졌음. 핀테크 누뱅크의 모회사 누 홀딩스(Nu Holdings)도 약 19퍼센트 내렸음. 광산 업체 발레(Vale)는 약 4퍼센트로 상대적으로 선방했는데, 매출이 달러로 들어오는 수출 기업이기 때문임.
왜 이렇게 크게 반응했을까. 시장은 룰라 정부가 정부 지출을 늘리고 재정적자를 키우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일 수 있다고 걱정함. 국채를 보험료 형태로 거래하는 부도 위험 지표인 5년물 CDS가 120.21bp에서 151.67bp로 26퍼센트 올랐다는 것도 그 걱정을 보여줌. JP모건은 브라질 헤알과 국채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음.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3.75퍼센트로 유지하고 있고 다음 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어서, 정치적 실수를 흡수할 여지가 작다는 평가가 나왔음.
완충 요인도 있음.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룰라를 뽑으면서 의회는 우파가 우세하게 만들었음. 그래서 룰라 정부가 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거나 시장 친화적 개혁을 되돌리는 데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해석이 있음. UBS는 브라질 자산이 1차 투표 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봤지만 일시적인 부진은 계속될 수 있다고 전했음. 헤알은 강한 원자재 수출 수입이 받쳐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음. 한 가지 더 변수가 있음. 보우소나루 측이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선거 무효를 주장한다는 보도가 나와서 정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수 있음.
국내에서도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가 많았는데, 이런 투자는 채권 가격뿐 아니라 헤알 환율에도 크게 영향을 받음. 환헤지를 하지 않은 상태라면 헤알이 하루에 8퍼센트 빠진 것이 그대로 원화 기준 평가손실로 이어짐. 또 채권 금리가 오르면 이미 가진 채권의 가격은 내려감. 반대로 헤알 약세와 금리 상승은 앞으로 새로 사는 사람에게는 더 높은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정치와 재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변수임.
앞으로 볼 지점은 네 가지임. 첫째는 룰라 정부의 첫 경제팀 인선과 재정 규칙에 대한 발언임. 둘째는 다음 주 중앙은행 금리 결정과 메시지임. 셋째는 보우소나루 측의 선거 불복 움직임이 얼마나 이어지는지임. 넷째는 의회가 실제로 정부 지출 확대에 제동을 거는지임. 브라질 시장의 월요일은 예측시장과 여론조사가 맞는 것처럼 보일 때 시장이 얼마나 한쪽으로 쏠려 있었는지를 보여준 날이었음. 가격은 하루 만에 한꺼번에 조정됐지만, 이 조정이 과했는지 정당했는지는 룰라 정부의 재정 정책과 의회의 제동이 어느 쪽으로 가느냐가 앞으로 몇 주 안에 가려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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