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투형입니다.



오늘은 DS투자증권이 23일 낸 SK하이닉스 ADR 괴리 리포트를 바탕으로, 같은 주식이 미국과 한국에서 40% 넘게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상장 이후 벌어지는 괴리율


SK하이닉스는 7월 나스닥에 ADR을 상장했습니다. ADR과 한국 본주는 기초 자산도 배당도 같고, 의결권만 예탁기관을 거치는 차이뿐입니다. 그런데도 두 주가의 괴리율은 월평균 기준으로 7월 25.6%, 8월 34.2%, 9월 40.0%로 커졌고, 10월 21일 기준 46.8%입니다. 보고서는 같은 주식이 미국에서는 40% 높게 평가받고 한국에서만 싸게 거래되는 것이 외국인에게 한국 시장 저평가의 상징처럼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 차익거래로도 좁혀지지 않는 이유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싼 본주를 사서 ADR로 바꿔 팔면 괴리가 좁혀집니다. 그런데 본주를 ADR로 바꿀 수 있는 한도인 1,779만 주가 7월 공모 물량으로 이미 소진됐습니다. 미국 ADR을 한국 본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 방향은 막혀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차익거래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보고서는 수급 요인도 짚었습니다. ADR 청약에 참여하려면 공매도 포지션을 미리 정리해야 했을 것이고, 청약 이후에는 공매도나 헷지 성격의 매도가 본주에 다시 가세했을 수 있다는 추정입니다. 미국 상장 종목만 담는 반도체 지수 등에 편입되며 한국 시장에 원래 들어오지 않던 자금이 ADR로 몰린 점도 영향을 줬습니다.


3. 해외 사례: 전환이 자유로우면 괴리는 거의 없다


35개국 교차상장 506개 종목의 평균 괴리는 4.9bp(0.049%p)입니다. 알리바바와 도요타는 본주와 ADR을 양방향으로 바꿀 수 있어 괴리가 0~2%이고, 보고서 기준 현재 알리바바는 약 1%, 도요타는 약 0.4%입니다. 국내 상장사 중 KB금융, 신한지주, POSCO홀딩스, 한국전력은 ADR 비중이 2~6%에 불과하지만 전환이 열려 있어 1년 평균 괴리가 0.2~0.6%입니다.


즉 괴리를 결정하는 건 ADR 비중이 아니라 전환이 가능한지 여부라는 것이 핵심 논지입니다. SK하이닉스는 ADR 비중이 2.4%로 낮지만 한도가 소진돼 괴리가 37~47%에 달합니다.


4. TSMC는 어땠나


TSMC는 ADR 공급이 늘 때마다 괴리가 줄었습니다. 2000년 6월 공급 직전 3개월 평균 괴리는 43%였지만, 2003~2007년 네 차례에 걸쳐 약 5.9억 ADR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2007년 5월에는 5%까지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추가 공급이 없고 재예탁도 법률 의견서가 필요해 사실상 막혀 있습니다. AI로 미국의 TSMC 수요가 커지면서 괴리는 최근 1년 약 17.8%, 연평균 약 23%로 다시 벌어졌습니다.


공급이 막히면 괴리가 다시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5. 해결 방안


SK하이닉스가 미국 SEC에 등록한 ADR 수량은 발행주식의 약 24%인데, 회사가 본주를 ADR로 바꾸는 데 동의한 한도는 2.4%(1,779만 주)에 그칩니다. 국내 법령상 본주를 ADR로 바꾸려면 발행사 동의가 필요하고 한도는 회사가 정합니다.


보고서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전환 한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한도 안에서는 전환할 때마다 신고하지 않고 일괄로 신고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6. SK스퀘어 지분율은 걸림돌이 아니다, 변수는 의결권


ADR 공모 규모를 약 2.5%로 정한 이유는 SK스퀘어가 하이닉스 지분 20% 이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SK스퀘어 지분율은 공모 전 20.5%에서 공모 후 20.0%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 제약은 신주 발행에만 해당합니다. 이미 발행된 본주를 ADR로 바꾸면 주식 수가 그대로여서 SK스퀘어 지분율도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변수는 의결권입니다. ADR 투자자는 예탁기관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지시가 없으면 행사되지 않습니다. ADR 비중이 커질수록 주주총회에서 실제 행사되는 의결권 구성이 달라질 수 있어, 회사가 전환 확대를 검토한다면 이 부분의 유불리를 따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7. 자사주 매입·소각, 괴리 줄이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7월 ADR 신주 1,779만 주를 주당 약 225만 원에 발행해 약 40조 원을 조달했고, 8월에는 40조 원 규모로 국내 본주 2,407만 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본주 평균 매입가는 약 166만 원으로, 발행가보다 약 35% 낮습니다. 조달액과 매입액은 비슷한데 발행주식은 628만 주 줄었고 SK스퀘어 지분율은 올랐습니다. 다만 신주를 찍으면서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상법 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7~9월 신주 발행과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괴리는 오히려 벌어졌습니다.


8. 주투형 VIEW


이번 괴리는 시장이 SK하이닉스를 낮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막혀 생긴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입니다.


저는 두 가지를 짚고 싶습니다. 


첫째, 전환 한도 확대는 아직 제안 단계이고 회사의 결정이나 발표는 없습니다. 둘째, 괴리가 좁혀진다고 해서 본주가 오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고서의 TSMC 사례에서도 ADR이 더 크게 빠지면서 괴리가 좁혀진 시기가 있었습니다. 괴리가 어느 쪽 움직임으로 해소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래도 같은 회사의 주식이 두 시장에서 이렇게 다른 가격을 받는 상황이 오래가기 어렵다는 시장의 문제의식은 분명합니다.


※투자추천이 아니며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