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동산 기사를 보다가 '생존 매수'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집값이 오를 것 같아서 사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전세로 살 집을 구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집을 산다는 이야기다.
전세를 놓고 여러 차례 재계약을 경험해봤지만, 임대차 시장은 매매시장과 또 다르다. 집을 사는 건 시기를 조절할 수 있어도 전세 만기는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의 전세 매물 부족이 심해지면서 이런 생존 매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과연 무주택자는 지금 집을 사는 게 맞을까.
전셋값보다 더 무서운 건 매물이 없다는 것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7억원을 넘어섰다. KB부동산 기준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458만원으로 처음 7억원을 돌파했고, 8월에는 7억1,178만원까지 올랐다.
월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62만원으로 집계됐다.
물론 서울 전체 평균이기 때문에 지역과 평형에 따라 차이는 크다. 하지만 전세와 월세가 동시에 오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돈을 더 주겠다고 해도 원하는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 매물이 넉넉하다면 가격이 올라도 여러 집을 비교할 수 있다. 그런데 전세 매물 부족이 심해지면 선택할 수 있는 집 자체가 줄어든다.
아이 학교와 직장, 기존 생활권을 유지해야 하는 가정이라면 선택지는 더 좁아진다. 나는 전세난이 무서운 이유가 단순히 보증금이 오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살던 생활권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더 큰 부담일 수 있다.
전세 매물은 왜 이렇게 줄어들었을까
전세 매물 부족은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 우선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 아파트가 새로 입주할 때는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는 물량이 전세시장에 한꺼번에 나온다. 이런 물량이 많으면 주변 구축 아파트의 전세가격까지 영향을 받는다. 반대로 입주 물량이 부족하면 기존 아파트에 대한 전세 수요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규제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허가 대상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실거주 목적의 거래가 요구된다. 기존에 전세를 끼고 매수하던 투자 수요가 제한되고, 매수자가 직접 거주하기 위해 기존 임차인의 퇴거를 기다리는 상황도 생긴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모든 전세 매물 감소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입주 물량, 기존 임차인의 재계약, 임대인의 월세 전환 등 여러 요소를 함께 봐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를 선택하는 집주인도 있다. 예전에는 보증금 5억원이면 전세로 들어갈 수 있었던 집이 이제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까지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크게 올리기보다 매달 월세를 받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전세 매물 부족은 단순히 집주인이 전세를 안 놓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주택 공급과 임대차 구조가 함께 바뀌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생존 매수, 내 집 마련과 무엇이 다를까
최근 등장한 '생존 매수'라는 표현이 인상 깊다. 집을 사고 싶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전세로 버티기 어려워 매수하는 상황이다.
나는 일반적인 내 집 마련과 생존 매수의 가장 큰 차이가 매수 시기를 누가 결정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사람은 자금을 모으고 지역을 비교하면서 적절한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 만기가 코앞인데 원하는 전세 매물이 없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당장 몇 개월 안에 이사를 해야 하고, 대출을 알아봐야 하며, 매물을 결정해야 한다. 이때는 가격 협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 집주인이 가격을 조금 높게 부르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계약을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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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충분히 비교하지 못한 상태에서 집을 사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은 한번 매수하면 취득세와 중개보수 등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몇 달 만에 쉽게 바꾸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는 전세가 없어서 집을 사는 것과 준비해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존 매수가 반드시 나쁜 선택이라는 뜻은 아니다. 어차피 앞으로 오랫동안 같은 생활권에 거주할 계획이 있고, 자금도 충분하다면 전세 연장 대신 매수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다만 전세난이 심하다는 이유만으로 매수를 서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전세난이 심하다고 집값까지 무조건 오를까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면 매매가격도 따라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세보증금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줄어들면 매수를 고민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오른다고 모든 지역의 아파트값이 함께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도 크다.
또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을 보면 강남권 일부 지역은 가격 조정을 받는 반면 다른 지역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시장 분위기가 다르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는 서울 평균 전세가격보다 내가 실제로 살고 싶은 생활권의 전세 수급과 매매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전세와 매수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현재 가격뿐 아니라 거주 기간과 자금 계획에 따라 달라진다.
전세 만기가 다가온다면
내가 지금 무주택자이고 전세 만기가 다가온다면 가장 먼저 계약 만료일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만기 1년 전부터 주변 전세 매물과 시세를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만큼 여유를 두고 여러 물건들을 비교하면서 확신을 얻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학교에 다니거나 직장 때문에 이사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돼 있다면 더 일찍 준비하는 편이 좋다.
다음으로는 같은 생활권에서 전세와 반전세 매물을 비교해본다. 전세보증금이 1억원 오르는 경우와 보증금을 유지하면서 월세를 추가로 내는 경우 중 어느 쪽이 자금 운용에 유리한지도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매수를 고려한다면 주택담보대출 가능 금액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의 정책상 최대한도는 시가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이다.
다만 실제 대출은 LTV와 DSR, 소득, 은행별 취급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대출이 최대 6억원까지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로 6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마지막으로 나는 앞으로 그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살 계획인지도 생각해볼 것 같다. 2년 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계획이라면 무리해서 집을 사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반대로 아이 학교와 직장 때문에 앞으로 7~10년 이상 같은 생활권에서 거주할 계획이라면 매수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세난 때문에 집을 사느냐가 아니라, 지금 매수하는 것이 내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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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최근 전세 매물 부족이 심해지면서 생존 매수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집값이 오를 것 같아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 집을 구하기 어려워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이런 현상이 무주택자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전세 만기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매물까지 부족하면 선택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세난이 심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집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시기일수록 내 자금과 생활권을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전세를 연장할 수 있는지, 반전세로 전환하면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같은 생활권에서 매수한다면 필요한 자기자본과 월 상환액이 얼마인지 비교해야 한다.
나는 무주택자가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은 집값이 오르는 것을 놓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전세 매물 부족이 계속되더라도 생존 매수에 내몰리지 않으려면 결국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집을 살 계획이 없더라도 전세 만기 1년 전부터 주변 매매가격과 대출 가능 금액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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