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를 알아보다 보면 전세가 끼어 있는 매물을 생각보다 자주 만나게 된다. 가격이나 입지는 마음에 드는데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어 당장 입주할 수 없는 집이다. 특히 토허구역에서는 실거주 의무 때문에 이런 매물을 매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0월 1일부터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이 1년 연장되고 임대차 갱신계약까지 인정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전세를 끼고 있는 집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미리 매수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것이다. 이번 변화가 무주택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실제 매수할 때는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1. 토허구역 실거주 유예, 무엇이 달라졌을까

토허구역은 정확히 말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일정 기준을 넘는 주택을 매수하려면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원칙적으로 허가받은 목적에 따라 직접 거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택 취득 후 정해진 기간 안에 입주해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미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이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아파트가 있는데 전세 만기가 1년 6개월이나 남아 있다면 어떨까. 매수자는 당장 들어가 살 수 없고, 세입자 역시 계약기간 동안 거주할 권리가 있다. 이런 이유로 토허구역에서는 세 낀 매물의 거래가 사실상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한 무주택자가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매수할 때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는 특례를 마련했다. 이번에는 그 범위를 한 번 더 확대했다. 기존 2026년 12월 31일까지였던 신청 기한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했고, 현재 임대차계약뿐 아니라 갱신계약 1회에 한해 최대 2년을 추가로 인정하기로 했다.


요건을 충족한다면 최장 2029년 12월 31일까지 입주 시점을 미룰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모든 매물이 2029년 말까지 유예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임대차계약의 만기와 갱신 여부에 따라 실제 입주 시점은 달라진다. 실거주 의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세입자의 계약기간에 맞춰 입주 시점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2. 세 낀 매물, 아무나 매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제도는 모든 매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매수자는 2026년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사람이어야 한다. 기존 주택을 보유하다가 최근 매도한 1주택자라면 단순히 현재 무주택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2026년 10월 1일 기준으로 임대 중이거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이어야 한다. 이후 새롭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매물까지 모두 허용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갱신계약을 통해 실거주 유예를 받으려면 계약 시점도 중요하다.

유예 신청 전에 갱신계약이 체결돼야 하며, 갱신계약의 시작일 역시 정해진 신청 기간 안에 들어와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임차인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다면 최초 계약 만료일에 맞춰 입주해야 한다. 반대로 갱신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기간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뒤에는 정해진 기한 안에 소유권 이전등기도 마쳐야 한다. 그리고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직접 입주해 2년간 거주해야 한다.

이 의무를 위반하면 이행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번 제도를 단순히 갭투자가 다시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집에 들어가 살 계획이 있는 무주택자에게 입주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준 예외 조치이기 때문이다.




3. 무주택자에게 세 낀 매물이 유리할 수 있는 이유

개인적으로 이번 조치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매수 시점과 입주 시점을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매수하면 잔금과 동시에 기존 세입자가 퇴거하고 내가 입주하는 일정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세 낀 매물은 임차인이 계속 거주하는 상태에서 소유권을 이전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매매가격이 12억원이고 기존 전세보증금이 5억원인 아파트를 생각해보자.

매수자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한다면 단순 계산상 매매가격에서 보증금 5억원을 제외한 7억원을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물론 실제 잔금과 대출 가능 여부는 계약 내용과 금융기관 심사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방식은 매수 시점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전세보증금 5억원은 내 돈이 아니라 나중에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라는 사실이다.

임차인이 계약을 마치고 나가면 새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 따라서 매수 당시 7억원으로 거래를 마쳤다고 해서 앞으로도 7억원만 있으면 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뒤 실입주할 때는 보증금 반환을 위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토허구역 세 낀 매물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실거주 관련 조건이 함께 적용될 수 있어 자금 계획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매수 당시 필요한 현금보다 세입자가 나가는 시점에 얼마를 마련해야 하는지를 먼저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실거주 유예가 연장되면 집값에도 영향을 줄까

이번 조치로 토허구역 내 세 낀 매물의 거래 가능성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 기존에는 실거주 의무 때문에 매수하기 어려웠던 집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거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매수자를 찾기가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다. 반대로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빈집만 찾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나는 매수 가능한 매물이 늘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집값이 내려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매수할 수 있는 사람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입지가 좋고 실거주 선호도가 높은 단지라면 세입자가 거주 중이더라도 매수를 검토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다.



반대로 기존에 거래가 어려웠던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선택지가 넓어지고 가격 협상의 여지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정책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과 단지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유지하거나 갱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새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면 해당 주택은 전세시장에 다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세 매물 부족이 심한 지역이라면 임대차 공급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실거주 유예 연장을 단순한 매수 호재로 보기보다는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 변화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5. 토허구역 세 낀 매물, 나라면 이것부터 확인할 것 같다

내가 지금 무주택자이고 토허구역에서 세 낀 매물을 매수한다면 가장 먼저 임차인의 계약 내용을 확인할 것 같다.

현재 계약 만기가 언제인지, 갱신계약이 체결됐는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이번 실거주 유예는 갱신계약 체결 시점과 개시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세입자가 2년 더 살 수 있다는 설명만 듣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는 실제 실입주 시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2029년에 입주해야 하는 집이라면 그때 내 직장과 자녀 학교, 현재 거주 중인 집의 계약 만기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좋은 선택처럼 보여도 몇 년 뒤 생활권이 달라지면 직접 거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계획이다.

매수 당시에는 전세보증금을 승계해 필요한 현금이 줄어들 수 있지만, 임차인이 퇴거할 때는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

이때 주택담보대출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실제 대출이 가능한지 은행에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향후 대출 규제나 금리가 달라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나는 가능하면 보증금 반환 자금을 대출에만 의존하는 계획은 피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매매가격이 적정한지도 비교해야 한다.

세입자가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저렴한 매물은 아니다. 같은 단지의 즉시 입주 가능한 매물과 비교해 가격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기다리는 기간에 비해 충분한 가격적 이점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몇 년 뒤 입주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비싼 가격에 매수할 필요는 없다.

토허구역 세 낀 매물 역시 결국 입지와 가격, 자금 계획이 맞아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마치며

이번 토허구역 실거주 유예 연장은 무주택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열어준 조치다.

기존에는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매수하기 어려웠던 아파트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미리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결국 유예기간이 끝나면 내가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고,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도 반환해야 한다.

나는 이번 제도를 활용하려는 무주택자라면 당장 필요한 매수자금보다 몇 년 뒤의 실입주 계획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 낀 매물은 매수 당시와 실입주 당시 필요한 자금이 다르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 계획까지 세워야 한다.

지금 살 수 있는 집인지보다, 몇 년 뒤에도 무리 없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인지가 더 중요하다.

토허구역 규제가 일부 완화됐다고 해서 매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같은 단지의 다른 매물과 가격을 비교하고, 임차인 계약과 자금 계획을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

내 집 마련에서 중요한 것은 규제가 풀리는 시점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집을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