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약 3%나 급락하며 2조 7,100억 달러 선으로 쪼그라들었고, 대장주인 비트코인(Bitcoin)은 81,000달러 선마저 무너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는데요. 이더리움(Ethereum) 역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에서 황급히 발을 빼면서 2,350달러 선까지 밀려났고, 리플(XRP)을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파란불을 켜며 맥을 못 추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장의 공포와 탐욕 지수가 49점을 기록하며 아직은 중립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암호화폐 시장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에서 날아온 매서운 물가 상승 지표 때문입니다.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7% 상승하며 지난 8월의 3.4%보다 확 뛰어올랐는데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도 2.6%를 기록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물가가 다시 오르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10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꺾이고 금리 인상 확률이 급격히 치솟았으며, 미국 5년물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달러 인덱스가 1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주식과 암호화폐, 원자재 시장을 포함해 단 2시간 만에 무려 1조 3,000억 달러라는 거금이 공중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선물 거래 시장에서 대규모 강제 청산이 일어나며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인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물가 지표가 발표된 직후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만 1시간 동안 무려 1억 600만 달러에 달하는 이더리움 롱 포지션, 즉 상승에 걸었던 레버리지 물량이 강제로 청산당했는데요. 이렇게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강제 매도를 당하면서 시세 하락이 또 다른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연출된 것입니다.

이러한 공포 심리는 아시아 증시로 그대로 전이되어 역대급 폭락장을 만들어냈습니다. 미국의 매파적인 금리 행보에 대한 우려로 아시아 주식 시장에서만 하루 동안 9,000억 달러가 넘는 돈이 증발했는데요. 한국의 코스피(KOSPI) 지수가 하루 만에 무려 8% 가깝게 폭락하며 시가총액 약 406조 원이 허공으로 사라졌고, 일본의 니케이(Nikkei) 지수도 5%나 주저앉았습니다. 인공지능 산업 확장에 들어가는 고금리 대출 비용과 기술주들의 몸값이 너무 비싸다는 회의론이 겹치면서 기술주 중심으로 투매 물량이 쏟아진 탓입니다. 이제 모든 투자자들의 시선은 곧이어 발표될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로 쏠리고 있으며, 생산자 물가마저 높게 나온다면 시장의 긴축 공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도 시세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금융 데이터 기관인 소소밸류(SoSoValue)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 하루 동안 무려 3억 9,100만 달러의 거금이 순유출되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만 2억 6,100만 달러가 빠져나갔고, 비트와이즈(Bitwise)의 BITB ETF로 소액의 자금이 들어오긴 했지만 거대한 유출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더리움 현물 ETF 역시 블랙록(BlackRock)의 ETHA에서만 1억 1,000만 달러가 빠져나가는 등 총 1억 3,000만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하며 기관들마저 위험 관리를 위해 현금화에 나섰음을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