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증시를 보면 AI 관련주들의 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분명 AI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도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인프라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지난 10월 14일 미국 증시에서는 AI 관련주들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날 나스닥종합지수는 1.88% 떨어졌고, S&P500도 1.11% 하락했습니다.
특히 코어위브와 오라클 같은 AI 인프라 기업들의 낙폭이 상당했는데요.
이러한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의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었습니다.
"물가가 조금 올랐다고 AI 기업 주가까지 이렇게 떨어질 일인가?"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와 금리, 주식 가격의 관계를 이해하면 이번 하락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오늘은 미국 CPI 3.7% 발표가 나스닥과 AI 관련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CPI 3.7%, 시장이 놀란 이유
먼저 이번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10월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습니다.
8월 상승률이 3.4%였으니 한 달 사이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이 0.3%포인트 높아진 것입니다.
시장 예상치였던 3.6%도 넘어섰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 역시 0.6%를 기록하며 8월의 0.4%보다 높아졌습니다.
그렇다면 물가는 왜 이렇게 올랐을까요?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는 에너지 가격입니다.
특히 9월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무려 9.1% 상승했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상승이 전체 소비자물가의 월간 상승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도 전년 대비 2.6% 상승했습니다.
8월의 2.4%보다 높아진 수준입니다.
이처럼 전체 물가뿐만 아니라 근원 물가까지 높아지면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문제는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 미국 연준도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물가가 오르면 왜 AI 주식이 떨어질까?
이번 하락을 이해하려면 금리와 주식 가격의 관계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받을 100만원과 10년 뒤에 받을 100만원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둘 중 어떤 돈의 가치가 더 높을까요?
일반적으로는 오늘 받을 100만원의 가치가 더 높습니다.
지금 받은 돈은 예금이나 투자에 활용할 수 있지만, 10년 뒤에 받을 돈은 그만큼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요?
미래에 받을 돈을 현재 가치로 계산한 금액은 더 작아집니다.
주식도 비슷합니다.
기업의 가치는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과 현금흐름을 고려해 평가할 수 있는데요.
특히 AI 관련 성장주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같은 성장 전망을 유지하더라도 기업의 적정 가치에 대한 시장 평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금리 상승기에 고평가된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미국 CPI 발표 이후 기술주와 AI 관련주가 크게 하락한 것도 이러한 금리 부담과 연결해서 볼 수 있습니다.
코어위브 15% 폭락, AI 인프라 기업이 더 크게 떨어진 이유
이번 하락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기업은 코어위브와 오라클입니다.
10월 14일 코어위브 주가는 약 15% 하락했고, 오라클도 8.8% 떨어졌습니다.
네비우스 역시 약 10% 하락하면서 AI 인프라 기업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업들은 왜 일반적인 기술주보다 더 크게 떨어졌을까요?
핵심은 데이터센터 투자에 필요한 자금입니다.
AI 인프라 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큽니다.
GPU와 서버를 구매해야 하고,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거나 임차해야 하며, 전력과 네트워크 시설도 확보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런 투자를 먼저 진행한 뒤 오랜 기간에 걸쳐 수익을 회수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외부 차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금리가 상승하면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금액을 빌리더라도 이자율이 높아지면 향후 이자비용이 증가할 수 있겠죠.
기존 고정금리 차입금의 이자가 곧바로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자금을 조달하거나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차환할 때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AI 산업의 성장 기대감으로 주가가 이미 크게 상승한 기업이라면 높은 기업가치에 대한 부담도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하락은 AI 산업 자체가 갑자기 성장하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라기보다, 높은 투자비용과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나스닥 1.88% 하락, CPI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번 나스닥 하락을 CPI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 기술주 시장에는 이미 여러 부담이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AI 관련 기업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입니다.
밸류에이션은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 가능성에 비해 현재 주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평가하는 개념입니다.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더라도 주가가 그 기대를 지나치게 반영하고 있다면 작은 악재에도 크게 조정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일부 기업에 대한 증권사의 투자의견 하향과 실적 우려도 겹쳤습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월 14일 4.3% 하락하며 6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습니다.
델과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도 증권사 투자의견 하향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금융주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규제 관련 비용 문제가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예상보다 높은 CPI는 이미 부담이 커져 있던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위험을 다시 평가하도록 만든 계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물가가 안정된다고 해서 모든 AI 관련주가 곧바로 이전 주가를 회복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마다 실적과 부채, 현금흐름, 투자비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AI 버블이 터진 걸까? 중요한 것은 실제 실적
AI 관련주들이 크게 하락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제 AI 버블이 터지는 거 아니야?"
하지만 하루의 주가 하락만으로 AI 산업 전체의 성장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AI 산업에 대한 실제 수요와 관련 기업의 주식 가격은 구분해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에는 이미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 AI 투자를 이어가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반면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해 외부 자금조달에 많이 의존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두 기업은 같은 AI 산업에 속하더라도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AI 관련주를 살펴볼 때는 단순히 AI 사업을 한다는 사실보다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이 AI 투자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지,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기업이라도 현재 주가에 그 기대가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AI 관련주 투자에서 기업들의 재무구조 차이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미국 증시,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그렇다면 앞으로 나스닥과 AI 관련주를 살펴볼 때 어떤 지표에 주목해야 할까요?
먼저 미국 국채금리입니다.
특히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성장주 가치평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 지표입니다.
장기 국채금리가 빠르게 상승한다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가진 기술주에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입니다.
연준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목표 범위를 연 3.75~4.00%로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FOMC 회의는 10월 27일부터 28일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 여부뿐만 아니라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한 연준의 설명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AI 기업들의 실적입니다.
AI 관련 기업들이 계속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지, 데이터센터 투자비용에 비해 실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외부 차입에 많이 의존하는 기업이라면 부채 규모와 이자비용, 현금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11월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다면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될 수 있지만, 반대로 높은 물가가 이어지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AI 산업이 끝난 것이 아니라 주가의 기준이 달라졌다
지난 10월 14일 미국 증시 하락은 AI 관련주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하루였습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높아지면서 나스닥이 1.88% 하락했고, 코어위브와 오라클 같은 AI 인프라 기업들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하락을 단순히 AI 산업의 성장성이 끝났다는 신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AI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얼마의 가치를 부여할 것인지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질 수 있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업은 자금조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AI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제 매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 투자한 자금으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AI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기업별 실적과 재무구조를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처럼 금리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단순히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매수하기보다 기업가치와 위험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결국 이번 나스닥 하락은 AI의 미래가 사라진 사건이라기보다, 그 미래에 얼마를 지불할 것인지 투자자들이 다시 고민하기 시작한 날에 가까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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