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압구정 쪽 사정을 잘 아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 "호가가 10억쯤 더 빠졌어요." 10억이라는 숫자 앞에서 한참을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같은 주에 나온 뉴스 헤드라인은 이랬다. "서울 아파트값 87주 연속 상승, 역대 최장 기록."
한쪽에서는 10억이 빠졌다는 말이 들리고, 다른 쪽에서는 역대 최장 상승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둘 다 사실이다. 그런데 이 두 뉴스가 같은 시장을 설명하는 말이라는 사실 앞에서, 무주택자 매수 검토자는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진다.
이 혼란의 정체부터 정확히 짚어야 지금 시장을 읽을 수 있다.
숫자 안을 들여다보면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2% 올라 87주째 상승을 이어갔다. 5주 연속 줄던 오름폭이 전주 0.09%에서 6주 만에 다시 커진 수치다.
그런데 같은 주, 강남구는 0.34% 내렸다. 서초구 0.27% 하락, 송파구 0.19% 하락, 용산구 0.01% 하락. 서울 평균이라는 숫자 하나에 모든 동네의 이야기를 욱여넣기엔, 지금 시장이 너무 갈라져 있다.
반대편으로 가면 숫자가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주 서대문구 0.36% 상승, 강북구 0.35%, 금천구 0.34%, 관악구 0.33%, 도봉구 0.32%, 노원구 0.31%. 강남이 내리는 폭만큼, 중저가 지역이 오르는 폭이다.
같은 서울 안에서 어떤 사람은 자산이 하락한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매수 문턱이 더 높아진다고 느낀다. "서울 아파트값"이라는 평균 숫자가 가리고 있는 것은, 사실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개의 시장이다.
왜 강남은 꺾이고, 중저가는 오르나
이 엇갈림의 배경에는 두 가지 흐름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첫 번째는 강남권 조정의 성격이다. 업계에서는 강남구에서 가격이 20% 넘게 조정된 재건축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늘면서 싼 매물이 소진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짚는다. 8·3 세제개편 이후 종부세 부담과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얹히면서, 30억 이상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절세용 급매가 나오고 있다. 떨어지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아직 방향이 바뀐 것은 아니다.
두 번째는 중저가 지역의 풍선효과다. 대출 규제와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9억원 이하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서울 25개구가 전역 토허제로 묶이면서 매수 조건이 까다로워졌지만, 그 안에서도 자금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리로 매수자들의 시선이 이동한 결과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푸는 모양새가 지금 서울 시장에서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강남에 사는 사람과 노원에 사는 사람이 같은 서울 시장을 정반대로 체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세 쪽에서도 신호가 함께 움직인다
매매만 보면 상황이 반쪽만 보인다. 전세 쪽 신호도 함께 짚어야 지금 시장이 이해된다.
올해 서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이 8.35%로, 매매 누적 상승률 8.31%를 앞질렀다. 전세가 매매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 흐름이 무주택자에게 주는 압력은 크다. 전세가가 계속 오르면 임차인으로 버티는 선택지의 비용이 함께 올라간다. 그렇다고 서울을 벗어나 경기로 눈을 돌리면, 거기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원 영통구는 전주 0.62% 상승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사내대출로 풀린 유동성이 반도체 벨트 주변 자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해석이 함께 나온다. 광명은 올해 누적 15.98% 상승으로 전국 1위다.
서울이 비싸서 밀려난 사람들이 갈 곳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매수 시점을 더 미루면 미룰수록, 다음 결정의 자금 문턱도 함께 올라간다는 신호다.
지금은 어느 지점에 서 있는 걸까
그렇다고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오름폭 재확대는 딱 한 주의 숫자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이 추가로 조정받으면 서울 전체가 하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음 차례로 마포와 성동의 하락 전환 시점을 지켜본다. 기준금리는 7월과 8월 연속 인상으로 3.00%가 됐고, 다음 금통위는 10월 22일이다.
상승 신기록과 강남 급매가 한꺼번에 존재하는 지금은 방향이 바뀌는 길목일 수도, 잠깐 숨을 고르는 구간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인지 지금 시점에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어느 쪽이든, 평균이라는 숫자 하나로 시장 전체를 이해하려는 접근은 매수 판단에서 정확한 그림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무주택자가 지금 해야 할 것
이 엇갈림이 무주택자에게 주는 힌트는 "평균을 믿지 말고 내 매물을 보라" 는 것이다.
지인의 한마디도 마찬가지다. 10억이 빠졌다는 말을 듣고 지금이 기회인지 재앙인지 판단하기 전에, 내가 보는 단지의 호가와 실거래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부터 직접 확인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최근 거래와 지금 호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시장의 온도가 보인다.
호가가 떨어지는 지역이라도 실거래가 함께 떨어졌는지, 아니면 호가만 조정 중이고 거래는 멈춰 있는지가 매수 판단의 결정적 지점이다. 강남 급매가 나오고 있다는 뉴스는 서울 평균 상승 신기록보다 내 매물의 매도 호가와 실거래 흐름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짚게 해준다.
자금 계획도 함께 재점검할 지점이다. 기준금리가 더 오르는 경우를 가정하고 자금 시나리오를 짜는 편이 안전하다. 지금 가능한 대출 한도와 월 원리금이 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를 때 어떻게 움직이는지 계산해두면, 매수 시점의 결단이 흔들리지 않는다.
정리
서울 아파트값 87주 연속 상승이라는 숫자와 강남 급매 10억 하락이라는 체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는 하나다. 서울이라는 한 도시 안에 사실상 두 개의 시장이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 고가 매물은 세제개편과 금리 부담으로 조정 구간에 있고, 중저가 지역은 풍선효과로 상승 구간에 있다.
이 두 흐름 중 어느 쪽이 앞으로 더 길게 이어질지는 10월 22일 금통위, 마포·성동의 추가 흐름, 강남권 조정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시점에 방향을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87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보다, 내 단지 앞에서 오늘 어떤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평균 숫자에 기대지 않고 내 매물의 실거래와 호가 흐름을 직접 확인하는 시간이, 지금 시장 안에서 매수 판단의 진짜 근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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