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은 좋은 뉴스가 나왔다고 바로 따라붙으면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기대감으로 먼저 오른 뒤 정작 뉴스가 나오면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는 이른바 ‘셀온’이 자주 나오기 때문인데요.
최근 우주항공 관련주도 비슷한 모습입니다.
누리호 5차 발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는데, 정작 관련 종목들의 주가 반응은 영 시원치 않습니다.
오히려 급락한 종목도 나왔습니다.
“누리호까지 잘 올라갔는데 주가는 왜 이러지?”
주주라면 충분히 들 수 있는 생각입니다.
누리호는 성공했는데 왜 주가는 못 오를까?
10월 7일 누리호는 5차 발사를 통해 탑재 위성들을 분리하며 임무를 마쳤습니다.
국내 우주산업 입장에서는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발사 성공 경험이 쌓일수록 한국의 우주 운송 능력과 산업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주 입장에서는 축하만 하고 끝낼 일이 아닙니다.
누리호가 성공했으면 내 종목도 좀 올라줘야 호재가 실감 나지 않을까요?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누리호와 한화시스템의 관계를 조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리호 제작과 발사 운용의 중심에 있는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입니다.
반면 한화시스템은 위성 제작과 위성통신, 위성영상 활용 같은 사업에 더 가깝습니다.
즉 한화시스템이 누리호를 직접 만드는 회사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한화시스템이 우주 관련주로 묶이는 이유
그럼에도 우주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한화시스템이 함께 움직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 대형주 가운데 우주산업 기대감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해 온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누리호 같은 발사체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은 한화시스템에도 긍정적입니다.
위성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우주로 보내는 수단이 불안정하면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습니다.
반대로 발사 인프라가 안정되면 위성을 더 자주 띄울 수 있고, 이후 위성통신과 관측 데이터 사업을 확대할 기회도 늘어납니다.
다만 중요한 건 ‘당장’입니다.
누리호가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한화시스템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바로 늘어나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래서 기술적인 호재와 주가의 움직임 사이에 시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적이 나빠서 못 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회사 실적이 나빠서 주가가 못 가는 걸까요?
그렇게 보기에도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7월 28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 1조 1,176억 원, 영업이익 1,03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19% 증가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좋은 실적입니다.
특히 천궁 레이더와 전차 관련 부품 등 방산 부문의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습니다.
이 정도 실적이라면 주주 입장에서 주가 반등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방산에서 돈을 잘 벌고 있고, 여기에 우주사업이라는 장기 성장동력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기대하는 건 위성 데이터와 통신서비스
한화시스템의 우주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위성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회사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위성을 직접 운용하면서 데이터와 통신서비스를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위성을 띄운 뒤 여러 국가나 기업을 대상으로 관측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위성통신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일회성 장비 판매와는 다른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위성을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면서 반복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그림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증권가 분석에서도 한화시스템은 2030년 이전까지 우주사업을 본격적인 투자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즉 지금 당장 큰 이익을 만드는 사업이라기보다 미래를 위해 돈을 투입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주식시장이 기다려주기 어려워하는 부분도 바로 이것입니다.
주가는 이미 고점 대비 크게 내려왔다
한화시스템 주가는 그동안의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습니다.
한때 18만 4,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7만 원대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고점 대비 하락률을 단순 계산하면 약 60% 수준입니다.
워낙 빠르게 떨어진 만큼 반등도 쉽게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바로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점에서 물린 투자자들의 매물이 위에 계속 쌓여 있을 수 있습니다.
주가가 조금만 반등하면 “본전이라도 찾자”는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차트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근에는 반등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20일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저항을 받고 다시 내려온 모습입니다.
차트만 놓고 보면 아직 강한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특히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는 상태에서는 위쪽에 쌓여 있는 매물을 소화하며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주가가 다시 강하게 상승하려면 단순한 기대감보다 강한 모멘텀이 필요합니다.
실적 서프라이즈나 대규모 수주, 우주사업에서 의미 있는 계약처럼 시장의 평가를 바꿀 수 있는 재료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 재료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분간 일정 가격대 안에서 움직이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누리호 성공과 한화시스템 주가는 다른 이야기다
누리호 발사 성공은 분명 좋은 뉴스입니다.
한화시스템의 방산사업 실적이 좋은 것도 사실입니다.
장기적으로 위성통신과 위성 데이터 사업이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언제나 미래의 시간을 현재 가격으로 계산합니다.
한화시스템이 그리고 있는 우주사업의 미래는 매력적이지만, 실제 의미 있는 수익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이 시간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3~4년 뒤 사업이 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그 기간 동안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누리호 발사에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투자자로서는 조금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한화시스템에서 봐야 할 것은 이것
앞으로 한화시스템을 볼 때 단순히 “누리호가 또 성공했다”는 뉴스만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실제 사업 숫자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산 부문에서 높은 수익성이 계속 유지되는지,위성 관련 수주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위성통신과 데이터 사업이 언제부터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기 시작하는지,
그리고 우주사업 투자 규모가 향후 수익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누리호 성공은 국내 우주산업의 좋은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힘은 결국 회사가 만들어내는 실적과 현금흐름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지금 한화시스템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 같습니다.
“우주산업의 기대감이 실제 돈을 버는 사업으로 바뀌는 시점은 언제일까?”
그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지금과는 전혀 다른 주가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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