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실적 발표일에도 주가는 빠졌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다를 줄 알았습니다.
삼성전자는 10월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는데요.
매출은 약 195조 원, 영업이익은 무려 107.4조 원이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782.5%.
말 그대로 역대급 실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전일 대비 2.42% 하락한 26만 2,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정도 실적으로도 부족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이날은 실적만 놓고 주가를 보기 어려운 날이기도 했습니다.
옵션 만기와 반도체 ETF 리밸런싱, 자사주 매입 종료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단기 수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물론 이유를 안다고 해서 주가 하락이 덜 아쉬운 건 아닙니다.
그래도 이미 발표된 숫자만 계속 붙잡고 있어 봐야 주가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제는 다음을 볼 때입니다.
진짜 중요한 건 10월 29일 본실적 발표
삼성전자는 10월 29일 오전 10시에 3분기 확정 실적과 함께 컨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잠정실적을 통해 “얼마를 벌었는가”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이제 시장이 궁금한 건 그다음입니다.
특히 2027년 메모리와 HBM 사업을 회사가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결국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은 현재 실적보다 내년 실적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핵심은 HBM 가격과 공급량
가장 먼저 볼 부분은 HBM입니다.
내년에 삼성전자가 HBM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
그리고 판매가격을 얼마나 높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2027년 매출을 999조 원, 영업이익을 606조 원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존 추정치보다 영업이익 전망을 8% 높였는데, 가장 큰 이유로 HBM4 판매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를 들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 실적의 핵심이 일반 메모리에서 점점 HBM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HBM은 AI 서버와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메모리입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일반 DRAM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0월 29일 컨퍼런스콜에서는 HBM4 공급 일정과 고객사 확대, 내년 생산능력 관련 발언을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LTA도 중요한 이유
장기공급계약, 즉 LTA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메모리 산업은 원래 가격 변동이 심한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입니다.
수요가 좋을 때는 가격이 크게 오르지만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형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계약이 늘어난다면 과거보다 실적 변동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기존 주주환원 공시에서 메모리 제품 LTA와 관련된 선수금을 별도로 언급할 정도로 장기계약 규모가 커진 상황입니다.
즉 앞으로는 단순히 “메모리는 사이클 산업이다”라는 말만으로 삼성전자를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주가는 아직 답답할까?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지지부진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시장에는 여전히 “메모리는 결국 사이클 산업”이라는 시각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공급 부족과 AI 수요 덕분에 실적이 좋지만, 언젠가 공급이 늘어나면 다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실제로 로이터는 최근 DRAM 가격 상승폭이 2분기보다 둔화될 가능성과 중국 업체들의 경쟁 확대를 주요 변수로 꼽았습니다.
여기에 금리와 환율, 외국인 수급 문제도 있습니다.
10월 8일에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글로벌 증시 약세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코스피 전체가 2.62% 급락했습니다.
결국 좋은 실적 하나만으로 시장 전체 흐름을 뒤집기는 어려웠던 셈입니다.
그래도 아직 메모리 피크아웃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메모리 업황이 끝났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현재 메모리 수요의 중심에는 스마트폰과 PC뿐 아니라 AI 데이터센터가 있습니다.
과거 메모리 사이클은 소비자용 전자제품 수요에 크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AI 서버와 HBM이라는 새로운 수요가 추가됐습니다.
특히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올해 20% 수준에서 34%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무조건 다르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PC·스마트폰 중심 메모리 사이클과 완전히 똑같다고 보는 것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 공급계약과 가격, 출하량이 계속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핵심, 주주환원
주가 하단을 받쳐줄 수 있는 요소로는 주주환원 정책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기존 2024~2026년 주주환원 정책은 3년간 잉여현금흐름, 즉 FCF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8월 예상 주주환원 규모를 공개했습니다.
회사는 2026년 주주환원 잔여 재원을 약 90~110조 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3분기에는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해 약 30조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금액은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후 남은 주주환원 재원은 2027년 1월 말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되며,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함께 검토할 예정입니다.
주당 3만 원 배당, 가능할까?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내년부터 주당 3만 원 이상 배당이 나온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주주환원 재원이 크더라도 그 전부를 현금배당으로 지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이미 현금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함께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예상 FCF의 50%를 전부 배당금으로 나눠 주당 배당금을 계산하면 실제 지급액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주환원 재원이 100조 원이라고 해도,
100조 원 전체가 배당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현금배당,
일부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특정 주당 배당금보다,
실제 주주환원 총액과 배당·자사주 비중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107조를 벌고도 못 가는 이유
솔직히 영업이익 107.4조 원이라는 숫자를 보고도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은 아쉽습니다.
“괜히 오래 들고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지난 실적보다 앞으로의 실적을 먼저 봅니다.
107조 원을 벌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이익이 2027년에도 이어질 수 있는가?”
HBM 가격 상승과 출하 증가가 계속되고,LTA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계약이 늘어나고,
AI 데이터센터 수요까지 유지된다면 시장이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메모리 가격이 꺾이고 AI 투자가 둔화된다면 지금의 낮은 밸류에이션에도 이유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명확합니다.
10월 29일 본실적 발표에서 나올 HBM 가이던스,
2027년 메모리 가격 전망,추가 LTA 계약,
그리고 연말에서 내년 초 공개될 주주환원 정책입니다.
실적으로 상방을 열고,주주환원으로 하방을 얼마나 받쳐줄 수 있을지.
이제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보다 2027년 숫자로 평가받을 시점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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