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꽤 솔깃한 내용의 우편이 발송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내용만 보면 혹할 만하다.
착수금 30만원만 내면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과 이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잔금을 치렀거나 입주한 사람,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끝난 사람도 가능하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분양가보다 시세가 내려간 오피스텔이라면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쉽게 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을까?
최근 판결들을 찾아보니 역시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다.
최근 오피스텔 분양계약 해제 이야기가 많아진 데에는 계기가 있다.
2025년 12월 대법원에서 나온 한 판결이다.
대구의 한 오피스텔 사업자가 분양 광고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은 사건이었다.
계약자들은 계약서에 있는 해제 조항을 근거로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했고, 1·2심에서는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계약서에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확하게 정했다면 위반행위가 얼마나 중대한지 별도로 따질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 판결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 분양 과정에서 사업자가 시정명령을 받은 오피스텔을 찾아 해제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오피스텔은 몇 년 전 고점에서 분양받았다가 지금까지 가격이 회복되지 못한 곳도 있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시세가 떨어진 오피스텔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보다 계약 자체를 취소하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이 판결이 하나의 탈출구처럼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대법원 판결 하나만 보고 내 계약도 당연히 해제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후 나온 하급심 판결들을 보면 계약자에게 유리한 결과만 나온 것이 아니다.
올해 5월 이후 선고된 관련 판결 6건에서는 오히려 계약자 측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마다 이유는 다르다.
어떤 곳은 시정명령을 내린 기관 자체에 권한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고, 다른 사건에서는 광고 내용이 실제 계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정도의 중대한 문제인지가 쟁점이 됐다.
사업자가 시정명령을 받기 전에 이미 광고를 정정한 사례에서는 해당 시정명령 자체가 취소되기도 했다.
결국 같은 시정명령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고 해서 결과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
착수금 30만원이라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적으로 이런 우편을 받았다면 30만원이라는 금액에 시선이 쏠리지 않았으면 한다.
(30만원이면 소송치고는 부담이 작게 느껴진다.)
성공하면 반환받은 금액의 일정 비율을 성공보수로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더더욱 일단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계약에서 중요한 것은 최초 착수금이 아니다.
소송이 길어질 경우 발생할 비용과 시간, 패소 가능성, 상대방 소송비용 부담 가능성까지 같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오피스텔 분양계약 해제 가능성은 내 계약서와 해당 사업장의 행정처분 내용을 직접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다른 오피스텔 계약자가 이겼다고 내 계약도 해제되는 것이 아니고, 같은 사업장에서 시정명령이 있었다고 무조건 해제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부동산 투자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꼈다.
누가 얼마 벌었다보다 중요한 건 내가 산 물건의 조건이 무엇인가이다.
소송 역시 마찬가지다.
소송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시세가 떨어졌다면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왜 지금 이런 해제 소송이 활발해졌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상당 부분은 가격과 연결돼 있다.
오피스텔 시장이 좋고 내가 받은 분양가보다 현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 굳이 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분양가보다 현재 시세가 낮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잔금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몇천만원, 많게는 억 단위 손실이 예상된다면 계약자는 어떻게든 계약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게 된다.
그 상황에서 '시정명령만 있으면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시세가 떨어졌다는 것과 법적으로 오피스텔 분양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이 둘을 섞어서 판단하면 안 된다.
내가 우편을 받았다면 이렇게 확인해보자.
나라면 바로 착수금을 보내지는 않을 것 같다.
가장 먼저 분양계약서를 다시 꺼내볼 것이다.
계약서의 해제 조항에 시정명령이 어떻게 규정돼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실제 사업자가 어떤 사유로 어떤 기관에서 시정명령을 받았는지 확인할 것 같다. 단순한 광고 문구 누락인지, 계약의 핵심 내용과 관련된 위반인지도 중요하다.
처분을 내린 기관에 적법한 권한이 있었는지, 사업자가 이미 정정공고를 했는지, 해당 처분이 취소되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 정도까지 확인하고 나서 내 계약과 기존 판례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변호사에게 물어보는 순서가 맞다고 본다.
특히 소송을 권유하는 곳의 설명만 듣기보다는 내가 별도로 법률 상담을 한번 받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부동산을 살 때 매도자가 소개한 중개업소 이야기만 듣고 계약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제도도 바뀌는 과정에 있다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가 계속되자 제도 보완에 나선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건축물분양법 시행령을 손질해 단순히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을 해제하기보다 해당 위반으로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해제권을 인정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판결과 제도 변화도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지금은 하나의 대법원 판결과 이후의 여러 하급심 판단이 함께 나오고 있는 과도기라고 보는 게 맞다.
✔마치며✔
나는 부동산에서 무조건 된다는 이야기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출도 그렇고 세금도 그렇고 이번 오피스텔 분양계약 해제 역시 마찬가지다.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해제 조항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든 오피스텔의 시정명령이 계약 해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판결을 보면 처분 권한, 위반 내용, 계약서 문구, 정정 여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착수금 30만원이면 된다는 우편을 받았다면 30만원을 낼 것인지부터 고민할 게 아니라 내 계약에 정말 해제 사유가 존재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착수금은 30만원일 수 있지만, 판단의 대상은 수억원짜리 부동산 계약이다.
그 차이를 잊지 않는 게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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