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크게 오를 때마다 “내 퇴직금도 직접 굴렸다면 수익률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 직장인들이 많을 겁니다.


특히 주식시장이 강하게 상승하던 시기에는 회사가 운용하는 DB형보다 내가 직접 투자할 수 있는 DC형에 관심이 크게 늘었는데요.


실제로 올해 들어 DB형에서 DC형으로 퇴직연금을 바꾼 가입자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전환하려고 하면 고민이 생깁니다.


“지금 DC형으로 바꿔도 괜찮을까?”


“주가가 많이 오른 뒤 전환하면 오히려 손해 아닌가?”


“한 번 DC형으로 바꾸면 다시 DB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퇴직연금 DB형과 DC형의 차이부터 최근 DC형 전환이 급증한 이유, 실제 수익률 사례와 전환 후 복귀 가능 여부까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퇴직연금 DC형, DB형과 무엇이 다를까?


퇴직연금 DC형은 Defined Contribution의 약자로 확정기여형을 뜻합니다.


회사는 매년 근로자의 연간 임금총액 가운데 12분의 1 이상을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고, 이후 그 돈을 어떻게 운용할지는 가입자가 직접 결정합니다.


예금에 넣을 수도 있고, 채권이나 펀드, ETF 등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퇴직할 때 받는 금액은 회사가 넣어준 부담금에 내가 운용해서 얻은 수익 또는 손실을 더한 금액으로 결정됩니다.


반면 DB형은 Defined Benefit, 즉 확정급여형입니다.


퇴직할 때 받을 퇴직급여가 일정한 계산 방식에 따라 정해지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퇴직 직전 평균임금과 근속기간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운용 책임도 회사에 있습니다.


회사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다 손실을 보더라도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시장 상황에 따라 그대로 줄어드는 구조는 아닙니다.


쉽게 정리하면 DB형에서는 임금 상승률이 중요하고, DC형에서는 내가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앞으로 급여가 꾸준히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DB형이 유리할 수 있고, 장기간 직접 투자해 임금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DC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꾼 사람이 얼마나 늘었을까?


올해 들어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겠다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가입자는 34만156명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5,947명과 비교하면 118.1% 늘어난 규모입니다.


쉽게 말하면 전환자가 1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시기는 6월과 7월입니다.


6월에는 4만3,974명이 전환했고, 7월에는 무려 10만5,736명이 DC형으로 바꿨습니다.


두 달 동안만 14만9,710명이 전환한 것입니다.


전체 1~7월 전환자 34만156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하면 약 44%입니다.


14만9,710명 ÷ 34만156명 × 100 = 약 44.0%


즉 올해 DC형으로 전환한 사람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6~7월에 몰린 셈입니다.







왜 하필 증시가 뜨거울 때 전환자가 몰렸을까?


DC형 전환이 크게 늘어난 시기는 주식시장이 강하게 상승하던 시기와 겹쳤습니다.


주가가 빠르게 올라가면 DB형 가입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 퇴직연금도 ETF에 투자했다면 수익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DB형은 회사가 운용하기 때문에 개인이 원하는 주식형 ETF 등에 직접 투자할 수 없습니다.


반면 DC형으로 바꾸면 가입자가 투자상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승장이 이어질수록 DC형으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퇴직연금 전환은 신청하자마자 바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신청부터 실제 자금 이전까지 일정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크게 오른 시점에 전환을 결정하면 실제 투자자금이 들어오는 시점에는 시장 분위기가 달라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상승장에서 느낀 수익률에 대한 아쉬움만으로 급하게 전환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DC형으로 바꾼 뒤 수익률은 어땠을까?


시장 고점 부근에서 DC형으로 전환했다면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4월부터 6월 사이 DC형으로 전환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집계한 7~8월 단순 기간수익률은 각각 -10.7%, -10.2%였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8.1% 하락하면서 고점 부근에서 투자에 들어간 자금 역시 시장 하락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물론 이 수치를 전체 DC형 가입자의 성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두 증권사의 특정 기간 전환자만 대상으로 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또 가입자마다 어떤 상품을 선택했는지에 따라서도 수익률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금이나 채권 비중이 높은 사람과 주식형 ETF 비중이 높은 사람의 수익률은 당연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DC형에서는 단순히 “DC형이 DB형보다 수익률이 높다”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어떤 상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DC형의 핵심은 ‘직접 운용’이다


DC형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 선택권입니다.


국내외 주식형 ETF와 채권형 상품, 예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투자하면서 자산배분을 잘한다면 높은 운용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도 본인에게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이 오를 때는 DC형이 좋아 보이지만 하락장에서는 계좌 평가금액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퇴직연금은 일반 주식계좌와 달리 짧게 사고파는 돈이 아니라 노후자금입니다.


한두 달 수익률이 아니라 10년, 2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이 급등했다고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리거나, 반대로 급락했다고 모든 자산을 현금화하는 식의 대응은 오히려 장기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DC형으로 바꾸면 다시 DB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전환을 고민하는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DB형에서 DC형으로 이전한 과거 근속기간의 적립금을 다시 DB형으로 돌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DC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근속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급여가 정산돼 DC 계좌로 이전되기 때문입니다.


즉 이미 정산된 과거 근속기간을 다시 DB형으로 되돌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회사가 DB형과 DC형을 모두 운영하고 있고 사내 퇴직연금 규정이나 노사 합의에 전환 근거가 마련돼 있다면 향후 근속기간에 대해서 DB형을 새로 적용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이미 DC형으로 이전된 과거 근속기간까지 다시 DB형으로 복원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꾸는 결정은 일반적인 금융상품 변경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단순히 최근 증시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결정하기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DC형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앞으로의 임금 상승률과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장기 투자수익률입니다.


DB형은 퇴직 직전 임금 수준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급여가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높은 직장인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승진이나 임금 상승 여력이 큰 직장이라면 DB형의 장점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면 임금 상승률이 높지 않거나 장기간 직접 자산을 운용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만들 자신이 있다면 DC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S&P500이나 나스닥 ETF만 사면 무조건 DB형보다 유리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해온 기록이 있지만 특정 기간에는 큰 폭으로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퇴직 시점이 가까워졌는데 주식 비중이 너무 높다면 시장 급락의 충격을 그대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DC형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ETF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투자 기간에 맞춰 주식과 채권, 원리금보장 상품을 적절히 나누는 것입니다.







DC형으로 바꾸기 전에 꼭 확인할 것


첫 번째는 남은 근속기간입니다.


퇴직까지 15년 이상 남은 사람과 2~3년 남은 사람은 감당할 수 있는 투자 위험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앞으로의 임금 상승 가능성입니다.


급여 상승률이 높다면 DB형을 유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실제로 직접 운용할 의지가 있는지입니다.


DC형으로 바꿔놓고 대부분의 자금을 낮은 금리의 대기성 자금에 그대로 둔다면 굳이 전환한 의미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식형 자산에 지나치게 몰아넣으면 시장 하락 때 퇴직자산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회사의 퇴직연금 규정입니다.


DB형과 DC형 사이의 전환 조건은 회사의 제도 운영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환하기 전에 인사팀이나 퇴직연금 담당 부서에서 정확한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퇴직연금은 상승장을 보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사람은 34만156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6월과 7월에만 전체 전환자의 44%가 몰렸습니다.


증시 상승이 직장인들의 퇴직연금 선택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지금 주식시장이 오르고 있는지만 보고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DC형으로 바꾸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투자 성과가 퇴직자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DB형에서는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지만 DC형에서는 그 책임을 내가 가져오게 됩니다.


수익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손실 가능성도 함께 따라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근 증시 수익률이 좋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서둘러 전환하기보다는 남은 근속기간과 임금 상승률, 투자 경험, 퇴직 시점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DB형과 DC형 가운데 어느 것이 무조건 좋으냐가 아닙니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 근무할지, 급여가 얼마나 오를지, 그리고 퇴직연금을 직접 장기간 관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퇴직연금은 한 번의 상승장을 따라가는 투자금이 아니라 앞으로의 노후를 위한 자산입니다.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면 최근 수익률보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운용 전략이 있는지부터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